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보가 터져바보처럼 죽은 티코 브라헤

    얼마나 눈이 좋으면 ‘인간 천문대’라 불렸을까? 덴마크의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는 14살인 1560년 달이 해를 다 가리는 개기일식을 보고 천문현상에 강한 호기심을 품었다. 3년 뒤 화성과 목성이 겹치는 사건에서 점성술사들의 예측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직접 관측하기 시작했다. 

    1572년, 26살의 천문학자는 카시오페아 자리에 나타난 새로운 별을 처음 발견하고, 밝기를 계속 관찰한 뒤 그 위치가 달보다 멀다고 주장했다. 맨눈으로 이끌어낸 그 과학적인 논리에 감동한 덴마크 왕 프레데릭 2세는 왕실 점성술사로 임명하고 작은 섬을 하사했다. 한껏 콧대 높아진 브라헤는 섬의 주민들을 혹독하게 부리면서 가장 큰 천문대를 짓고 방대한 관측자료를 쌓았다. 

    술이 문제다. 티코 브라헤는 술자리에서 아는 체 하길 좋아했다. 20살 때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수학공식을 놓고 다투다가 팔촌 관계였던 동료와 시비가 붙었다. 전에도 주먹다짐을 벌인 적이 있는 둘은 끝장을 보기 위해 맥주에 잔뜩 취한 채 교회 마당에서 결투를 벌였다. 주변 사람들이 말릴 틈도 없이 상대의 칼에 브라헤의 콧날이 휙 날아갔다. 말 그대로 코가 납작해진 것이다.

티코 브라헤. 출처: pixabay

    콧대 높은 천문학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바로 연금술을 배워 놋쇠로 만든 가짜코로 다시 콧대를 높였다. 가짜코 없이는 절대로 돌아다니질 않았다. 밖으로 나올 때나 중요한 자리에서 보란 듯이 당당하게, 납작한 콧등에 아교를 바르고 가짜코를 얹은 뒤 문질러 바로 세웠다. 초상화를 보면 콧등의 흉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첨단 관측장비를 보기 위해 왕족과 귀족은 물론, 내로라 하는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유럽에서 가장 큰 천문대를 찾아왔다. 왕실 점성술사는 성대한 파티로 대접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주제에 대해 별점을 쳐주곤 했다. 불길한 징조였을까? 그가 애완견처럼 곁에 두고 아끼던 큰사슴(elk)이 어느 순간 맥주 맛을 알고 파티에서 술에 취해 계단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 

    역시 술이 문제였다. 콧대 높은 천문학자는 궁정에서 예의를 너무 차렸다. 1601년 프라하의 왕실 천문학자가 된 걸 축하받는 연회에서 포도주를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 마셨다. 자리를 비우는 게 예의가 아니라 생각한 그는 오줌을 참고 참으며 자리를 지켰다. 그 뒤로 급성 방광염에 요독증이 겹쳐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면서 정신착란까지 앓다가 11일만에 숨졌다. 향년 55세.

출처: Wikipedia

    당시 가장 정확하고 방대한 천문 관측자료는 요하네스 케플러에게 넘어갔다. 콧대 높은 천문학자는 평생 관측한 항성 1,006개에 대한 자료를 정리한 ‘루돌프 표’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겼던 조수에게 건넸다. 아끼고 숨기다가 그야말로 죽기 직전에 내놓은 것이다. 콧대 꺾인 천문학자는 자신의 묘비도 부탁했다. ‘현인처럼 살다가 바보처럼 죽었다’(He lived like a sage and died like a fool)라고. 

    수학 실력에 비해 시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조수는 뛰어난 시력을 가진 천문대장이 평생 쌓은 탄탄한 자료를 바탕으로 ‘행성의 운동에 관한 3가지 법칙’을 완성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 ‘케플러의 법칙’이다. 브라헤의 이름은 없다. 선배 점성술사는 이것까지 이미 내다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루돌프 표’를 건넬 때 유언처럼 말했다. ‘나의 생애가 헛되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방광암] Bladder Cancer. 膀胱癌

    방광에 악성 종양이 생겨 퍼져나가는 질환이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고, 갑자기 오줌이 마렵거나 오줌 눌 때 아프며 오줌을 자주 누게 된다. 흡연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결석, 커피, 진통제, 화학약품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재발이 흔하고, 재발하면 상당히 나쁜 상태로 악화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