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 동안 미국주식은 사실상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시장의 낙관론이 극에 달했던 2021년 말에는 S&P 500 한 단위로 금 약 2.5온스를 살 수 있었는데, 역사적으로 이 수준은 실물자산에 비해 주식이 과열 국면에 들어섰음을 시사하곤 했다. 이후 금리가 급등하며 이 비율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하지만 4월 9일 목요일 기준 금은 온스당 약 4,7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1월 말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5,595달러에서 물러난 수준이다. 동시에, S&P 500은 자기 자신의 고점을 좀처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금/S&P 500 비율은 이제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더 가까워졌는데, 바로 그 시기는 약 10년간의 주식 약세장(equity bear market)이 막 시작되던 때였고, 금은 이후 10년 넘는 기간동안 7배 이상 상승하는 강세장에 접어들었다.
이 비율이 중요한 까닭은 달러 인플레이션을 걷어내고, 투자자들이 생산적인 금융자산 (productive asset)에 얼마나 큰 신뢰를 두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신뢰를 금 같은 비생산적 자산 (unproductive asset)과 어떻게 비교하고 있는지를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이 비율이 하락한다는 것은 주식을 사는 데 필요한 금의 양이 적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시장이 미래 기업이익(future corporate earnings), 주식시장을 떠받치는 제도적 토대(institutional scaffolding), 혹은 그 이익이 표시되는 통화(currency)에 대한 신뢰를 재평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주식을 보유 하기보단, 차라리 금의 실물적 가치에 투자하겠다는 태도 말이다.
물론, 많은 경우 이런 조정은 일시적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구조적 체제 전환의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 닷컴 버블 붕괴(dot-com bust) 이후 그런 변화가 실제로 자리 잡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의 양적완화가 자본을 다시 위험자산으로 몰아넣기 전까지 그 흐름은 지속되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비중확대를 근거로 2026년 말 금값 목표를 5,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제이피모건(J.P. Morgan)은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의 매입이 분기당 평균 585톤에 이를 것으로 보면서, 올해 말까지 수요가 금값을 5,000달러 부근으로 밀어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금 / S&P 500 비율은 역사적으로 (실질 기준) 주식시장의 장기 부진에 앞서 나타나곤 했던 구간으로 깊이 들어가게 된다. 그 시기에는 주식이 명목상(nominally)으로는 올랐을지 몰라도, 금이나 원자재, 심지어 생활비와 비교하면 실제로는 뒤처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러 분석가들이 보기에 이번 사이클을 다르게 만드는 요인은 안전자산 매수세가 단기적 전술 헤지를 넘어 지속적인 탈달러화 거래(de-dollarization trade)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중국인민은행(PBoC, People’s Bank of China)은 16개월 연속으로 금 보유량을 늘렸다. 개발도상국 전반의 중앙은행들은 매달 약 60톤의 속도로 금을 사들이고 있으며, 연간 전망치는 755톤에서 850톤 사이에 이른다. 세계금협회(World Gold Council)의 외환보유액 구성 데이터는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표시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몇 년 사이 60퍼센트를 웃도는 수준에서 58퍼센트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가장 공격적으로 금을 사들이는 중앙은행들은 지정학적 이유 때문에 미국 국채(U.S. Treasuries)에 대한 노출을 줄일 유인이 가장 큰 나라들이다. 일부 시장 논자들은 이 흐름을 달러화에 대한 “불신임 투표(vote of no confidence)”라고 불렀다. 특정 사건 하나에 대비한 헤지수요를 넘어, 법정통화의 추세적 가치하락에 대비한 보험이라는 뜻이다.
수십 년 동안 금 가격은 실질금리와 역의 관계에 있였다. 실질수익률(real yields)이 내려가면, 무이자 자산(non-yielding asset)인 금을 보유할 기회비용이 낮아지고, 금은 오른다. 반대로 실질수익률이 오르면, 이론상 금은 타격을 받아야 한다. 이 틀은 2010년대 대부분 동안 그럭저럭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2022년 이후부터는 작동이 멈췄다. 실질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2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2퍼센트를 웃돌았는데, 옛 공식대로라면 이러한 수준은 금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금이 급등했고, 분기가 지날 때마다 그 괴리는 더 커졌다.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이번 랠리를 이끄는 수요가 수익률 차이와 상관없는 행위자들로부터 나온다는 점이다. 외환보유액 다변화를 위해 금을 사들이는 중앙은행들은 캐리 트레이드 손익 계산을 할 필요가 없다. 꾸준한 이자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금을 사 모은다는 말이다. 국부펀드들도 금의 수익성을 국채금리와 비교하지 않는다. 매수 주체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그에 따라 한때 금의 움직임을 설명하던 모델은 예측력(predictive power)의 상당 부분을 잃었다.
또 다른 단서는 은 가격에 있다. 1월에 은값은 온스당 113달러에 도달했는데, 불과 몇 년 전 수준과 비교하면 277퍼센트 급등한 것이다. 금은비(gold-silver ratio)는 금 랠리 초기에 80을 웃도는 수준까지 불어났었다. 이것은 귀금속 시장의 초반 상승 국면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기관 자금이 먼저 금으로 몰리고, 은은 후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후 이 비율은 빠르게 축소되었다. 역사적으로 이런 축소는 후기 국면을 알리는 신호다. 랠리가 더 넓게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관들의 신중한 축적세가 주도하던 초기 장세에서 벗어나, 개인투자자와 산업 수요까지 끌어들이는 더 광범위한 흐름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이런 현상은 금값의 긴 하락장으로 이어졌지만, 이번 국면은 금의 하락폭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볼 때, 일시적 랠리보다는 다른 해석에 힘을 실어주는 듯 하다.
즉, 지금 시장에서 가장 드러나는 긴장은 서구와 아시아 사이의 수요 분화(geographic split)일지도 모른다. 미국과 유럽의 금 ETF 보유량은 수개월째 지속적인 순유출을 겪고 있다. 이는 서구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거나, 금리 인하 기대가 계속 뒤로 밀리면서 주식과 채권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패턴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는 실물 골드바와 금화 수요가 좀처럼 꺾이지 않았다. 특히 중국에서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더불어 개인의 금 구매가 급증했다.
이같은 다이버젼스는 이례적이다. 과거 금 강세장에서는 서구의 ETF 자금 흐름과 아시아의 실물 수요가 랠리의 가장 강력한 국면에서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편이었다. 지금처럼 서로 엇갈리는 상황은 선명한 답을 허락하지 않는 질문 하나를 남긴다. 지금 팔고 있는 서구 투자자가 너무 이른 것인가, 아니면 계속 사 모으는 아시아 매수자가 지나치게 성급한 것인가?
금 대 S&P 500 비율은 그 질문을 확정적으로 답해주지는 않지만 그 문제를 사고하는 틀은 제공한다. 이 비율이 장기 평균(long-run mean)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면, 시작 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평균은 지수 한 단위당 금 1.0온스에서 1.5온스 사이 어딘가에 놓이게 되는데, 그렇다면 금은 아직도 상당히 더 오를 여지가 있거나, 주식은 상당히 더 하락할 여지가 있거나, 혹은 둘 다일 수 있다.
이 비율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도달했던 지난 두 차례를 돌아보면, 평균 부근에서 멈추지 않았다. 평균회귀 과정이 거의 늘 그렇듯, 이번에도 오버슈트를 일으켰고 그 과도한 구간은 수년 동안 지속되었다. 금을 늘 포트폴리오의 변두리 역할, 이를테면 마지못해 보험처럼 들고 있는 5퍼센트 비중 정도로 취급해 온 투자자들에게 이 비율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진행 중인 일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갈수록 더 강한 확신 속에서 다변화해 이탈하고 있는 통화(currency)로 표시된 자산에 포트폴리오의 얼마나 많은 부분이 앉아 있는지, 그 비중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심상치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