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만나는 ‘의지의 민족’에 대하여
여행을 좋아했다.
그래서 여행업을 시작했고, 없는 시간도 쪼개어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내 삶의 리듬이 되었다.
남들이 선호하는 인기 여행지만 고집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을 위해선 결국, 누구나 가본 그곳들을 나도 가봐야만 했다.
그랜드캐년의 네 개 림을 모두 섭렵하고, 서부의 명소들을 이리저리 돌았다.
그리고 알게 됐다.
유명한 장소에는 언제나, 어디서나 한국인이 있다.
처음엔 신기했다.
“어? 여기도 한국어가 들리네?”
길 위에서, 절벽 위에서, 버스 안에서도 한국말이 들려왔다.
어떤 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국 사람들과 부딪혔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우리 인구가 정말 5,100만 명밖에 안 된다고?”
세상에서 인구 많기로 소문난 중국, 인도, 일본 사람들은 정작 이토록 자주 마주치지 않는데,
왜 한국인은 어디를 가도 있는 걸까?
우스갯소리로 "한국 인구조사 잘못된 거 아니야?" 하며 웃곤 했다.
그런데 이유가 궁금했다.
어쩌면 우리는 정보에 빠르고, 경험에 목마르고, 또 누가 한 번 다녀오면 꼭 가보고 싶은 민족이 아닐까?
쉬지 않고 도전하고, 기회가 있다면 멀리 서라도 시도하는 그런 본성이 우리 안에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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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그랜드 캐년 근처의 삭막한 사막마을에도 한국 사람은 존재한다.
우리 주변엔 아시안이라고는 우리 가족뿐이다.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우리는 살아남았고 이제 이곳에서 8년째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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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래전 들은 말이 떠올랐다.
"한국인은 잡초 같다."
처음엔 그 표현이 탐탁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다.
어디서든 살아남고, 짓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잡초의 힘이라면—그건 분명 우리다.
뉴멕시코를 지나 텍사스로 향할 때,
작은 동네 주유소 캐시어가 한국인 이웃이 있다고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레이크 타호로 향하던 산길 어귀의 주유소, 그곳의 주인도 한국인이었다.
그렇게 뜻밖의 공간에서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미소를 주고받는다.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유명한 관광지보다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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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한국인.
우리는 오늘도 어딘가를 향해 걷고 있다.
잡초처럼, 의지처럼, 그리고 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