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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Jeongseon. End

강원도 정선 여행기(정선, 영월, 청령포, 강원토속식당)

by 이것저것기록자


‘천천히 흘렀으면 싶은 시간‘


오랜만에 떠나온 여행이라 그런지 무언가 잠들기가 아쉬운 것 같았다. 여행을 떠나왔다는 감정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끊임없는 웃음소리인지.. 결론적으로 말하면 꽤나 박작박작한 여행이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단순히 강원랜드라는 특정한 목적을 만나기 위해 온 것 보다도 그곳을 목표로 만나는 다섯 거제 촌놈들의 여행기가 아닌가 싶은데, 이미 카지노는 대목적이 아닌 소목적으로 변화한 것 같았다.

우리는 모이면 늘 섯다라는 화투놀이를 한다. 여기에는 그 누구도 승리자가 없으며 정해진 룰도 없다. 매판 선을 잡는 친구가 정하는 게임 형태(2장, 3장 때로는 4장도 하며 이마에 붙이는 끝으로 겨루기도 한다) 또한,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룰도 있다.(멍사구가 장땡을 잡는 지역도,, 구땡까지만 잡는 지역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섰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박이랑은 거리가 먼 것 같다. 우리의 모임에서 지속적으로 웃음이 뻗어 나는 도구와도 같은데, 항상 나는 돈을 잃는 것 같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칩을 가지고 놀다가 우리끼리 오백 원, 천 원 가지고 노니까 너무 없어 보이긴 했지만 그 작은 돈에 손목을 걸기도 하고, ‘고니’가 되기도 ‘짝귀’가 되기도 한다. ‘아귀’처럼 악독한 이는 없으니 안심하길 바란다.

너네 너무 큰돈으로 하는 것 아냐?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저 자세를 고쳐 앉길 바란다. 예를 들어 이 게임에서의 비단 오백 원이라도 더 쟁취한 친구는 다음 날 밥 값으로 오만 원을 더 내기도 한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나 우리 모임의 먹성은 더 냉정하다. 무조건 1등이 저녁 혹은 다음 날의 점심을 사야 하는데 늘 이기는 것이 손해이기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때로는 뻥카를 치기도 한다.(뻥카는 낮은 숫자 혹은 약한 패를 가지고 배짱을 부리는 형태?이다) 그렇다. 사실상 그 누구도 승부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며 술을 마시고 놀 수 있는 장치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들 새벽까지도 웃음이 가득하고 깔깔거리며 약 15년 전의 고등학생들로 돌아갔다. 그랬다. 나이는 서른셋을 넘어 서른넷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이 모임에서는 여전히 18세의 고등학생들로 돌아간다. 이 것이 이 모임의 모든 목적이 아닐까 한다.(다시 말하지만, 애 아빠가 셋이다…) 웃통을 벗고 놀기도, 내일이 없이 술을 왕창 마시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모두 내일의 먼 거리를 위해 술을 줄이고,, 숙취해소제를 챙겨 먹고 있다. 아쉽지만 노후화가 되었다.

(좌) 친환경 리조트 하이원 힐콘도<잠자리와 함께하는 투숙 이벤트> / (우) 숙소의 발코니에서 바라 본 사북면

‘너무 넓은 하이원 리조트’

총무가 예약한 숙소는 조식 2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조식을 먹을 나를 포함한 셋은 카페테리아를 찾아 떠났는데 전일 저녁에 도착했기에 보지 못했었던 풍광들을 둘러보며 조식당으로 향했다. 아니 향했었다.

하이원리조트는 꽤나 불친절한 것 같다. 아니 내가 그렇게 느낀 것 일수도 있는 게, 조식을 먹는 공간에 대해 소개하는 곳이 없었으며 심지어 조식시간이 훨씬 지나고 나서 궁금해서 찾은 식사장소는 호텔에서 차를 타고 10분을 가야 했거나,, 곤돌라를 타고 이동을 하는 곳에 있었다. 아예 다른 공간이었던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혹시 모를 숙취해소제를 하나 더 구매한 채, 숙소로 돌아가 술을 사며 함께 구매했었던 육개장과 김치사발면의 물을 올렸다.

사람은 다섯, 라면은 넷, 한 명은 못 먹었지만 늦잠을 자는 멤버가 있었기에 모지라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라면을 전부 해치운 우리는 이내 전일 난장을 펼쳤던 숙소를 치우고 체크아웃을 준비했다. 몰랐다 전 날 웃으며 놀고먹었던 공간이 이렇게도 난장판이 있었던 것 인지…

힐콘도 동에 투숙한 우리의 숙소는 정말이지 넓었다. 저렴한 가격에 시설도 좋았으며 위치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훌륭했다. 우리는 황총무에게 극찬을 보냈으며 그렇게 우리의 투숙을 마무리했으며 이곳 강원도 하이원리조트에서의 추억을 쌓은 채 떠났다. 시간이 조금 있었다면 주위를 둘러보며 산책을 좀 했을 텐데 야근에 절어있었던 나에게 그런 체력은 남지 않았었던 것 같다.

(좌) 조식을 찾아 떠나다 발견한 중간 공간 / (우) 조식 장소를 찾기 위해 둘러보았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다시 찾은 영월’

작년, 재작년 나는 내가 맡았었던 프로젝트로 인해 영월을 약 이 년간이나 반복해 왔다. 올해는 다른 팀으로 옮기며 해당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멀어졌기에 영월을 방문할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했으나, 정선을 떠나 주변의 관광지를 찾다가 우연히 영월을 방문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치르는 영월의 계절은 늘 가을이었고 겨울이었기에 사람이 없었었다. 그런데 8월 여름의 영월은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었으며 어딜 가도 웨이팅을 필요로 했으며 내가 거쳐온 모든 곳들에 사람들이 가득 찼었다. 영월이 이런 곳인지 전혀 몰랐었는데,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언제든 사람이 많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음은 명확했다.

(좌) 영월을 향하는 다리 / (우) 전주도 아닌 영월에 있는 한옥 풍의 느낌

여러분은 영월에 위치한 한반도 지형을 아는가? 나는 예전 어린 시절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영월인지는 몰랐었다. 친구 중 하나가 그곳에 대해 말하고 둘째 날의 일정으로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청령포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한반도 지형을 보지 못했다. ‘청령포’는 다른 별개의 명소였다.. 바로 단종이 유배를 떠났었던 곳이라고 했는데 한반도 지형과는 전~~ 혀 거리가 멀었으며 아예 다른 역사적 유적 공간이었다. 우리는 모두 몰랐다 ‘어?’ 한반도는 어디 있어? 저길 건너가면 있는 거야?라고 얘기를 나누고 배를 탑승하러 갔는데 도착해서야 이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잘 못 온 것인데,,, 착각을 하고 청령포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아무렴 어때? 이곳도 무척이나 훌륭한 곳이었다.

(좌) 이 땡볕에 위치한 줄을 보아라.. 기다려야한다. /(우) 이 고물선을 타고 들어간다.


잔잔이는 새소리와 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소리 등, 가만히 있기만 하면 시원한 공간이자 처음 만나는 듯한 공간을 조우했으며 그곳을 둘러보며 역사적인 사실과 더불어 풍광이 주는 모습들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으며 일부는 더위에 짜증을 내기도 하였으나 나는 만족했다. 이런 곳들을 꽤나 좋아하는 편인 나는 정말이지 만족스럽게 공간을 둘러보았다.

빼곡하고도 높은 나무들이 전하는 그늘 아래,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안전하고도 걷기 좋은 산책로를 걸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바람을 맞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단체사진을 기록했으며 매우 더웠었지만 잘 왔다고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며 우리는 어린 시절 바다에서 종종 하곤 했었던 물수제비를 하기도 했으며,, 건너가서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혹여 기다리다 더위에 지쳐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와 진짜 최고다 ‘, ‘와 여길 안 간다고?’, ’ 여긴 진짜 한 번 더 와야 한다 ‘ 등 여러 가지 감탄사들을 던졌다… 우리만 당할 수 없다 이런 심리 30%, 꼭 가라 70%였다. 나는 적어도 그랬다.

(좌) 배에서 내려 숲 속으로 걸어가면 된다. /(우) 엄청난 자연아래 위치한 산책로
(좌) 단종의 유배지로 향하는 돌담길 / (우) 집 안에 위치한 아주 멋진 나무이자 포토존
태양을 피해 숲속에 앉아서 쉬는 사람들


‘영월의 맛집이지만, 너무나 바쁜 공간’

강원도 하면 다양한 음식들이 떠오를 것이다. 특히 영월을 몇 번이나 들리며 꽤나 익숙한 맛집들이 몇 곳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그곳을 들렸다.

국수 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빠르게 나오고 빠르게 후루룩 먹고 일어서서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곳은 꽤나 긴 시간 땡볕아래 대기해야 했고, 심지어 착석해서는 국수가 나오는데 대략 40분이 소요되었다. 점심을 먹고 아주 먼 길을 떠나야 하는 친구들은 슬슬 짜증이 나는지, 몇 번이고 종업원들을 불렀으나 하나 같이 준비 중이라는 회신을 받았다.(이유는 모르겠다)

나는 이곳을 3년째 방문한다. 그러나 항상 비수기에 왔어서 전혀 기다릴 필요도 없었으며 그냥 간단하게 후루룩 먹고 떠날 수 있었던 곳인데 올 해의 국숫집은 그렇지 못했다. 불친절한 종업원들(아르바이트인 것 같은,, 고등학생들이었던 것 같다), 느린 서비스와 더불어 한 마디도 없는 설명에 대해 많이 실망했다. 아마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방문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 없는 식당이다. 고씨동굴 입구 쪽에 위치한 곳이며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이다.

맛을 설명하자면 딱히 특별하지는 않다. 꽤나 걸쭉한 국수이자 칼국수 같은 구성인데(칡국수) 맛은 제법 괜찮긴 하나 특별한 맛은 아닌 걸로 표현하겠다. 취향은 제각각이겠지만 누구나 맛이 있다고는 표현하나 기다림을 가지고 먹을만한 음식은 아니라고 표현하고. 싶다. 실망하고 자시고 가 아니라 그냥 단순히 표현하자면 그렇다.(나의 MBTI는 ISTP이며 과장하는 법도 모르겠고 그냥 표현하는 것이다)

누군가 영월에 간다고 하면 그런 것도 있어~라고 얘기하겠지만 이제는 추천은 하지 않을 것 같다. 모두가 만족스럽지도 불만족스럽지도 못한 식사를 마치고 커피 한잔과 함께 다음 여행을 기약하기로 하며 인사를 나누고 다시 모두의 지역으로 떠났다. 누구는 여수로 누구는 거제로 누구는 부산으로 누구는 서울로..

재밌었으며 꽤나 스트레스를 줄여준 여행이지만 나에게도 많은 숙제들이 남은 여행이기도 했다.

3년째 방문하고 있는 영월의 식당

‘5년째 고민 중인 가장 어려운 이야기’

나는 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 무려 5년 차에 접어들며 곧 있으면 서울이자 이 회사에 뿌리를 내린 지 6년이 되어갈 텐데 여전히 남들에게 나의 직업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나에게 무엇을 하냐고 물으며 직업이 뭐냐고 묻는데 나는 브랜드 마케팅을 한다고 단순히 얘기했으나 그 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인근에 거주하는 서울 친구와는 자주 만나고 직업에 대해서도 얘기를 자주 하기에 내가 무엇을 하는지도 안다.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보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친구들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았는데, 마치 나는 개업식의 풍선 만드는,, 피에로와 같은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들로 묘사되었나 보다. 그래서 나는 풍선을 부는 마임과 함께 칼과 강아지를 만들어 선물해 주었다.

고민스럽다. 늘 이 이야기를 고민하며 직장의 선배들에게 종종 묻곤 했다. 나를 뭐라고 표현할지에 대해서,, 그러나 항상 가로막히는 것 같다.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었다. 물론 친구들은 소위말하는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이며 이름만 들으면 다들 아는 대기업이자 아주 안정적인 곳들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나름 잘 살고 있는데 무언가 참, 그랬다. 나의 일을 뭐라고 표현할 줄 모르는데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도 드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던 것 같다.

때로는 어떤 클라이언트는 나에게 이렇게 우리 일을 표현하기도 한다고 했다.(내가 대략 1년 차이며 그는 대행사에 근무 중이었다) 사람 죽이는 것 빼고 다한다고, 참으로 슬프지만 이게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광고주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하는,, 심지어 완벽한 무대를 위해서라면 최종 클라이언트의 양말도 여러 가지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며, 종종 나는 아주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나의 일을 소개하기도 한다.

다만,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일을 포장 없이 과감 없이 소개하기 위해서는 무어라고 얘기해주어야 할지,, 아직도 고민스럽다.

누가봐도 고씨굴로 향하는 길

때로는 누군가 명확한 이정표로 안내해 주면 좋겠다.

꽤나 생각이 깊어진 여행이었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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