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미션 2> #교실이야기 #에세이 #시끄러워 #명령어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소란스럽다.
궁금한 것도 많고, 말하길 좋아한다.
어른들보다 동작도 크고,
마음속에 있는 말들이 입 밖으로 툭! 하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
어른들이 보기엔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 같아도
아이들은 흥분하며 깔깔깔 대화를 나눈다.
저학년 교실에 가면, 음음음~♪하며 혼자서 흥얼거리는 아이들도 많다.
마음속에 있는 즐거움이 밖으로 표현되는 건데, 색칠하기, 글자 쓰기 등 몰입하는 순간
자연적으로 나오는 이 소리는 정겹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란스럽다 할지라도
수업시간에 집중할 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를 구별하는 것은 필요하다.
사회적 집중을 배우는 시간이다.
말하고 싶은 욕구를 잠시 지연시키고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는 경청 연습이다.
유머를 표현할 때도 때에 맞춰 농담을 해야 모두 즐겁다.
시간과 장소에 맞게 그리고 상대방의 상황에 맞춰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사회성의 중요한 지표다.
언어능력이 뛰어나다고, 사회성이 높은 건 아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려운 말을 많이 안다고, 대화에서 자주 써먹는다고 사회성이 높은 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읽고, 마음을 짐작하며,
자기가 한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는 사회 정서 능력이 필요하다.
근데, 이 연습을 할 때, 교실에서 꼭 들리는 말!
눈치는 빠르지만 전달하는 방법을 잘 모를 때 들리는 말이 있다. 바로!
"야! 시끄러워! 조용히 해!"
선생님이 앞에서 무언가 설명할 것 같고, 아이들이 조용히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아서,
자기 생각에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외치는 말이지만 그 말은 간혹 위험에 빠진다.
아이들이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속상해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오히려 "네가 더 시끄러워" 말하며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아이들은 다 비슷비슷하다.
너도 떠든 적 있으면서 갑자기 우리한테 왜 그래?!라는 반응이 오면 서로 '욱'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말한다.
00야, 선생님을 도와주려고 하는 마음은 너무 고마워. 근데 그건 선생님 역할이야.
네가 내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단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조용히 시킬게.
그랬는데도 또 시끄러워! 조용히 해! 하며 아이들에게 윽박지르는 아이가 있으면
다시 말해준다.
00야, 선생님이 할 말을 네가 해버리면 아이들이 너를 싫어할 수도 있어. 그러니
선생님을 도와주고 싶으면 다른 방법으로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
교사인 나도 아이들에게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조용히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하던 말을 멈추고 교사를 바라볼 수 있도록
다양한 비언어적 신호와, 약속과, 구호 등을 마련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입'으로 배운다.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아이들은 따라 한다.
시끄러워! 대신 두 번째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고 쉿! 모양을 해준다거나
톡톡! 친구의 어깨를 살짝 쳐주며 상황을 전해주는 건 어떨까?
얘들아~ 조용히 하자! 선생님 봐봐.라는 말도 있다.
리더십 있는 친구들은 예쁜 말을 카리스마 있게 전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서로에게 명령어를 쓰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나저나,
평소에 시끄러운 친구들이 다른 애들 보고 시끄럽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찔려서 사명감을 갖는 걸까?
아무튼, 학교는 교실은 군대가 아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군대식으로 아이들을 진두지휘하는 게
효율적 일지는 몰라도 정답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