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의 말 10

by 아남과소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5살 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면 욕심이 넘치는 나는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하나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아내에게도 종종 마음을 전했으나, 오랜 시간 완강한 거부가 있어 재촉하지 않았다. 아내 주변 친구나 지인들이 둘째를 가지면 아내가 분명 마음이 동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아내는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마침 둘째 출산이 주변에서 속속 발생하였고, 아기 선물을 전달할 겸 아내와 아들과 그 집에 놀러 가는 어느 날이었다.

첫째끼리 친구이고 애들끼리도 잘 노는 편이라 이루어지는 부모들의 협동 방법으로 분기에 한번 이상은 두 가족 정도를 집에 초대하거나 방문한다.


나는 원체 아이와 아기를 좋아한다. 보고만 있어도 내 마음이 치유되고 맑아지는 기분이고, 아이들의 웃음을 보면 따라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내가 오랜만에 갓난아기를 만나니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아이의 눈빛과 교감하며 터질듯한 볼을 십 분에 한 번씩은 쿡쿡 눌러본다. 커다란 박 같은 두 볼 사이에 힘들게 끼어있는 입술은 다물어져 있지 못했고 맑은 침이 계속 반짝였다. 아기 엄마가 음식 준비하느라 잠시 케어를 못하여 이때다 싶어 내가 안아주고 동동 무릎 바운스를 시작했다. 우리 5살 아들과 무게 차이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 갓난 딸아기의 무게에 조금은 놀랬으나,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의 팔과 허벅지는 흐뭇하게 했다.

곧이어 돌아온 아기 엄마가 분유를 만들어 젖병을 들고 오길래, 내가 먹일 테니 가서 일보라고 하며 분유를 먹인다. 꿀꺽꿀꺽 조그마한 입으로 젖병 꼭지를 물고 있는 아기를 보고 있자니 우리 아들 분유 먹일 때가 강하게 회상되며 말 못 할 감정에 취해 있었다.


그때, 친구랑 방에서 놀다 잠깐 물 마시러 나온 우리 아들이 갓난아기를 소중히 안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친다.

아들은 세상을 잃은 것 같은 표정과 함께 몸이 굳은 채로 나를 응시한다. 입꼬리가 떨리면서 금방 눈물을 터뜨릴 것 같다. 아들의 그런 모습에 나 또한 깜짝 놀라 우선 변명부터 한다.


"아빠 지금 라임이 엄마가 뭐 하느라 잠깐 챙기고 있는 거야. 이것만 먹이고 금방 내릴 거야;;"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나 대신 아기를 안아줄 사람을 찾는다. 변명을 하면서 아들이 '라임이 아빠는 뭐 하고! 아빠도 있잖아'라고 할 것만 같다. 진짜 외도를 하다 걸린 듯한 마음으로 진땀이 흐른다.


아들이 어느새 다가와 그만하라는 듯이 작은 손으로 내 바지를 잡고 흔든다. 아들 눈에 고인 눈물이 흔들림에 금방 떨어질 것 같다. 다른 엄마에게 분유와 아기를 넘기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아들을 어서 안아준다.


아마 나만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아빠가 자신 외에 갓난아기를 사랑스럽게 안는 모습에 아들은 인생 최초로 배신감이라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바람피우는 애인을 목도한 그 기분, 성인도 그리 겪을 기회가 많지 않은 기분.

그러나, 갓난아기는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어린 아들도 인지하고 있기에 마구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바지를 붙잡는 것으로 마음을 전달한다. 우리 아들의 질투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하다.


아들을 꼭 안으며 귀에 대고 나지막이 말한다.


"아빠는 아들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갓난아기는 힘이 없고 도움이 필요하니 어른들이 함께 보호해 주는 거야. 저기 다른 엄마도 저리 안아주잖아~ "


갓난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자발적으로 안아주었단 진실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를 훨씬 압도하는 진실이 아들을 제일 사랑한다는 것이니까. 아들이 굳게 믿고 있는 아빠의 불변의 사랑에 불안정성을 느끼게 하기 정말 싫었다.

"그래도 안아 주지 마!.... 아빠는 나한테 친구들이랑 방에 가서 놀라하고 그러면서 라임이 안아주고! 밥 주고!..."


떨리는 목소리로 서운함을 똑똑하게 표현한다. 5살 아이가 해줄 수 있는 사랑과 질투에 마음이 뭉클하다.


"미안해 아빠가 다른 아이 안고 있으니까 속상했지? 수호가 질투를 느꼈네. 수호도 아빠에게 안기고 싶었지?"


번쩍 들고 안아주어 등을 토닥여준다.


그리고 그날 아내는 둘째를 갖겠다고 결정했다.

갓난아기 키울 짜세가 되어있는 나를 유심히 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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