학원강사가 학생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학교 선생님보다 훨씬 낮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사교육자는 그 이름처럼 공무원이 아니라 개인이 소유하는 한 사업체에 소속되어있는 사람이다. 또한 공익을 우선으로 취하기보다는 사업소득을 먼저 생각하고, 원장의 잣대와 신념이 곧 법이 되는 학원은 아직까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가 있다.
영어학원에서 일을 한지 만 1년이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 반은 총 11명의 초등 고학년들로 구성되어있었고, 다른 보통 반들보다는 인원수가 조금 많아 초임이던 나에게는 약간 감당이 힘든 반이었다. 비교적 텐션이 높고 활기찬 아이들이 많았으며, 그냥 보통 생각할 수 있는 말 많고 푼수끼 있는 여자아이들과 장난을 좋아하는 남자아이들이 섞여있던 반이었다.
일 외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알겠고 이해가 되지만, 내가 그것을 관리하는 당사자가 되면 정말 인정하며 감당해내기 싫은 사실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 인생일 것이다.
학원강사들에게, 적어도 나에게 그 사실들 중 가장 큰 하나는 바로'애들은 말을 안 듣는다'라는 것이다. 도대체가 알면서도 마음 접고 들어가기가 힘들다. 그냥 일상적으로 지켜보자면 전혀 하자가 없고 밝고 맑아 보이는 이 아이들을, 특정 규정과 틀 안에서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비극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수업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단어시험을 쳐야 했으며, 수업은 늘 시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그 당시 그 학원에서는 단어시험 진행하는 시간을 10분을 넘기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나는 늘 그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라는 말로 수업을 시작하였고, 그날도 시험지를 배부하기 전까지 5번 정도 그 말을 하고 난 후였다. 여자아이들은 어김없이 큰소리로 자기들 할 말을 큰소리로 서로에게 해대고 있었고, 그날따라 정도가 좀 심하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영은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정도가 심한 아이였고, 그런 산만한 분위기를 늘 주도해내는, 반의 핵심 관리대상이었다.
시험 볼 때에는 조용히 해라 라는 말이 끝난 지 10초가 지나기도 전에 옆 친구에게 큰소리로 말을 걸고, 시험 보는 중간인데 대놓고 시험 단어를 상의하는 행동은 이미 몇 번 주의를 주었던 상태였지만, 여전히 상황은 그대로였다.
"얘들아, 선생님 진짜로 화가 날라 그런다. 제발 시험 볼 때는 조용히 하자."라는 말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고 난 후에, 다음 단어를 불러주고 쓰기를 기다리는 그 시점에, 영은이가 고개를 들고 스스럼없이 친구에게 말을 거는 장면을 목격한 나는, 곧장 영은이의 책상 앞으로 직행하여 책상의 놓여있는 시험지를 눈앞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화를 식히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와 큰 한숨을 내쉬었고, 낌새를 눈치챈 관리 선생님이 들어와 상황을 수습했다. 그러나 영은이는 그 상황에 놀라 울음을 터뜨렸고, 그날은 그 충격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업을 마쳤다.
아이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그저 무탈히 그 아이들을 틀 안으로 집어넣고 무사히 그 수업을 진행시키고 싶었다. 어리석었다.
그때 영은이가 흘렸던 눈물은 아직도 내 마음에서 마르지 않고 있다.
아이들은 자아가 형성되는 그 시점부터 억압된 환경에 보내진다. 그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이의 환경과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조금만 있었다면, 훨씬 더 건강한 관계가 되지 않았을까..
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