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취경전

내가 알아가는 일본

by 구일권

일본에는 일 때문에 또는 가족들과 여행으로 많이 갔었지만 아직도 일본이란 나라를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알아갈수록 속을 내보이지 않는 양파 같은 나라 인데다 귀신들과 도깨비들의 집합소 같은 그저 그런 느낌만 가지고 있었다. 80년도 초 동경 스기나미구의 오오기 쿠보란 동네에서 한 달 정도 머믄적이 있는데 집 앞에는 큰 호두나무와 담 밖으로 늘어진 감나무 등 조용하고 주변 환경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 동네는 아이들도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학원에 간 건 아닐 테고 하여간 우리는 저녁때쯤 이면 동네 아이들의 뛰노는 웃음소리로 가득했고 개똥도 굴러다니던 그런 곳에서 자랐는데 이 동네는 고기가 살지 않는 맑은 물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지내던 집의 방은 다다미였는데 어렸을 때 적산가옥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 오히려 침대보다 편안했다. 내가 알고 있는 일본은 80년대 초 이어령 교수의'축소지향형의 일본인'속에 비치는 모습과 아주 흡사했다. 당시 한국 최고의 문학자이며 지식인인 이어령 교수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동경대에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이 책을 출판하였다. 한마디로 적지로 들어간 것이며 첫 출판본은 일본에서 나왔다. 당시 일본의 위치는 미국 다음으로 경제 강국을 넘보고 있었으며 동경의 천황 거처의 땅만 팔아도 미국 캘리포니아 전체를 구매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시기였다. 미국의 학계는 일본 따라잡기가 우선시 되었던 시절이어서 모든 분야에서 일본을 연구하는 논문이 발표되었었다. 당시 대부분의 일본 관련 서적들은 일본 찬사론으로 가득했던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서 이어령 교수가 발표한'축소지향의 일본인'이 책 한 권이 미국의 학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라지게 만드는 충격적인 내용의 책이었다. 한마디로 말 잘 듣고 긍정적인 축소를 지향하면 아름다운 문화를 피워내지만 그 문화는 한국의 것과 비교했을 때 전혀 새롭거나 자연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확대 주의를 선택하면 그때마다 주변 국가와 전쟁을 하려 들고 결국은 세계대전을 불사한다. 통쾌하지 않은가?'축소지향'이란 단어 한마디로 일본의 모든 사악함을 압축시켜준 것이 통쾌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축소지향 주의의 일본인'으로 출간하고 싶었으나 일본에서의 논란으로 결국"주의는 빼고 "축소지향의 일본인"으로 출판이 가능했다고 한다. 하여간 지향이 됐던 주의가 됐든 간에 사무라이들의 근검절약이 결국 에도막부 말에 궁핍으로 이어져 명치(明治) 시대로 들어오면서 미츠이, 스미토모 같은 상민 출신의 재벌을 탄생시키고 사무라이들은 그 재벌들 돈을 이용하여 러일 전쟁과 중일 전쟁을 일으킨 나라다. 아시아의 질서는 일본이 잡겠다더니 사전 전쟁 포고도 없이 평화로운 하와이에 폭격을 감행한 그들의 죄목은 끝이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질감 내지는 너희에게만큼은 질 수 없다는 묘한 경쟁심을 유발하는 나라임에는 분명하다. 어느 날 일본에서 처음 겪는 지진이 왔는데 두렵기보다는 자꾸 웃음이 나왔다. 천장의 전등은 흔들리는데 내등은 마사지받는 것 같아서였다. 지진에 대한 사전경보가 있어 전에는 지진관측소에서 뱀장어를 이용해 미리 알 수도 있었다는데 이젠 우리 일기예보처럼 신통치 않다고 했다. 또 일본에는 수학여행 협회라는 게 있어 예를 들어 동경 도내의 국민학생들은 한 달에 몇 번을 자동차 공장 이라던지 우유공장 식품공장 등을 방문하는 야외학습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제조과정 등을 볼 수 있는 현장 수업이었으며 그밖에 재난 대비 훈련 소등을 수시로 방문 재난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그런 시스템이 잘 돼있어 부러웠다. 일본도 명문대를 나오면 좋겠지만 실질적인 전문학교들이 많아 별로 격차를 느끼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물론 우리와 비교할 때 장단점은 물론 이질감은 존재 하지만 그들의 좋은 점만 배워 빠른 시간 내에 일본을 추월했으면 하는 마음이며 그건 우리 젊은 세대들이 노력해야 할 몫이다. 모방, 이젠 그것도 하나의 기술이라 생각한다. 일본을 쪽발이니 흉내를 잘 낸다고 원숭이라고 비하한 적도 있지만 지금 와서는 중국이 우리 산업기술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까지 베껴먹는데도 당하고만 있으니 우리 국민 속병의 원인 중 하나 일 것이다. 어찌 됐던 많은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2차 대전 당시 이미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만들었던 나라 아닌가, 그 엔진을 만든 회사가 지금 스바루라는 값싼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고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 또한 우리의 휴화산 같은 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근간에본 어느글에서 일본 자위대 소속 군인들의 학력이나 나이등 모든면에서 형편없다고 폄하하지만 언제 그들의 숨어 있는 근성이 다시 깨어날지 모르기에 침과대단(枕戈待旦)이란 말을 되새기며 언제있을지 모를 그들의 도발에 대비 하며 힘을 길러나가야 할것이다. 막상 가보면 별것도 없는 관광지를 잘 포장해 우려먹는 그들에게 배울 점도 많은 것은 사실이다. 거기다 옛것을 중요시하고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정신은 우리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며 우리도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더 많은 공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것만을 추구 하기보다는 옛것을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유럽에는 아직도 전차가 다니는 도시가 많고 동경이나 홍콩에도 전차가 다닌다. 매연도 없이 천천히 달리는 전차가 여유롭고 평화로워 보이는데 우리는 그런 걸 감상할 기회마저 없애 버렸다. 옛것이 좋은 거란 말처럼 남아 있는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들을 잘보존하는것은 물론 해외에 나가있는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책무인 것이다.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려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수 있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데도 그것을 담당하는 정부관계부처는 고위 인사들이 거쳐가는 정거장이며 낙하산으로 내려온 보은 인사들의 쉼터 역할 뿐이니 좀처럼 변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해외사무소 또한 국회의원이나 정부 각료들의 뒤치다꺼리하는 곳으로 전락해 버렸으니 지금도 별다를 게 없다면 그게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지금까지 K pop 등 K자를 앞에세운 많은 분야에서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숟가락만들고 묻어 다닌 건 다아는 사실이다. 그만큼 덕을 봤으면 정부도 이젠 그들에게도 합당한 포상이 있어야 하는데 쓸데없는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그들이 국가에 기여한 큰 공은 당연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설국부터 먼 북소리까지 일본을 제대로 느껴 보려 했지만 알아 갈수록 변하는 일본의 국민성 때문에 어떤 게 일본인지 점점 혼란스럽다. 200kg 몸무게를 넘나드는 거구의 일본 스모선수들 부인들은 대부분 작고 귀여운 모습이었는데 왠지 걱정스러운 나의 마음을 개미가 바위 밑에 깔려 죽는 거 봤냐는 일본 친구의 명쾌한 답변에 가지고 있던 걱정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하루는 와세다 법대 나오고 미우라(三浦) 라는 바람둥이 성을 가진 친구가 꽃가개에 일자리 구했다고 주위 친구들을 불러 축하주 마시는 그들과 함께하면서도 우리와 다른 그들의 모습에 수많은 생각이 교차하며 지나갔다. 그리고 선진국이지만 국민은 가난하다는 일본 에서 나는 그들의 자연스럽게 검소한 생활 만큼은 우리도 배워야할점 이라 느꼈다. 일본 연예인 중에는 알게 모르게 많은 한국인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소문만 나면 그는 분명 한국사람이라 했다.우리의 위상이 일본 보다 높았다면 그들도 당당하게 한국인임을 자랑스레 밝히고 활동 했을텐데 그런게 아쉽다.그러기에 한국인이라 소문이 났던 일본 여가수 미소라 히바리가 진세이 이치로(人生一路)라는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그 실력이나 당당함이 한국인 임을 숨길수 없었고 무대위 그녀의 모습은 흡사 보고타에서 봤던 어느 여 가수가 추던 살사의 춤사위를 연상케 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52세의 이른 나이에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만명의 조문객들 모습은 일본전역에 생중계될정도여서 국민장 수준의 성대한 장례식 이었다고 한다.각설하고 얼마전 일본친구로 부터 들은 충격적인 소식은 일본에 진짜온천은 1% 밖에 없고 나머지 99% 는 가짜 온천수로 운영한다는 소식이었다. 일본전역의 온천여관을 방문하고 책을3권이나 출간한 온천전문가중의 전문가인 고모리 다케노리(小森威典)라는 사람의 폭로라며 기준 미달인곳도 마구 허가를 내주는바람에 생긴일이라했다. 이미 많은 온천을 다녀봤는데 그런 얘기를 듣고나니 황당한 생각에 정나미가 떨어지는건 사실이나 앞으로는가게되더라도 사전에 잘알아보고 갈생각 인데 그런데 나가노현의 노자와 온천 같은곳은 진짜온천 이라는 말을 덧붙인 이유는 뭘까? 말린건가! 어찌됐던 일본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는 일본 채널에서 나오는 음식 프로를 볼 때마다 조용히 입맛 다시며 마음은 이미 그곳에 가있는 듯하다. 가이센동 , 우니동 오겡키 데스까?


침과대단(枕戈待旦):창을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한 고사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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