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부부가 다 그렇듯 그날도 정말 사소하고 작디작은 것으로 다툰 날이었다. 아들과의 대화 전 왜 신경전을 벌였는지 사건부터 진술하겠다. 부부 다툼이 주제가 아닌데 쓰다 보니 서론이 길어져 버렸다.
둘째를 준비하는 우리 부부의 나이가 아내는 40세, 내가 38세라 계획대로 잘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우리는 산전검사를 각자 진행했고 마침 나라에서 비용을 지원해 주어 신청이 필요했다.
아내는 우선 이런 '신청'이라는 프로세스를 매우 귀찮아한다. 공인인증서 로그인을 진행할 때는 대부분 깊은 한숨과 씩씩 소리가 은은히 퍼진다. 비밀번호를 매번 잊고 반복되는 로그인 실패에 분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는 나에게 진료비 영수증과 상세 명세서를 카톡으로 보내며 산전검사 비용 지원 신청을 요청했다.
먼저 로그인을 위해 아내에게 인증을 부탁하여 받은 뒤 신청서에 필요한 정보를 써 내려간다.
"여보, 병원 이름이 뭐더라?"
아내가 핸드폰을 하며, 귀찮은 듯이 짜증을 섞어 대답한다.
"거기 보낸 거에 쓰여 있어. 다 보냈잖아."
나의 기분이 예열되기 시작한다. 빠직 눈썹 끝이 흔들렸지만 침착하게 신청란을 채워간다.
"여보, 방문날짜가 언제지?"
"아 거기 카톡 보낸 거에 다 쓰여있어. 진짜 왜 저래"
못 참겠다. 부탁한 사람의 마인드가 틀려먹었다. 서류에 다 쓰여있다고 한들 자기도 핸드폰 하고 있으면서 알려주는 것이 그렇게 귀찮고 짜증이 날 일인가? 아주 옹졸하고 좁디좁은 마음으로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여보 지금 나한테 요청한 거 아니야? 지금 핸드폰 들고 뭐 하는데. 물어보면 어디 쓰여있든 말든 찾아주는 마음이 들어야 되지 않아?"
"아니 다 줬는데 계속 물어보잖아! 답답하게!!!"
아내의 답변에 다시 한번 나의 가슴을 더욱 나노 단위로 정교하게 쪼갠 뒤에 답변한다.
"나한테 다시는 뭐 부탁하지 마. 신청도 당신이 해"
정말로 신청 인터넷창을 다 끄고 노트북을 닫는다. 옹졸남을 완성했다.
"진짜 왜 저래!!!" 아내도 고성을 보여준다.
아들이 이 장면을 조용히 다 지켜보면서 레고를 만든다. 너무 미안함이 밀려와 아들에게 다가가 사과를 하고 아빠와 엄마의 성숙하지 못한 다툼의 이유를 고해성사한다.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가끔 감정 조절을 놓치고 마는 부족함을 시인하고 싶다.
엄마도 곧이어 아들에게 다가가 사과를 한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화해는 쉽지 않다. 서로 말을 붙이지 않는다.
대략 30분이 지나 가장 성숙한 6살 아들이 엄마와 대화 중에 갈등조정을 시작한다.
"엄마, 아빠랑 화해 안 하면 내가 만든 레고 안 줘, 얼른 화해해."
아들이 열어준 포문에 아내가 용기를 내어 내게 말한다.
"수호가 화해하래, 나와봐~"
나도 이 기회를 냉큼 잡아야 한다. 두 철없는 부모가 6살 아들 앞에 마주 보고 앉아 두 손을 나란히 잡고 한마디 씩 힘겹게 나눈다.
"도와주는 데 짜증 내서 미안해."
"나도 호통쳐서 미안해."
아들이 계속 쳐다봐서 마지막 마무리로 서로를 안아준다.
고마운 우리 아들 덕분에 장기전으로 치닫지 않았고, 나는 다시 노트북으로 돌아가 아내의 산전검사 비용 신청을 진행한다.
그리고 오후에 아들을 데리고 둘이 나들이를 나간다. 차 안에서 아들에게 아들 존재 자체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늘 말해주는 표현이다.
"아빠는 수호가 아빠의 아들이라 너무 감사하고 행복해."
"누구한테 감사해? 하나님? 엄마?"
아들도 늘 주고받는 대화 패턴이다 보니 감사의 대상을 미리 알고 물어본다.
"딱 누구도 아닌 수호를 보내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하고, 수호를 낳아준 엄마에게도 감사하지."
그때 아들이 천사 같은 목소리로 현명하게 반박할 수 없는 질문을 한다.
"감사한데 왜 아까 화냈어?"
아들의 말이 하나 틀리지 않다. 감사한 아내에게 작은 감정의 흔들림을 참지 못한 나의 부족함이다.
아들의 말에 껄껄 웃으며 대답한다.
"우리 수호 말이 맞네. 아빠가 감사한데 다투지 않을게 수호야~~"
차 안 내내 나의 미소가 끊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