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거나 합리적이거나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by 최앤

회사 친구 셋이서 강화도 여행을 갔다.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식당에서 점심 먹고 마니산도 오르고 바닷가의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전망 좋은 숙소에서 고기 굽고 술도 한잔하며 서해의 석양을 바라보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밴댕이가 철이라 하여 밴댕이 회무침 사들고 가 숙소에서 또 술 한잔 했다.

나이가 들어가니 서럽다는 둥, 회사 진상들 이야기며 소소한 일상에 대해 말하다 보니 주제가 정치 쪽으로 흘러갔다. 우리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닌데, 중년의 평균적인 관심도 정도이다. 오래 봐온 친구들이라 서로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나이 들면 그 색깔은 더 진해지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두 명은 진보, 나머지 한 명은 보수 성향의 당을 지지하고 있었다. 적의 없이 농담 삼아 서로를 빨갱이, 파랭이라고 놀리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분위기가 약간 과열이 되었다.

보수 친구는 기득권에 대한 과한 제재 혹은 규제는 없어야 한다며, 자신은 정당에 상관없이 나에게 이득이 되는 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에게 이득이 되는 정당은 누구 봐도 보수 정당이다. 왜냐하면 그는 집이 두 채 이상이고(몇 채인지 비밀로 하고 있지만 세 채 이상되는 듯하다) 부모님과 배우자도 재산이 좀 있는 집안이기 때문이다.

나는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재산이 없는데 운 좋게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고 서울에 집 한 채를 마련해 두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은 없으며 아이들이 빈부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는 사회에게 살게 하고 싶지 않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경제적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회에서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수 친구가 그래서 전 정부에서 무엇을 잘했냐고 물었다. 나는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을 들었다. 지식이 많지 않아 더 말하지는 못했지만, 전 정권의 방향성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진보 두 명에 보수 한 명이라 보수 친구가 대화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는데(지금 생각하니 미안하네) 보수 친구가 그 누구도 정치적 성향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고 한마디 했다. 당연한 말이다. 술 한잔 마시고 보니 목소리들이 점점 커졌던 것 같다.

보수 친구에게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자며 마지막 한마디 했다.

"맞아 당신 말이 맞아. 생각을 강요하면 안 되지. 그리고 당신 말대로 당신의 삶에 이득을 줄 수 있는 정당을 뽑으면 돼. 내가 좋아하는 채사장 작가에 따르면 당신과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야. 어리석은 사람만 아니면 되지"

채사장 작가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에서 진보와 보수에 대한 관점을 단순 명료하게 정리해주었다. 세상에 네 가지 경우의 사람이 있다고.

첫째 자본가이고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둘째 노동자이고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 셋째 자본가이고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 넷째 노동자이고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첫째, 두 번째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세 번째는 정의로운 사람이다. 네 번째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노동자이면서도 자본가를 대변하는 보수를 선택하니 말이다.


섣불리 정치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려 하고 굳이 필요성도 느끼지 않지만,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에게는 힘주어 말하고 싶다. 돈도 집도 없는데 왜 보수 편을 지지해. 어리석은 사람은 되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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