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때부터인가, 그때도 요즘 애들은 버릇없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련지 모르겠다 풍의 푸념이 적혀 있다고 한다
스물일곱살 쯤 되는 여자애를 만났다. 나와 그렇게 멀지 않다 사실. 어리게 느껴지긴 했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호기심이 일었고, 만나니 세대차이를 다소 느낀다. 개인마다 다를 테다. 그 나이 모두가 그렇진 않을 테니. 그 전형적인 옷차림이나 언행, 모토, 나는 쿨하고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다는 투의 시늉
조심하자
눈이 예쁘나 그녀는 마스크로 입가를 가린다. 그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헤어질 때 활짝 웃는 미소가 예뻤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 겪은 어린 시절의 미국 생활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미국이란 나라는 정이 가기 힘든 얼굴을 지녔다
십년을 살았음에도
그곳은 광활하면서도 무법지대, 그리고도, 체계, 패권을 쥔 모험가의 개척지, 비옥지고도 피로 얼룩진 땅, 혈맹이며 자유와 방종, 우월의식과 탐욕, 알파와 오메가가 상존하는 곳
2
배가 무지 고프다. 힘이 빠진다. 왜 이럴까. 한끼만 먹지 않아도 기력을 못 차린다. 친구는 메타볼리즘이 좋다고 했다
종종 굶주리는 것은 건강하다 삶을, 감사히
3
굶주리고 병들어 죽어가는 이들에게 속세의 축복과 의미, 서사는 어떤 연관성을 띠는가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여'
그래서 스스로를 때로 파멸해, 망가뜨리고
그러면 다시 재건할 동기와 힘이 생기거든'
세번째쯤 들으니 듣기 싫었다
파멸하고 널부러지고 욕망에 엎드리기 위한 수작같았다
나도 넘어가 버렸다 결국엔
누구 탓할 것 없이
난 전쟁을 겪어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가슴 한 켠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
아주 철없고 낭만적인 생각이리라
'잘 어울려'
'어울리는 걸 떠나 그것이 내게 가능할까?
사진 찍는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사람 시체를 본 적 있느냐고 물었어, 없다고 했지
(장례식에서 할머니 한 분을 뵀던 적은 있다.)
그 친구는,
길바닥에 널부러져 죽은 몸둥이를 본 적이 있고, 잔상이 아주 오래 남더래. 본인은 그런 델 가고 싶지 않대
그것이 체질적으로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
'너라면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이 듣기 참 좋았다
최근 들은 어떤 말 보다도
우리는 여러 얘길 진솔하게 나누었다
폴리애모리, 둥글게,
그러나 나는 얼마나 솔직했을까
질투를 나는 기피한다. 본능적으로
마주치고 싶지 않다
어쨋거나 우리는 함께 마니페스트를 한다
'사실 나는 끌어당기는 걸 잘하는 편이야. 그래서 너한테 좀 미안해. 너를 많이 생각하고 상상했거든'
4
집에 와서는 내 몸이 너를 그리워한다
5
키스 자렛은 여전히 고갤 떨군 채 몸뚱일 이리저리 굴려대며 수다를 떤다. 그는 역시나 말이 너무 많다
왜 그를 찬사하는지 난 헤아리지 못한다
더군다나 그녀와 속삭이듯 이야길 나누는 순간에는
그는 배경음이 되기에는 말이 너무 많아
6
그 어린 아이에게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 것은
어린왕자 장미같이 굴어서다
어설프게
그러나 나는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녀의 내면 깊숙이
나는, 그 장미를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코끼릴 삼킨 뱀은 흥미를 돋우었으나
7
다른 친구는 서울을 걸으며 아픈 가슴을 달래고 있을까
나의 방정맞은 상상일 뿐일까
카르마가 실재하는 듯하다
그 남자와 나는 겹치는 부분이 있고, 나는 죄구멍으로 힘껏 들어섰으니
이제는 벌을 받겠다
꽃은 저물고
감도 밑으로 쏠린다
누구도 따주질 않아
널 훔쳐갈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