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의 말 9

by 아남과소년

아들이 올해로 6살이 되는데, 지난 연말 연휴에 5살

아들의 마지막을 기록하고자 스튜디오에 가는 길이었다.


스튜디오 스타일이 프로필 촬영 느낌이라 최종 결과물에 아이의 키, 몸무게, 발사이즈, 그리고 꿈을 적어 내야 했다.

차 안에서 아내가 아이에게 묻는다.


"수호 어른 돼서 뭐 하고 싶어?"

"..."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나름 신중한 성격을 가진 5살 아이에게 장래 직업을 고민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프로필 사진에 꿈을 적어야 하는 숙제를 받은 엄마 아빠는 임시적 답이라도 나오도록 유도한다.

내가 설명을 시작한다.


"아들, 직업이 뭐가 있을까? 불을 끄고 사람들을 구하는 멋진 소방관도 있고, 아픈 사람을 낫게 해주는 의사도 있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도 있고, 공룡을 찾아다니는 고고학자도 있고.."

아이가 곰곰이 생각을 소화할 시간을 준다.


그런데 아들의 대답이 너무 벅차오른다.

"나는 아빠 되고 싶어"


울컥할 뻔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 기분 좋은 아들의 입장을 더 명확히 확인하고 싶다. 그냥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빠가 되겠다는 것인지, 지금의 아빠처럼 되고 싶다는 것인지.


"아빠가 되고 싶어? 아빠처럼 아들을 너무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


내가 스스로 나를 정의한 뒤에 답정너처럼 Yes를 기다린다.


"웅 맞아 그런 아빠!"


입에서 미소가 도저히 지워지질 않는다.

내 인생의 뜨거운 보람을 느낀다. 나의 37년의 노고와 고생이 한꺼번에 보상받는 기분이다.

입이 찢어진 채로 실실 대면서 운전하다 백미러를 보니 아내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입술이 삐져나와 있다.

그 모습도 묘하게 통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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