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일권 Apr 21. 2024

중용(中庸)을 지키려니

고래가 사는 세상

시끄럽던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친구나 후배들 거기다 해외에 사는 친구들까지 선거 패배를 믿을 수 없다는 등 격앙된 표현을 하며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다며 걱정하는  많은 글들을 보내왔다. 대부분의 내용은  좌빨들로부터 나라를 지키자는 대략 그런 내용으로 내가 느끼기에는 그쪽의 일방적 주장이 담긴 그런 글들로 이미 너무 많이 봐온 터라 식상하기까지 하기에 보내온 글들을 제대로 읽기 도전에 지워버리곤 했다. 정권이 바뀌면 역사적 사실도 바뀌는걸 조금은 느껴 왔지만 좌, 우 양쪽의 주장 중 어떤 게 사실이고 진실인지 그 당시를 살았다 한들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흥분한 듯한 그들의 문자를 보면서 누가 이렇게 편을 갈라놓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처럼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보기에는 양쪽 다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사람들인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했다. 야당 지도자를 향해 범죄자가 나라를 다스리려 한다며 윽박지르는 우파 사람들 얘기를 듣고 생각되는 게 아니 그렇다면 죄가 있다는 그런 사람들을 못 잡아넣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손 놓고 있는 정부 또한 무능력에 직무유기를 하는 셈이니  이런 정부는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여당 사람들만 TV에 나오면  사정없아 채널을 돌려 버리거나 무조건 야당의 입장만 옹호하는 마누라의 행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봐왔던 터라 이젠 나도 지쳐서인지 아니면 가스라이팅을 당한 건지 짜증 내는 것도 잊고 지낸다. 하여간 그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나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좌우 어디로든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선거철만 되면 여, 야 모두 많은 공약을 쏟아내는 게 철마다 있는 일이고 대부분 공수표인 경우가 많았던 터라 별로 새겨듣게 되지도 않지만 예를 들어 노인들을 위하는 척하는 말들을 많이 쏟아 내지만 아마 노인들 대부분의 생각은 노인이라고 무조건 존경받고 대우받으려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라의 빚은 쌓여만 간다는데 지하철 같은 것도 합리적인 좋은 방법을 찾아 국가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줄였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 것이 대부분 노인들의 진정한 마음이라 생각한다.

하여간 정치나 종교 모두 마찬가지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대를 폄훼하지 않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지만 전혀 보이지 않는게 지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굳이 꺼내고 싶지는 않은 말이지만 우리가 남이 가란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는 한민족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어우러져 살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다 북한 또한  같은 민족이기에 그들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3대에 걸친 북한의 독재정권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붕괴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때가 되면 그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한 건 당연하며 폐쇄된 국가에서 오랫동안 지내온 그들의 모든 것을 이해해 주고 품어줄 수 있는 우리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양쪽을 이해하려 애쓰지만 어느 때는 이럴 거면 옛날 이탈리아가 공국으로 나뉘었던 시대처럼 우리도 그렇게 쪼개 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과거 역사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가 무슨 이유로 피 터지게 싸웠는지는 그이유가 가물가물 하지만 결국 권력을 탐한자들의 욕심에 의해 나라가 쪼개진 것이라 생각되는데 그 후유증에 의한 결과가 지금 까지 남아 있는 건 아닌가도 싶다. 각설하고 자세히 살펴보면 사회주의 국가 체재였던 나라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세계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 내에도 공산당이라는 당이 존재하고 있다. 그건 그들만의 장점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기에 남아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슬람 성당이 들어서려는 자리에서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는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보며 어쩌다 저렇게 까지 하게 된 건지 개탄스러울 뿐이었다. 그러기에 서로가 이해하고 공존하는 사회는 영원히 존재할 수 없는 것인지 물어볼 곳이 없다. 어찌 됐던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는 야당 지도자의 말은 요즘처럼 경조사가 많은 계절에 손가락 빨게 된 나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었지만 역시 돈 앞엔 장사 없다는 말이 생각나 씁쓸한 마음마저 든다. 내일은 술을 즐기는 동창들의 모임으로 지난번에 만났을 때 이제 우리도 저세상 갈 때가 됐으니 집에 관상용으로 모셔둔 술들 아낌없이 들고 나오라 꼬셨는데 자못 기대된다. 또한 이번 만남에서는 정치에 관한 어떤 얘기도 나오질 않길 바라며 균형 잡힌 대한민국을 생각하게 되는 새벽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