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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재도 Jul 13. 2023

나는 시를 본다

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바위절벽 꽃     



                                                                                                                                     


바람은 하필이면 깎아지른 

바위절벽 틈에 내 생명을 흘려 놓았다

그러나 나는 바람을 원망하지 않았다    

  

나는 태생부터 위태로웠다 

바람은 매양 틈새에 선 나를 흔들었다.

자라면 자랄수록 더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나는 바람을 미워하지 않았다 

    

때로는 거센 폭풍우에 뿌리까지 흔들리고

한여름 뜨거운 햇볕에 가슴마저 타들어 갔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뛰어내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깊은 틈새로 파고들었다 

    

마침내 틈새에서 피워 올린 

인고의 꽃대 하나, 

아, 그러나 그것은 

흔하디흔한 쑥부쟁이꽃  

   

그러나 나는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벅찬 감동으로 

그 꽃의 개화를 스스로 축복했다  

        

     




어찌 저 꽃만 그럴 것인가.

모두는 아닐지라도 

대다수 우리의 삶도 분명 그럴 것이다.

깎아지른 바위절벽에서 피어난 저 쑥부쟁이꽃처럼

우리 또한 삶의 거미줄에 매달려 위태롭게 살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꽃이 행복한 꽃이 아니다.

안락한 꽃이 행복한 꽃이 아니다. 

값비싼 꽃이 행복한 꽃이 아니다.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꽃은 

스스로 축복하며 피어난 

이름 없는 들꽃이다.     


그대도 그렇다.

힘들게 아등바등 살아온 그대

비록 흔한 쑥부쟁이꽃으로 피어났을지라도 

그대는 분명 축복받은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대의 현재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꽃이다. 

지금 그대의 삶을 스스로 축복하라. 

그대가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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