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생존할 수 있는 PO/PM 인가요?

미래에 소수의 PO만 남는다면, 그들은 무엇이 다른걸까.

image.png 첫 창업에 뛰어들던 23살

23살에 창업을 시작하며 IT 업계에 들어왔다. 그때는 직무라는 개념도, 커리어라는 개념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저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고 살아남고 싶었다. 기획을 했고 디자인을 했고 경영전략을 고민했고 필요하면 개발에도 손을 댔다. 누군가는 이것을 멀티플레이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단순했다. “회사가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3년을 버텼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의 매출은 마지막 3년 차에 가장 좋았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질문을 받는다. “그때 왜 폐업하셨어요?” 대답은 늘 비슷하다. 나는 그 서비스를 내가 원하는 위치까지 성장시킬 능력이 없다는 것을 창업을 하며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그 한계가, 나에게는 3년이었다.


우리는 외주와 용역, 그리고 메인 서비스를 병행하며 살아남고 있었다. 회사는 유지되고 있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우리가 PMF(Product Market Fit)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PMF를 찾지 못한 서비스를 꾸역꾸역 운영하는 스스로를 보며 자책했다.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성장하고 있는가?”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나에게는 하드 트레이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회사를 정리했다.


이후 당근마켓에 합류했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본질을 보았다. 그리고 자리톡이라는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PO로 일하게 되었고 한 축을 맡으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경험을 했다. 서비스가 성장하는 과정, 팀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제품이 시장을 뚫고 나가는 순간들을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분명 나는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PO로 일하며 항상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이 직업은 영원할 수 있을까?”
“만약 미래에 소수의 PO만 살아남는다면 어떤 역량이 중요해질까?”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일까?”


인터넷과 책을 보면 PO와 PM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문제 상황 분석, 원인 찾기, 고객 인터뷰, 문제 해결 솔루션, 팀과의 얼라인, 배포 후 지표 트래킹. 수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열심히 배우고 연습한다. 물론 중요한 능력들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PO와 PM이라는 직무는 왜 존재할까. 유저 경험 개선일까. 문제 해결일까.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업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 서비스가 성장해야 하는 이유도 단 하나다.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다.” 결국 우리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를 성장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PO의 능력은 무엇일까. 나는 이것이 사업 능력과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퍼널을 몇 퍼센트 개선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장을 다시 정의하고 제품의 방향을 바꾸고 사업 전략을 설계하며 서비스의 성장 곡선을 바꿀 수 있는 사람. 이번 분기 매출 30% 상승이 아니라 300% 성장을 노리는 전략을 만들고 실제로 큰 성장을 만들어내는 사람. 기존 시장에 고착화된 문화를 디커플링하고 모두가 우리의 서비스를 사용하게 만드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팀원들 역시 성장의 도파민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 나는 그것이 “Product Owner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지금 회사에서 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인정받았다. 왜일까. 나는 그 이유가 창업 경험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창업을 하면 직장인의 삶이라는 개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출근과 퇴근의 경계도 없다. 서비스와 회사는 하루 종일 머릿속에 있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만들고 내가 실행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아니, 결과가 나와야만 한다. 나는 그런 환경에서 3년을 버텼다. 그래서 PO가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정도 개선이면 충분한가?” “이건 그냥 개선 아닌가?” “이걸 하면 시장 판도가 바뀌지 않을까?” “이게 진짜 게임 체인저가 아닐까?”


이런 사고방식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 있다. 지금의 내가 업무에서 적용하게 된 세 가지 원칙이다.


첫 번째는 “Swing Big”, 크게 휘두르기다. 나는 1~2% 성장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은 그렇게 해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 보여도 지표 개선이 미미할 것 같다면 과감히 포기한다. 제품의 구조를 바꾸고 성장 곡선을 바꿀 수 있는 큰 아이디어에 집중한다. 제품의 책임자인 PO가 작게 휘두른다면 개인도 조직도 절대 크게 성장할 수 없다.


두 번째는 “Small Wheels”, 바퀴를 작게 만들기다. 크게 휘두르되 만들 때는 작게 만든다. 가설 검증에 2~3개월을 쓰는 것은 낭비다. 가설 검증을 위해 한 사이클을 돌려야 한다면 그 바퀴는 최대한 작아야 한다. 굴러가는지 핵심만 검증하면 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리소스와 시간으로 최대의 임팩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장이 고객에게 충분히 소구되는지 먼저 확인한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이미 지름길을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는 “확률적 사고”다. 감으로 “한번 만들어보자”고 하지 않는다. 모든 현상에는 확률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를 퍼널 구조로 계산할 수 있다. 제품을 만들면 어떤 채널로 유저를 유입시킬 것인지, 고객이 핵심가치에 도달하기까지의 단계와 전환율은 어떻게 될 것인지, 어느 정도의 고객이 실제로 반응할 것인지 등을 미리 계산해보면 실행하기 전에도 승률이 보인다. 결국 PO의 역할은 “승률이 높은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PO나 PM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같은 말을 한다. 간판을 보지 말고 작은 스타트업에 가라고. 확신하건대 네카라쿠배당토 같은 회사에 오래 있는 사람들보다 시리즈 A 정도를 받고 매년 매출을 1.5배 혹은 2배씩 성장시키는 스타트업에서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의 성장 고점이 훨씬 높다.


이유는 단순하다. 큰 회사는 이미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바로 “트래픽”이다. 트래픽이 있는 환경에서는 몇 퍼센트의 개선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능력은 고객을 데려오는 것부터 시작된다. 고객을 이해하고 제품을 만들고 결제를 만들고 반복 사용을 만들고 그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학습할 때 진짜 성장한다.

image.png 과거 후앤잡 창업 시절 사무실

나는 언젠가 다시 창업을 할 것이다. 아마 생각보다 멀지 않은 미래일 것이다. 창업에는 수많은 능력과 운이 필요하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발버둥칠 것이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 모든 것이 실패한다면 나는 다시 PO나 PM으로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와 분명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 직업은 영원할 수 있을까?”

“만약 미래에 소수의 PO만 살아남는다면 어떤 역량이 중요해질까?”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일까?”


AI가 발전하면 분석은 더 빨라질 것이다. 데이터는 더 쉽게 정리될 것이다. 고객 인터뷰의 인사이트도, 퍼널 분석도, 문제의 구조도 대부분 자동화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정보 위에서 어떤 판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다. 작은 개선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판을 뒤집을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지표를 조금 올리는 제품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시장을 다시 정의하는 제품을 만들 것인가.


결국 PO/PM라는 직무는 기능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성장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미래에는 아마 대부분의 PO/PM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소수만 살아남는다면 그들은 아마 이런 질문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 기능이 아니라, 이 사업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을 제품으로, 결과로, 성장으로 답하는 사람.


어쩌면 그것이 Product Owner/Manager라는 직무가 끝까지 살아남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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