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우씨의 詩詩한 소통(504)

제504편 : 김용택 시인의 '꽃 한 송이'

* 목우씨의 詩詩한 소통(2026) *


♡ 김용택 시인 편 ♡


- 꽃 한 송이 -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 [연애시집](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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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기>

‘간절하다’라는 말은 다 아실 터. 혹 ‘절절(節節)하다’ ‘통절(痛切)하다’와 뜻 차이를 아시는지요? 이 셋은 뜻은 같으나 그 느낌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강합니다. 즉 절절하다는 ‘매우 간절하다’, 다음 통절하다는 ‘매우 매우 간절하다’는 식으로.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중 한 명이며 ‘살아 있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전 JAL 회장)가 [왜 일하는가?]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간절함이 기적을 낳는다.’
간절함은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질 수도, 남이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간절함은 어디서든 나를 일깨우고 움직이게 만듭니다. 절망의 낭떠러지에 서 있어도, 바닥 모를 심해에 빠져도, 지쳐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싶은 그 순간에도, 한 줄기 동아줄이 되어 붙잡게 만듭니다.

"간절하면 가 닿으리 /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도저히 빛이라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간절함만 있다면, 그 간절함 열렬히 붙잡을 수만 있다면 꽃이 될 가능성을 얻습니다. 그럼 꽃은 어떤 함축적 의미를 지닐까요? '지극한 정성과 열정이 모여 마침내 도달하게 된 눈부신 성취나 사랑'이라는 두 의미로. 그러니까 현재보다 나은 환경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에겐 성공을, 사귀는 이와 좋은 결실을 이루고 싶으나 여러 장애로 인해 힘든 연인에겐 사랑을.

"이 세상을 다 삼키고 /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 꽃 한 송이"

꽃 한 송이는 이제 간절함의 결정체가 되었습니다. 짙은 그리움과 가슴속의 수많은 감정을 모두 안으로 삭히고 나서야 비로소 피어나는, 숭고하고 열렬한 사랑의 꽃으로.
앞서 새겨진 모든 아픔이나 기다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희망과 사랑이 피어나는 시간이 왔습니다. 사랑이든, 꿈이든, 소망이든, 그 마음의 온도가 충분히 뜨거울 때 언젠가는 반드시 삶의 한 장면으로 아름답게 피어남을 보여주면서.

간절함이 꽃으로 피어난 실화 하나 소개합니다.

아마도 '폴 포츠'라는 영국의 팝페라 가수 일화는 들으신 분들이 많을 터. 올해 56세이지만 적어도 그의 나이 37세까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2007년, 영국의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주목받아 유명해졌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오페라 가수를 꿈꾸었습니다. 다만 노래 실력만큼은 뛰어났지만 못생긴 얼굴과 어눌한 말투 때문에 친구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하곤 했습니다. 불운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26세 때, 맹장염으로 입원했다가 양성종양이 발견돼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고, 같은 해 교통사고로 쇄골이 부러져 성대를 다치는 바람에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기도 했습니다.

가수가 간절한 꿈인 그에게 이는 치명적 진단이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힘들 때마다 자신이 노래할 때만은 행복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습니다. 합창단에 들어가 노래했습니다. 누가 뭐라든 어느 곳에서든 노래했습니다.
휴대전화 판매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오랜 망설임 끝에 영국 한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함으로써 세계적인 가수로 등극했습니다. 그가 바로 폴 포츠입니다. 무엇이 그를 감동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을까? 바로 ‘간절함’입니다. 간절함이 꽃을 피우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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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택 시인(1948년 출생) : 전북 임실 출신으로 00농고가 최종 학력인데, 교사채용시험을 통해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직. 1982년 [창작과비평사]를 통해 등단했고, ‘섬진강 시인’이란 별명을 얻었으며, 제12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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