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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시만녀 Aug 07. 2024

디지털 치매 부작용

2. 영어와 한국어 '난독 증상'




눈앞에 활자가 3D 입체 모양으로 떠있고 s q p d 같은 철자가 좌우로 바뀌며 흔들리고 움직이니 -중략-

한국 친구들과 대화 중에 다들 웃는데 혼자 눈만 껌뻑이며 무슨 소릴 하는지 버퍼링이 걸릴 때도 있었다.









 스마트 폰 부작용



   휴대폰 하나로 모든 걸 다 할 수 있지만 부작용으로 나는 '난독증'이 생겼다.  말하자면 난독증이 아니라 현대인의 병 이자 도시인이라면 너도 나도 걸릴 수 있는 '난독 증상'이다.


   실제 난독증은 뇌의 어떤 부분의 결핍이고,

학창 시절부터 나타난다. 책을 읽거나 철자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어휘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증상인데 반해 내가 가진 '난독 증상'은 후천적이라 '난독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난독 증상이 생긴 건 십여 년 전 즈음 독서가 취미인 내가 언젠가부터 독서를 오디오로 듣는 게 편해졌고, 길고 빽빽 글을 호기심으로 파고들었던 과거에 비해 장문을 읽는 건은 내게 곤욕을 치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짧은 몇 문장 정도만 대충 읽고 넘기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만 보기 시작했다. 삽화 없는 두꺼운 을 읽는 , 혹은 펜을 들어 종이에 직접 기록하고 손글씨 쓰는 방법 대신 영상으로 쉽게 찾아보휴대폰 메모장에 적거나 빠르게 '붙여 넣기', '캡처' 등으로 짜깁기 기록 하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우리의 삶은 과거의 예측보다 훨씬 편리해졌다. 디지털 기기의 역할이 증가하면서 발생된 것으로 다른 말로는 ‘IT(information technology)  건망증(Technology amnesia)’으로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타나고, 이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디지털 치매’는 사회적 현상이 낳은 증상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단축 번호가 없으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 수 없다.


2. 암산능력이 많이 떨어져서 간단한 계산도 계산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3. 컴퓨터에서 찾아 쓰는 한자에 익숙해 책을 읽을 때나 직접 한자를 쓸 때 막막해진다.


4.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 찾기가 힘들다.


5.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나 키보드 입력이 더 편하다.


디지털 치매 나는 얼마나 포함되는가?



이러한 현상은 반복학습의 저하에 의한 인출기능의 약화에 기인한다. 인간의 기억은 반복학습을 통하여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전환되는데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이러한 반복학습의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단기기억의 저하와 장기기억으로의 전환이 줄어들게 된다. 

 디지털 기기가 이러한 기능을 대신해 정보를 저장해 주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귀찮은 인출 과정을 대신해 주므로 자연히 뇌 속의 내용을 끄집어내는 인출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디지털 시대에 맞도록 인간의 뇌가 진화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진화와 퇴행은 구분되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내부 변화가 생존의 확률을 떨어트린다면 이는 퇴행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자동차의 증가로 걷는 시간이 줄어들고 비만이 증가하는 현상과 맥을 같이한다. 사람의 몸무게가 증가한다고 체력이 좋아지거나 건강해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단기기억이나 인출과정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판단력과 같은 고차원의 창조적인 능력이 증가된다는 증거도 없다.


기억력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하는 법이다. 인간의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영역에서 담당하는 데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마가 위축돼 기억의 용량이 줄어들 수 있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또 ‘기억’ 보다 ‘검색’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기억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검색의 편리성이 더해지면서 기억할 수 있는 내용조차 디지털기기에 저장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지털치매가 뇌 관련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의학적 보고는 없다.


‘디지털 치매’가 걱정된다면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한 박자 느리게 사는 방식" 을 선택하는 것도 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되살리는 생활을 하자는 말이다.  노트필기와 메모의 양을 늘리고 내비게이션에 의존하기보다는 표지판을 보며 길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잘준비가 끝나면 어김없이 스마트폰을 켜서 둘러보다, 어느새 잠에 빠지는 행동이 루틴이 되어버렸다.


    빠르게 발전하는 장점을 최대한 누리느라 그에 따른 단점잊고 있었다. 스마트 폰에 대한 우려의 대상은 어른이 아닌 항상 아이들이다. 


     부모의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는 '알아서 해야 하는 어른 아이'는 조절을 '안'한다. 내가 필요한 만큼 보고 즐기며 빠져서 헤어 나오지 않아도 회초리를 드는 사람이 없으니 조절할 필요가 없다.    물론 휴대폰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은 요즘이라 원치 않게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훗날 부작용이라는 과제를 극복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긴 시간이 축적된 부작용의 결과 나는 난독증상 이 생겼다. 이 난독 증상은 내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나를 지독히 괴롭혔다. 특히 책을 읽고 리포트를 써야 하는 상황에 읽고 또 읽고 반복해 읽었어도 단어와 문장을 군데군데  빼먹고 넘기다 처음 읽는 것처럼 다시 반복하고. 집중과 이해를 위해 적으며 무던히 애를 쓰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알고 있는 어휘도 기억 안 나 적절한 어휘를 찾느라 사전과 휴대폰을 밤새 옆에 끼고 혼자만의 전쟁을 치르는 일이 지속되었다. 남들은 한 시간이면 끝날 것에 나는 날아다니는 글을 잡으려 2-300% 에너지를 쏟아붓다 결국 고갈되었다. 




난독증 환자의 시야를 시각화했을때. What visual'Dyslexia'feels like look. 나의 '난독 증상'이 심할때도 이런식으로 보였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뇌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나중에는 눈앞에 활자가 3D 입체 모양으로 떠있s q p d 같은 철자가 좌우로 바뀌며 흔들리고 움직이니 애먼 볼펜만 씹어 대다 시험을 싹 말아먹은 적도 있었다.


     사람들의 대화도 아득해진다. 증상은 더 나빠져서 한국 친구들과 대화 중에도 터졌다. 다들 웃는데 혼자 눈만 껌뻑이며 무슨 소릴 하는지 버퍼링이 걸릴 때도 있었다. 집중이 안된다. 머리가 멍-해진 기분. 한국어든 영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었다. 나는 난독 증상 활자, 어휘, 언어, 말하는 것 자체에 압박을 느껴 홀로 고군분투하는 괴로움을 겪게 된다. 결국 극도의 스트레스를 견뎌내다 어느새 '백치 아다다' 지경에 이르렀고 그냥 스스로 입을 봉해 버리고 관계에 등을 돌려 숨어 버렸다. 



     이런 '학습 능력 장애' 스마트 폰에 의해 생긴 디지털 치매 증상이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산만해진 내 머릿속에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은데..라는 의심이 들어도 자신이 '모지리' 같아 어디 가서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했다. 혼자 답답함에 끙끙 앓다 다시 책을 펴서 보면 눈앞에 뒤집어진 활자에 아주 성질이 나서 치워버렸다.

      자포자기했던 나는 더욱 소셜 미디어의 흥미로운 영상이 주는 시각적 자극깊게 집착했다. 에너지를 애써 사용하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행동과 선택을 다양하게 대신해 주는 인터넷 속 세상이 편했다.




    

소셜미디어가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미국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By News 8


 "그거, 그거 있잖아 아까 그거, 저기 저기 그거 뭐지? 이거.! 그건데, .... 그 왜 저기 생각이 안 나지" 나는 대화의 시작과 끝을  '그, 이, 저'로 장식하고 있었고 대화가 끝나면 피로감이 내리 몰려왔다. '나  이러지..'


     안 되겠다. 앞으로 어쩌나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책장으로 가서 책을 폈다. 역시 십 초도 지나지 않아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막막했.




 '서두르지 말자. 조급할 이유 없다. 지금은 온전히 내 시간이다' 


나를 달래듯 책을 한 글자 한 글자 빠짐없이 천천히 소리 내 읽으내 귀 들려주었다. 중간에 정신이 달나라로 갈 때쯤 손가락으로 꼭 짚으면서 뇌가 이해할 때까지 소화시키 글의 맥락과 어휘, 인내에 인내를 나의 템포에 맞추어 나갔다. 그렇게 한걸음 한 걸음씩 체하지 않도록 교정을 시작했다. 한두 달 꼬박 하다 보니 이 방법은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분명 개선시킬 수 있겠다 희망이 생겨났다. 

물론 금방 쉽게 변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을 들여도 시작은 미약하겠지만 변화는 온다. 마치 아주 뜨거운 커피를 후- 불며 식혀 마시듯 천천히 글을 마음에 담아 읽어 내려가는 것이다.


아날로그식 반복, 입으로 소리 내 읽기, 직접 으로 쓰기, 메모하기, 일기 쓰기, 속독 금지 등 인터넷에 중독된 안개 낀 뇌를 정화시키고 디지털 치매의 장막을 걷기 시작했.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도 자연스레 줄어들고 있었다.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다시 떠올려 보면 한국의 친구들과 이별 후 미국에 왔을  시기  권태로움에 스마트 폰만 내내 붙잡고 - 때리던 것이 결국 단기 중독으로 이어지고, 동시에 그것이 학업 에영향을 미쳐서 점철되어 기름을 부은 꼴이 아니었나 추측해 본.



    현재까지 난독과 인터넷 중독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없다고 하지만 ADHD와 같은 듯 다른 디지털 치매 증상 부작용. 멀쩡하던 나 같은 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와 같은 증상.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쩌면 이미 앓고 있을지도 모를 디지털 치매. 미래에는  수가 증가하여 개인의 숨겨진 이상 증상에서 끝나지 않고 다수가 겪는 사회 문제로 귀결 수 있다고 생각한.


    



   

권태를 대신하는 소셜 미디어 훗날 여러가지 부작용으로 나타날수 있다.



    중증 디지털 치매에 빠질 뻔했던 나는 그 후 한국에 오랜만에 방문했다. 모든 게 다 반가웠다. 이동 중에 서울 지하철을 타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게임 속 NPC처럼 검은색 롱점퍼를 입고 스마트 폰을 손에  같은 자세로 각자 세상에 빠져 있었다. 미국과 대조적인 그 광경이 새삼 흥미로웠다.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를 것 같이 다들 화면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와중에 목을 길게   다른 사람도 있는지 두리번거리면서 찾아본 기억이 있다.


  미국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한 손에 스마트 폰을 들고 집중하느라 눈 맞춤의 가벼운 인사도  스킵하고 서로를 지나쳐가는 경우가 전에 비해 늘어난 걸 느낀다. 역시 젊은 층이 그렇다. 전 세계 남녀노소 인종 가릴 것 없이 소셜 미디어 중독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디지털 치매 증상을 방치하현대인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 추측한다. 당신의 인터넷 사용시간과 빈도를 체크해 보면 의외라 놀랄지도 모른다.


 우리는 저도 모르게 뇌를 하루종일 혹사시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더 재미있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인스턴트식 숏츠, 숏폼과 영상 마치 사냥하듯 찾아 헤맨다. 나쁜 습관은 너무 쉽고 빠져나오기 어려우며  판단력이 떨어져 잠식당해도 인지하지 못한다.



   자꾸만 전과 달리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문해력도 떨어지는 것을 느낀 다면 스마트 폰 대신 종이책을 들어 디지털치매가 생긴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확인해 보길 바란다. 혹여 생겼다 해도 다시 되돌릴 수 있으니 당신만의 아날로그 방식을 찾길 바란다. 더 늦지 않게. 더 도태되지 않게. 스마트폰에 이겨낼 당신을 격려하고 응원한다.  -끝-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995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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