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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Aug 28. 2024

돌고 도는 세상

고래가 시는 세상

꿈에서 깨어 벌떡 일어나 침상에 걸터앉아 마음을 추슬러 본다. 꿈에서 군대 두 번 가게 된 거처럼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그런 정도의 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꿈이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잠시의 시간이 필요했다. 꿈의 내용은 이랬다. 미국에서 급한 일이 있어 비자가 나오면 바로 출발해야 했기에 새벽부터 미국비자를 받으러 갔는데 이미 대사관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맨뒤에 서서 오랜 시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는데  제출할 서류에만 신경 쓰느라 막상 신청서를 쓰지 않은 걸 뒤늦게 발견하고는 뒷사람과  접수 담당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부랴부랴 신청서를 작성해 다시 제출하려고 가니 새치기하지 말고 뒤에서  다시 줄을 서라는 거였다. 접수 마감 시간도 다가오기에 담당자에게 사정사정했지만 내 서류를 한편으로 집어던져 놓는 그의 행동에 미국이고 뭐고 서류를 돌려받아 다 찢어버리고 싶은 흥분한 상태에서 다행히도 꿈에서 깨어나게  된 거였다. 오래전 실제 있었던 일들이었기에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나 보다.

 

지금은 우리나라 여권이 글로벌 순위 2 위군에 속해 193개국을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나라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 해당국가의 비자가 필요했고 방문할 수 있는 국가를 여권에 기재하여 주기도 했다.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열받아 얼굴이 벌게지는 일들이었는데 그때 각국의 한국주재 대사관 비자 담당 영사과에는 많은 한국인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들의 위세나 횡포가 엄청 심했다. 사우디 등 중동지방 비자 신청 창구는 건설관계 비자 신청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으며 통행금지 시간이 끝나는 새벽 4시부터 대사관 앞에 줄을 서야 하는 형편이었으니 매일 수백 명씩 출국하는 건설 회사 로서는 비자받는 일이 시급하고 다급한 큰 업무중하나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 당시가 외국 영사관에서 비자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의  봄날이 아니었나 생각하며 그야말로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그 말 그대로였다. 접대는 물론 뇌물까지 받았으며 접수창구 안에서는 양 담배를 꼬나물고 의자에 기대어 고자세로 거들먹거리던 그 꼬락서니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까지도 잊히질 않았다. 신청서류의 약점을 잡아 영국제 양복감까지 사 오라던 홍콩 영사관의 담당자 그 자식의 얼굴이 지금도 떠오를 것만 같다. 하여간 조그만 트집이라도 잡아 서류를 반려시키는 그들을 생각하면 고을의 사또 밑에서 갖은 수작을 다 부리던 이방처럼 원님덕에 나발 분다는 그 말이 어울릴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일본 제국주의 시절 당시 헌병이나 형사로 일하던 한국인중에는 같은 한국인에게 더포악하고 악독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신문이나 책을 통해 여러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은 독립운동을 하던 인사들을 체포, 고문까지 수많은 일들을 저질렀는데도 한  해방 후 그들은 예상과 달리 대한민국 정부에서 고위 공무원이나 군의 장성과 경찰의 높은 자리까지 올라 부와 명예를 오랫동안 누렸다고 했다. 어찌 됐던 그들은 같은 동포들을 왜 못 잡아먹어서 난리였을까. 그들도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처신이었다고 변명하지만 어떤 게 올바르게 사는 건지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모든 일들이 나의 생각을 갈팡질팡 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다는데 그렇다면 그를 하야시킨 4.19 의거는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그로 인해  우이동묘지에 잠든 분들은 뭐가 되는 건지 세월이 지나면서 뒤바뀌는 역사관에 대해 난감할 뿐 어느 것이 진실인지 그것이 알고 싶었다. 친일 반민족행위자 705명 중에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도 들어있는데 우리는 지금도 그가 만든 애국가를 힘차게 부르고 있으며 이광수. 노천명. 서정주 등 우리는 교과서에서 그분들의 주옥같은 작품을 읽으며 자라났는데 어느 날 매국노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니 황당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일본군 장교출신인 대통령도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니 오직 힘만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우울할 뿐이다. 내가 오래전 미국에 있을 때 주위에서 뉴라이트에 가입하라고 권유받은 적이 있는데 그냥 동포들을 위한 애국단체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뉴라이트에 대해 법석을 떨고 있으니 뭐가 뭔지 모르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과 함께 좌우가 어찌 됐던 국익에 해가 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재일 한국인들이 만든 교토 국제고가 고시엔 야구대회에서 우승 한건 축하할 일이지만 그 학교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숟가락 얹으려 설레발치는 우리 정부의 우스운 꼴은 못 봐줄 일이었다.  오래전부터 세상에 말세가 오면 불량한 도사나  점쟁이들이 판을 친다고 했는데 지금의 우리나라가 그런 위기에 쳐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 속에 미래를 위해 과거를 묻어두자며 독도까지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가짜뉴스 이길바라며  쓸개 빠진 자들의  매국행위는 훗날 부관참시당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을 남겨두고 싶을뿐  노파심에 멀리서 바라보는 노땅의 기우 일뿐이.


동경사는 친구가 이 글을 읽고 보내온 그의 의견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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