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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Dec 14. 2023

가능한 병원에 안 가려고요

고래가 사는 세상

누가 쓴 글에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는 건 죽음의 문턱에 서있는 거라고 했다. 나도 공감은 하지만 소위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는 내가 정기적인 검사도 안 받는다는 것은 스스로 곡기를 끊는 거나 다름없기에 매번 무거운 발걸음으로 병원을 향한다. 60세가 넘어가면 뇌의 시계세포가 점점 작아지면서 모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어느 의사 선생의 말이  나를 더욱 위축시킨다.  알지는 못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많은 문제들이 내 몸속에  웅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제발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지 말고 곱게 떠날 수 있기를 기도 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진료를 받기 위해 한 시간 기다린 후 정작 진료 시간은 불과 1~3분, 병원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하면서도 병원을 안 가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에게 나를 맡겨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늙은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검사 하면 뭘 하냐고 의사 선생님에게 불만 섞인 얘기를 해봤지만 병의 진행은 늦출 수 있다는 말에 그냥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도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사람들도 많은 세상에서 배부른 불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순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자 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병원 로비에서 가끔 만나는 연주회 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커피 그런데 고인이 된 바깥사돈이 입원 중 폐렴이 걸렸는데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의사에게 묻자 퉁명스러운 말투로 하는 말이  병원 안에 날아다니는 게 다 균들인데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 답변하더라는  싹수없는 말대답에 사실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책임을 물으려고 한 것도  아닌데 보호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이해할 수 있게  얘기를 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과 동시에 마시던 커피맛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그 후로는 병원 내 스타벅스나 식당엔 꺼림칙해서 가게 되질 않는 게 사실이 다. 어찌 됐던 살다 보니 참 멀리도 오긴 온 것 같은데 조금의 아쉬움이 남아 있어선지는 모르지만 매일 한 움큼의 약을 털어 넣으며 많은 생각 속에 하루를 보낸다. 인생이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닌 줄 알고는 있지만 잡고 싶었던 기억만큼만 간직하며 조용히 입 다물고 귀 기울이다  가려한다. 재채기하다 병원에 실려간 친구부터 하여간 늙어가니 별의별 듣도 보도 못한 세균들이 우리 몸의 약해진 부분을 알고 공격하는 듯하다. 통증을 동반한 이런 증세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원에 들 다니긴 하는데 오래 사는 것보다 아프지 말고 깔끔하게 떠나길 바라는 게 늙은이들 모두의 소망 일 것이다. 수많은 검사를 받으며 나만의 비상구를 향해 걷고 있는 지금 왜 늙으면  잘 흘릴까 하는 의문 속에 오늘 또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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