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는 주관적, 어쩌면 무의미하다.
나는 19살에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제품 생산 관리를 하는 직무였다. 당시만 해도 그곳이 내 커리어의 시작이자 어쩌면 끝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빠르게 방향을 바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창업 후 스타트업을 경영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에는 대표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이후에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조직원으로 일하기도 했고, 지금은 40명 남짓한 작은 스타트업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대기업 직원, 스타트업 대표, 서비스 조직의 구성원, 그리고 지금의 중간관리자까지. 돌아보면 꽤 다른 역할들을 지나왔다.
이 변화들이 특별한 계획 속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반복적으로 했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능력이 발휘되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하며 찾아다녔다. 그렇게 조금씩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나는 내가 좋아하면서도 비교적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이전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특정 분야에서 놀라운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역량과 맞지 않는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았던 것은 스스로의 능력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각자의 상황과 환경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좋아서 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폄하하는 모습을 볼 때면 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무엇이 그 사람을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었을까 하고 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비교한다. 인간은 능력을 비교하는 데 굉장히 익숙한 존재다. 특히 2000년대 초반 SNS 대중화는 이를 더 쉽게 만들었다. 문제는 그 비교의 기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에 높은 가중치를 두고, 그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동시에 스스로를 평가한다. 누군가는 분석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누군가는 추진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창의성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 결국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나보다 뛰어나 보이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내가 누군가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꼼꼼한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세밀한 엑셀 작업이나 복잡한 데이터 분석처럼 오류 없이 숫자를 다뤄야 하는 일은 솔직히 말해 나와 잘 맞지 않는다. 물론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일을 체계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사람들을 보면 늘 경이롭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나는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을 좋아한다. 하나의 비즈니스를 설계할 때 다양한 이해관계와 미래의 가치까지 함께 고려하며 전략을 세우는 일을 즐긴다.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조금 더 큰 단위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내가 경이롭다고 느끼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나의 능력을 신기하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을 잘하는 팀원들과 함께 일하며 서로의 능력을 보완하고 있다. 각자의 강점이 맞물릴 때 훨씬 더 큰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것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왜 그렇게 쉽게 타인의 방식으로 자신을 평가할까. 누군가는 숫자를 다루는 일에서 빛나고, 누군가는 사람을 설득하는 일에서 빛난다. 또 누군가는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데 강하고, 누군가는 큰 방향을 그리는 데 능하다. 그저 능력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그래서 굳이 그 사람처럼 일하지 않아도 된다. 그 사람의 방식이 정답일 필요도 없다.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나의 방식과 나의 능력을 더 높게 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결국 하나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아는 것, 그리고 그 능력을 제대로 쓰는 것이다. 사람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가장 오래 버티고,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한다. 타인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을 이해하면 된다. 결국 인생은 누군가를 따라가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