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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북극 Oct 11. 2024

LP를 듣자

이은미 무정블루스 그리고 편지


음악을 좋아하냐는 질문은 약간 잘못된 질문일지 모릅니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으니까요. 

저는 힙합처럼 리드미컬한 음악도, 클래식처럼 정교한 음악도 좋아합니다. 

루즈한 재즈와 어쿠스틱한 포크까지도요. 

그날의 분위기와 날씨에 따라, 음악은 다르게 들리기도 합니다. 

마치 그 순간의 감정을 담고, 또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음악의 매력이고 장점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지만, 

제가 학교 다닐 때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하나만 있어도 누구보다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복잡한 버스 안에서 유선 이어폰을 끼고 거리를 걸으면, 

그 거리는 마치 영화 속 세트장이 되고, 귀속의 음악은 내 인생의 테마곡처럼 들리곤 했습니다. 

비가 내리면 비련의 주인공이 되어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날씨가 좋으면 희망찬 기운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음악이 만들어내는 마법은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그때 카세트 플레이어는 꽤나 고가였기에, 어렵게 손에 넣은 후의 황홀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테이프 한 장도 값비싸서 하나를 사면 그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곤 했습니다. 

"테이프가 늘어진다"는 말,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분도 있을 텐데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테이프가 물리적으로 닳아 소리가 늘어지던 현상이었죠. 

생각해보니 그 말 자체가 메타포처럼 들리기도 하네요.

테이프는 늘어지고 소리는 템포를 잃고 음악에 취한 나는 길을 잃는다.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가장 큰 통로는 라디오였습니다. 

라디오에서 마음에 드는 곡이 나올 때는 빈 카세트를 준비해두고 DJ 멘트가 끝나길 기다리다가, 

재빨리 녹음 버튼을 누르곤 했습니다. 

운 좋게 멘트나 광고 없이 완곡을 녹음했을 때 느꼈던 짜릿한 승리감은 잊을 수 없습니다. 

음악이 귀하던 시절이었죠.


당시 집에 전축이 있는 경우도 드물었고, 있다 해도 LP는 몇 장 되지 않아 늘 같은 음악만 들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학가에는 음악 감상이 가능한 커피숍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푹신한 의자와 커다란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은 정말 매력적이었죠. 

그곳은 온전히 음악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지만, 꽤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한 갈증을 해결하고자 사람들은 전문 음악 감상실을 찾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해외 음반이 제한적으로 들어오던 때라 라디오나 TV에서 접할 수 있는 음악은 한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문 음악 감상실에서는 해외 음반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원하는 곡을 신청하면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퀸의 실황 음반 Live at Wembley '86에서 들었던 "We Are the Champions"는 전율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도 귓가에 프레디 머큐리가 절규하듯 부르짓는 We Are the Champions~~ 소리가 청중들의 함성과 함께 아련하게 들려오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시간이 흐르며 CD가 등장했을 때, 그 조그맣고 반짝이는 디스크에서 나오는 깨끗한 소리에는 마법 같은 경이로움이 있었습니다. 

소리가 얼마나 생생하고 선명한지, 새로운 세계가 열린 듯한 감동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음악을 듣는 방식은 더 발전하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예전 LP에서 느꼈던 그리운 감성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LP 붐이 다시 일고 있습니다.

디지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은 단순한 추억의 산물일지도 모르겠지만, 

LP로 듣는 음악은 같은 곡이라도 완전히 다르게 느껴집니다. 

CD의 완벽한 음질은 처음엔 신선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피로감이 쌓이곤 하죠. 

반면 LP는 들을수록 소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편안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 편안함에는 아마도 세월의 흔적과 추억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최근에 친한 선배님께서 "LP를 듣자"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시스템에서 옛날 LP들을 감상한 소감을 단톡방에 올리셨습니다. 

LP로 플레이어 되고 있는 것을 다시 디지털로 듣는 것이 모순 되기는 한데 제법 LP의 감성은 전해 지는 듯 합니다.

전문적인 녹음이 아니라 멀리 차 소리도 들리고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소리도 들리곤 하는데 혼자 듣기에는 아까워서 함께 나누고자 올려봅니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의 두번째 리메이크 곡중 무정블루스와 편지 입니다.
들어보시죠
이은미의 무정블루스와 편지를  LP를 재생하여  녹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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