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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Apr 28. 2024

잘 가시오

고래가 사는 세상

술을 즐기는 동창들 소모임 카톡방에 부고문자가 올라왔다. 누구 며느리 소천, 며느리? 보이스 피싱 인가 하고 수상쩍어하는데 모임의 다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문자 봤지? 그 친구 며느리가 전부터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 오늘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였다. 그 순간 약간은 의아하고 당황스러웠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하고 말이다. 이런 경우의 부고문자는 처음 받아 보기에 딱히 누구에게 물어보기도 뭐 하고 해서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문자를 보내고 난 후 생각해 보니 친구 며느리도 우리 자식들 또래의 젊은 나이  일 텐데 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우리 윗세대 어른들 은 남자들이 먼저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아  요즘 내게 오는 부고 내용의 대부분은 모친 아니면 빙모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의 연세 또한 90세 중반이니 옛날 같으면 장수하셨다고 말할 수 있기에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잘 가시라 배웅하는 마음으로 장례식장을 찾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친구들의 자식이나 사위, 며느리 같은 이들의 안 좋은 소식이 들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내가 꼭 찾아가서 위로하고 슬픔을 같이 해야만 할 그런 가까운 친구가 몇 명이나 될까 손가락으로 꼽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나 또한 그런 경우를 당했을 때 알릴만한 친구의 숫자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니 이런 경우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인명은 재천이란 그 흔한 말을 뒤로하고 우리는 늘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지내게 되지만 그래도 무관심 속의 일상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싶다. 그리고 며느리를 둔 친구들의 동병상련의 마음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속에 홍콩에 살고 있는 우리 며느리에게도 건강 잘 챙기라는 문자 날려야 할 것만 같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영면하신 친구 며느님 부디 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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