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서 깨어났다. 현실이 아니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에 긴 한숨 까지 내쉬었다. 꿈의 내용을 되짚어 보면 대략 이런 내용으로 내가 상대 조직원 두 명을 총으로 죽이고 자수했는데 우리 집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고 경찰 한 명이 마당에서 지키고 있었다. 잠시뒤 담당자가 오면 날 미국의 몬태나 주경계까지 데리고 가 그곳에서 다른 경찰에 인계할 거라 했다. 어느 영화에서 봤던 한 장면 같기도 한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느 구치소에 수감되었는데 영어도 아닌 그리스어 같은 설명서를 받아 들고 긴장한 모습으로 서있는데 옆사람이 내게 20년 정도 형을 받게 될 거란다. 그런데 꿈에서는 내 나이가 56세라고 하니 20년 후 출소할 때면 지금의 내 나이가 되는 거다. 하여간 그러다 무슨 영화를 보여준다며 사람들을 데리고 영화 쇼생크의 탈출에서 본것같은 교도소내 시설로 데리고 갔는데 천장에서 내려온 고무 호수가 보이길래 그걸로 남들 안 볼 때 목을 매어 죽어 버릴 생각으로 호수를 잡아당기다 꿈에서 깨어났다. 황당했던 상황을 벗어났다는 안도의 한숨이 길게 뿜어져 나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세시 어기적 거리며 책상 앞에 앉아 늘 즐겨 듣는 더티 블루스(Dirty Blues)를 틀어놓고 지난 20년 동안 나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지난 기억의 필름을 되돌려 봤다. 영어의 몸이 아니어 천만다행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와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세를 고쳐 앉고 눈을 감았다. 지금의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지 한 달여 됐는데 생각이 잘 안 나는 꿈을 꾼 적은 있지만 이렇게 생생한 악몽에 놀라 잠을 깬 적은 없기에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의 꿈일까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 이사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사하면서 여러 가지 신경을 쓴 때문인지 몸무게도 2~3kg 줄었는데 이제 대충 짐정리를 마친뒤라 긴장이 풀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20년이 넘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정은 들었지만 여기저기 고장 나는 곳이 많아 결국 4년 전인가 용인 에버랜드가 가까운 이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었다. 동네에 산책할 곳은 많지만 년간 패스로 에버랜드를 내 앞마당 삼아 계절마다 변하는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한 이유도 있다. 내 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이곳, 아직은 주위가 생소 하지만 살다 보면 차차 정이 들 거라는 생각과 더불어 좋은 길몽까지 나를 맞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