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 미장원

남성적인 성함을 지니신 이모

by 여섯달

아버님 혹은 아드님이세요?

웃으신다

아니, 내 이름이야

죄송해요

아니야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아 어디가면 어색하잖아.


성함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트니 좋다고 하시는 것이다.


화색이 도셨는데 인상이 역시 참 밝고 좋으셨다


떡두꺼비같은 손으로 정성껏 머리를 감아주시고 닦아주시고 말려주시는 데 사람 손길에 부르렁대는 고양이가 떠올랐다

인간도 매한가지다. 살을 부벼야 한다.


서울역 지하 칠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가득 부대낄 때는 나 외에 모두 노인이거나 버금가는 사람들이었다. 젊은 여성의 옆모습이 하나 보일 뿐이었다. 예뻐서 나는 눈을 지끈 감았다. 옴짝달싹 못하는 데서 빤히 쳐다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때면 캡에 걸치는 선글라스도 없고


무튼 그때는 다시 생각한다. 여기가 밀봉되어 결국 숨이 모자란다면. 우리는 물리에 구속된다. 이야기와 예술은 그 다음일까, 의미는 그 다음에서야 생성되든 찾아지든 하는 듯하다


그러면 우리는 숨을 얼마나 나누어 쉴 수 있을까. 얼마나 살과 뼈를 붙이고서 서있을 수 있을까. 지옥이 되기는 순식간이다. 천국이 되기도


이모는 손이 느렸다. 성심을 다하는 손길이었다. 거울을 마주보는 내 얼굴은 왠지 허름했고 눈에 빛이 돌기에는 밑으로 처지고 있었다. 동공에 빛을 반짝이게끔 힘을 주어 크게 떠보면 정신에 생기가 다시 돌았다. 꼴과 내면이 함께 하는구나


그러나 장님들이 걷거나 달릴 때, 웃고 떠들 때, 그들의 눈은 다른 모습이다. 영혼의 창이라는 그곳이 그들에겐 어디서 반짝일까. 그건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일반 사람들이 그것을 마주한다면, 내밀하고 아득한 가운데 무슨, 어떤 빛을 발할까

사람들은 사람이다

뜻은 여러 결을 드러낼 수 있다


'나이들어 아픈 것과 젊을 때 아픈 것과는 틀려'

그녀는 천식이 남아 콜록대는 듯 싶었다

코로나도, 감기 한 번 잘 걸리지 않고 지내왔다'고 자랑하고는 곧 기침을 하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제발 목 내놓고 추운 데 돌아다니지마라.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이 어떤 있으세요?

있지

어떤 손님이에요?

못 나오시겠다고 전화를 직접 주셨어… 그동안 참 고마웠다고… 기력이 다 빠지신거야.

이모는 울음이 목에 잠깐 걸렸다

그런 사람이 어딨어…


이모가 머리를 감겨주실 때 문득 그려졌다. 그녀는 이렇게 꼼꼼히 닦는데 수십년 단골들의 두피 변천사를 너무나 잘 보고 느낄 것이다.

슬프지. 그렇게들 굵었는데.


묻고 싶었다. 젊고 건강하게라면 오래토록 살고 싶으신지. 그러나 나는 몹시 피곤했기에 나부터가 그럴 마음이 당장은 들지가 않았다

고장나면, 하드웨어가, 의식과 영혼이라 불리는 것은 어떻게 되는 걸까

목숨은 뱉어져서 다시 누구의 숨결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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