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뱃사람들은 망망대해를 별 하나로도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처럼 최첨단 GPS가 없이도 그들은 자신의 뱃길을 별에 의지해서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이 가능했다.
날이 흐린 날이나, 폭풍이 몰아 치는 그런 날에는 그들은 길을 잃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날이 개이기를 기다리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견디며,
파도에 몸을 맡기고 신에게 기도 했을 것이다.
아무리 험난한 폭풍도 지독한 장마라도 끝은 있게 마련이다.
때마침 신에게 기도가 닿았을 그쯤에, 맑게 개인 하늘에 별이 보였을 것이다.
날이 험한 동안에 길을 벗어났더라도 다시 별을 보고 길을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비록 좀 더 먼 곳으로 돌아가거나, 운 좋겠도 신의 가호로 목표 지점까지 더욱 가까워지는 행운이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신은 대체로 짓궂은 장난이 심한 경우가 많아서 길을 잃게 하는 경우가 더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날밤 하루종일 하늘을 올려다본 그날의 별빛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별을 따라 길을 나서면 나는 별이 닿는 그곳 어딘가에서 시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발견할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별은 그렇게 나에게 속사이는 듯하였다.
그래서 그날밤 소리 없는 밤이 사라지기 전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비록 멀리 가지도 못해 진흙에 발이 빠져 버렸지만.
항해사들이 별을 보고 길을 알아내는 방법을 나는 전혀 몰랐기 때문에
그 저 별이 보이는 곳으로 무작정 따라가서 발아래 진흙을 보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별을 원망할 수는 없었다.
별은 그저 모두에게 반짝 빛날 뿐이고 별이 말하는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각자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별은 시인이되기 위한 하나의 이정표 같다고 생각했지만 별과 시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지금도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 점이 바로 내가 진흙에 빠지게 된 원인이 아닐까?
참으로 아름다웠던 그 밤, 별빛도 황홀했던 그 밤, 나는 별빛에 취해 ,
별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떠나온 그곳에서는 많은 것과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에 내가 진실로 별이 이야기하려는 것에 귀 기울였다면 별은 나에게 어떤 작은 예언이라도 들려주었을 텐데.
소리 없는 어둠이 조용히 사라지고 아침이 찾아와 떠날 준비를 했어도 늦지 않았을 텐데 그저 떠나려고만 했었다.
별이 지고 나면 다시는 그 별을 볼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나를 성급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별이 시인이 되기 위한 어떠한 징조도 보여주지 않았었는데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
시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시인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나의 결심은 떠나지 않아도 그곳에서 가능했을 텐데 떠나야겠다는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
다만 시인에게 필요한 것은 길에서 만나는 진흙길도, 험준한 산맥도,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사막과 어둠이 삼켜진 동굴에서 겪게 될 그 모든 것이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러한 길 위에서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저 별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신이 내린 장난으로 더 먼 길을 가더라도 신에게 비는 기도가 때마침 약속이 되는 기적의 순간들도 모든 것은 별이 알려주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길에서 결국 길을 잃었다.
진흙 속에 발이 빠져 허우적거리던 순간 목구멍으로도 진흙이 흘러 들어와 더 이상 소리도 낼 수 없었던 그 순간 너는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간신히 그곳에서 벗어나 너의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진흙은 바싹 말라가며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길 위에 떨어진 진흙들은 길과 함께 동화되어 갔다.
얼마가지 않아 심한 갈증으로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
어느 순간에는 너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너는 나의 손을 놓았다는 것도 알지 못하는지 대여섯 걸음을 앞서간다.
그(그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서는 나를 기다린다.
느려진 나의 걸음이 대여섯 걸음 앞선 그(그녀)와의 거리를 점점 더 벌려놓고 있다.
그렇게 중간중간 그(그녀)가 걸음을 멈추지 않는 다면 나는 그(그녀)마저 놓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두려웠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왔다.
언제가 바람이 불어와 마음을 어딘가로 실어가 버렸다고 했던 우리 중 누군가의 말이 들려왔다.
마음의 부재가 평화를 가져온다고 했었던 그의 말은 사실이었을까?
지금 나에게는 마음이 있을까?
손으로 느낄 수 없는 마음의 존재가 몹시 궁금해졌다.
바람이 불어와 껍질 같은 진흙을 내게서 떨구어 낸다.
이제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진흙의 흔적은 머리카락 정도에만 흔적이 남아있다.
진흙이 떨어져 나가고 나의 몸은 그만큼 가벼워졌다.
가벼워진 몸에 마음이 깃들어 있다가 진흙과 함께 떨어져 나갔다면 나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마음의 부재가 가져올 평화는 내게 아직 없다.
그것이 마음이 부재하지 않음을 증명할 수는 없다.
또다시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결에 한 조각 마음이 실려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일 지도 모른다.
어느새 걸음을 멈춘 그(그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돌아서 내게론 온다.
더디기만 한 나의 걸음과는 달리 성큼성큼 다가온 그(그녀)가 나의 손을 잡는다.
'어쩔 수 없지.'
그(그녀)는 분명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무엇이 어쩔 수 없는 것 일까?
이제 별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나는 마음의 부재로 인해 더 이상 너를 느끼 못 하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