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 죽방렴竹防簾 ; 조수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서 물살이 드나드는 물목에 대나무발 그물을 세워 물고기를 잡는 전통적인 어구,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한다. 사진은 사천 실안 죽방렴 모습이다.
누구나 가슴속에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그대'를 한 사람쯤은 품고 산다.
가슴속 '그대'가 연인이든 부모 형제든 또는 다른 누구이든 묻지 않는다.
사천시 <노산공원>에 있는 박재삼 시인의 시비와 문학관을 둘러보고 실안 해안도로에 나왔을 때 낙조는 이미 많이 기울어 어둠이 밀려들고 있었다.
나에게 스러져가는 낙조는 아름답다고 하기보다는
왠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별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우리 정서에서 이별은 슬픔과 한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별이란 그 대상을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는 상실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대상과 함께 보낸 시간의 기억이 지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억이 존재하는 한 이별의 상태가 완성되거나 고착된 것은 아니다.
하물며 그리운 '그대 뒷모습'이 가슴속에 화석처럼 새겨져 있는데,
어찌 이별했다 할 수 있겠는가.
화석처럼 새겨진 기억의 가슴에 이별은 없다.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피안의 바다 어느 기슭에서
언제든지 '그대'를 만날 수 있다.
이별은 상실이 아니라 기억의 바다를 항해하여
다른 시간과 공간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별은 그 여행에서 마주치는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