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한 소통(478)

제478편 : 문정희 시인의 '러브호텔'

* 목우씨의 詩詩한 소통(2026) *


♡ 문정희 시인 편 ♡


- 러브호텔 -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를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교회에 들어가기도 한다
가끔 울 때도 있다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늘 시를 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건
아주 드물다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말했다
최근 이 나라에 가장 많은 것 세 가지가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나는 온몸이 후들거렸다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내 몸 안이었으니까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
교회와 시인들 속에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는 것은
교회가 많고, 시인이 많은 것은
참 쓸쓸한 일이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 [오라, 거짓 사랑아](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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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제가 사는 산골에서 울산 동구 직장 다니던 시절, 그 길에 모텔이 얼마나 많은지. 일단 속칭 러브모텔이 백 개쯤 되도록. 요즘에는 차 몰고 나가면 모텔보다 카페가 더 많이 생겼던데, 전보다 보기가 더 나아졌다고 해야 할지...
그 당시 지나갈 때마다 궁금함은 도대체 저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왜냐면 직장인이 출장 왔다가 잠자기에는 그리 좋은 위치가 아니었기에. 또 ‘잠깐 쉬다 가는 손님’ 때문에 유지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

여태 배달하는 시를 꽤 읽으셨을 테니 화자가 불륜의 상대를 만나 러브호텔에 자주 드나드는구나 하고 이해하실 분은 안 계시겠지요. 우리 대부분은 러브호텔에 드나들지 않지만 그와는 달리 마음속으로 죄를 지으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십계명에 엄연히 ‘간음하지 마라’가 들어있고, 또 성경에는 ‘네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라든지, 거기에 ‘마음으로 간음한 것도 진짜 간음한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으니 깔쌈한 여인 -멋진 사내 -이 지나갈 때 슬쩍 훔쳐봄도 죄라면 죄가 될 터.

“내 몸 안에 교회가 있다 ~~~ 가끔 울 때도 있다”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일을 직접 했든 마음으로 했든 일단 저질렀으면 다음 순서는 회개가 따라야 하겠지요. 그 순간만은 내면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순수함으로 기도하고, 그때 깨달음을 얻는다면 참회의 눈물이 흘러나올지도...
물론 여기서 교회 역시 진짜 교회를 가리키기보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뉘우치는 자세로 봄이 더 나을 듯.

“내 몸 안에 시인이 있다 / 늘 시를 쓴다 ~~~ 아주 드물다”

어디 글을 쓰는 문인 뿐이겠습니까. 그림 그리는 화가든, 노래 만드는 음악가든 자신의 작품에 만족하는 경우보다 불만족할 때가 더 많음을. 그 불만족이 좋은 작품을 낳는 밑거름이 됨도 사실이고. 만약 자기 작품에 늘 만족한다면 그보다 나은 작품 나오기 힘들 터.

“오늘, 강연에서 한 유명 교수가 ~~ 러브호텔과 교회와 시인이라고”

러브호텔과 교회가 비판의 대상이 됨은 이해가 될 듯한데 왜 거기에 시인을 끌어넣었을까요? 시다운 시를 쓰는 시인이 얼마 없다는 지적이 아닌지. 영과 혼을 짜내고 짜내 시를 쓰려는 사람보다 손끝으로 대충 갈기는 시인이 많아서일까요?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 진정한 꿈과 노래가 있을까”

현재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비트는(풍자하는) 시행입니다. 이 시대에 진실한 사랑은 있는가? 참된 뉘우침은 있는가? 혼을 담은 삶의 노래는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뻔히 보이기에 시인은 이렇게 표현했을지도. 아마 이 부분에 공감하실 글벗님들 꽤 되실 겁니다.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시는 본질적으로 내적 고백이긴 하지만 그게 활자 되어 나오는 순간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됩니다. 바로잡아 보려고 애썼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읽는 이들은 그러지 말라고.

그나저나 내일부터는 깔쌈한 여인 지나가도 눈길 주지 말아야 할 텐데. 죄를 짓지 말아야 할 텐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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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희 시인(1947년생) : 전남 보성 출신으로 여고 때부터 문재(文才)를 드러냈으며, 동국대 재학 중인 1969년에 [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여자들의 사소한 일상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데,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다 퇴직 후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을 맡음.
다만 2022년 11월 시인 자신이 운영위원으로 있던 [구상문학상]의 수상자로 결정되었을 때 '셀프 수상'으로 뉴스에 뜬 적 있습니다. 즉 당시 그 문학상 운영위원이었는데 해당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니 우리 사회의 일반적 관례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시인 정보는 인터넷에서 얻은지라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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