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먹고 죽은 귀신들처럼

고래가 사는 세상

by 구일권

중국의 3대 명주라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오타이(茅台酒)와 찌엔난춘(釗南春), 우랑예(五粮液)"를 꼽는다.

백주라고 불리는 고량주는 마신 뒤끝이 깔끔해서 겨울철에 즐겨 찾는 술이기도 하다.

며칠 전엔 친구들과 송도 오리 진흙구이집에서 1차를 하고 일어서려니, 오늘이 마지막 인듯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에 자리를 옮겨 인천 신포시장시장 근처로 갔다.

그근처 자주 들리는 중국집에서 연태 고량주에 4품 냉채와 고기 튀김을 시켜 2차를 마무리했다.

오래전에는 중국집에서 국내산 고량주도 몇 개 보인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종류만 해도 5천 개가 넘는다는 중국술 중 국내에서는 거의 연태와 이과두주(二鍋頭酒)가 대세를 이룬다고 볼 수 있다.


88년도 인가 중국 동북삼성의 초청을 받아 중국에 갔을 때 아침부터 저녁까지 건배 제의를 받는 통에

고량주에 혼이난 나는 한동안 그때 그 고량주의 향만 맡아도 어지러울 지경 이어서 고량주를 피해 다닌 적이 있다.

그 향이 지금 연태주의 그 향과 같았는데 지금은 날씨가 쌀쌀해질 때면 생각나는 술 중 하나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위스키도 그 향에 따라 선호하는 술이 다른 것처럼 고량주도 마찬가지였다.

홍콩에 있는 아들이 몇 번 가지고 온 수정방(水井坊)가격대비 맛도 떨어지는데다 그 향이 너무 강해 별로였고 연태급의 공부가주 (孔府家酒)또한 독한 뒷맛이 있어 즐겨 마시는 술들은 아니었다.

그러나 명불허전이라고 부드러운 맛의 마오타이는 역시 내 입맛에 딱 떨어지는 명주 중에 명주라 생각되었다. 물론 몇 개 종류가 있어 다마 셔본 건 아니지만 내가 몇 번 경험한 마오타이에 대한 평일뿐이다.

명주 중 아직 찌엔난춘은 맛을 보지 못해 무척 궁금하긴 하지만 명주는 가짜가 너무 많아 면세점도 믿을 수 없다니 정품의 맛을 볼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중국서 사업하던 친구 녀석이 착하게도 다음 모임에 아껴 두었던 우랑예를 들고 오겠다고 했는데 벌써부터 그 술에 어울리는 색다른 좋은 중국 음식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중국집에 가봐야 우리가 늘보던 메뉴가 거의 비슷한 데다, 색다른 요리를 내가아는 화교 동생들에게 물어볼 수도 있긴 하지만 그들도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고급진 중국요리에 대한 수준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들었다.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인가 방송, 신문, 잡지등 모든 매스컴에서 못 먹다 죽은 귀신들만 사는 세상처럼 온통 먹는 얘기나 맛집을 주제로 도배를 하고 있는데 내가 술안주 걱정을 하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든다.

복잡해 할 것 없이 지금 시대의 만능인 AI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적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 흑백요리사란 고수들의 경연 프로를 볼때, 저런 요리들을 우리는 창밖에서 감탄하며 입맛을

다실뿐, 누가 감히 어디서 먹어볼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드는게 사실이었다.

솔직히 중화요리의 대가라는 후 덕죽 이란 이름도 처음 들어보지만 시진핑이 마시는 술로 떠오르는 몽지람

등 새롭게 나타나는 이름들 때문에 조금은 더 오래 살아볼 이유는 생겼다.

세상은 넓고 먹을 것도 많은데 그걸 고민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으니 역시 먹다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얼마후면 홍콩 사는 손주 녀석들이 방학을 맞아 집에 올 텐데 뭘 만들어줄까 생각도 해보고 집 근처 식당들을 둘러보고 오긴 했지만 손주들이 할아버지 오마카세라고 말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하여간 어딜 가도 먹을게 천지인 세상이니 더 이상 머리 굴리지 않기로 했다.

콜키지 프리 식당이 많아졌다는 소식에 그런 곳을 찾아보는 나는 역시 술과 음식에 진심인 꼰대인 것 같다.

친구가 들고 온다는 우랑예 가 배달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하게 되길 바라는 내 마음,그향에 이미 취해있다.

具 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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