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난 팬데믹 기간 중 무위도식하며 날려버리는 시간이 억울해 글을 써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3년이란 시간이 지났네요. 어쩌다 시작한 글쓰기가 저의 생활 패턴도 완전히 바뀌 놓았어요. 매일 별일도 없으면서 새벽 두세 시면 일어나 저절로 노트북 앞에 앉는 것이 어떤 종교의식처럼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을 만들게 되었는데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그리 녹녹지 않았기에 굳이 설명하고 싶진 않고 순전히 이 노땅이 주제파악을 못하고 과욕과 오기가 부른 참혹한 결과만을 남겼지요. 책 백권만 만들어 가까운 지인들에게 만 보냈는데 대부분 잘 읽어보지도 앉은 듯했고 반응이 시큰둥 한걸 보면 역시 완전 글쓰기 초보의 시련이었다 자위하며 늙은이의 오기만으로 또다시 글을 씁니다만 과연 이 나이에 뭘 하는 짓인가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는 희망과 욕망만을 가지고 마지막 도전을 해보고 있는 중입니다만 슬슬 지쳐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혹시 오늘은 글의 어떤 주제가 떠오르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스님의 불경 소리나 음악을 들으며 엉켜 있는 지난 기억들을 끄집어 내려 하지만 그게 생각만으로 되는 건 아니더군요.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이 우연하게 떠오른 악상이 불과 몇 분 만에 명곡을 탄생시키듯 글도 그렇게 써야 하는 것 같은데 억지로 짜내어 쓴 글은 곧 쓰레기가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난 책 한 권에 담긴 글들을 다시 읽어 보지만 역시 쓰레기 통속으로 던져 버리고 싶은 엉성한 글들이었다는 생각에 책을 전해 드린 분들께 처음 책에 적어놓은 대로 아니다 싶으면 냄비 받침대로 라도 사용해 달라는 말을 남긴 게 기억납니다. 브런치 작가님들 제 글들 중에 혹시 건질만한 글이 있는지 충고와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 얘기에 귀 그 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