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 와 여자아이 의 발자국 소리의 차이?
딸이 우리 아파트 근처로 집을 사 이사했다.
내가 손녀를 봐주기로 하고 복직을 해야 해서 이사하면서 3살 손녀 때문에 안심존을 2백만 원을 들여 깔고 이사했다. 코로나가 터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바이러스에 모든 사회적 기능이 마비되어 갔다. 어린이집을 가는 날보다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터졌다. 17층에 고3 언니도 학교와 도서관을 가지 못하니 집에서 공부 중이었던 거다.
인터폰이 울렸다. 왠지 인터폰이라는 것이 좋은 거보다 이해충돌이 생기거나 문제가 있을 때 울릴 때가 많아 "뭐지?" 하면서 받았다.
아이 뛰는 소리에 딸이 집중해서 공부를 못하니 주의를 주셔서 조용히 해주셔요 하며 날카롭게 쏘아붙인다. 멍하니 인터폰을 들고 서있었다. 손녀는 새근새근 낮잠을 자고 있었다. 가슴이 방망이질 을 하는 듯 뛴다. 코로나로 층간소음 때문에 이웃 간에 소음이 사회적 이슈로 시끄럽다. 우리가 층간소음의 당사자로 지적을 받으니 머릿속이 하얗다.
누구한테 경우 없거나 예의 없는 행동을 보인적이 없는 예민한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진정하며 소파에 앉아 생각을 한다. 손녀는 자고 있는데 쌓이고 쌓였던 걸까.
우리 집은 22층이다. 23층에 아기는 남자아이다. 시도 때도 없이 뛴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늦은 시간에도 "우당탕탕" 의자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의자가 넘어지면서 안 다쳤을까? 염려가 된다. 예민한 성격이지 부처님 가운데 심장은 절대 아니다. 그냥 잠깐의 소음으로 마음을 다스리며 산다.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니까 불편함을 좀 감수해 주자고 남편과 아들한테 늘 이야기한다. 딸과 사위가 저번에도 인터폰을 받았다고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한다. 며칠뒤 애플망고 한 박스를 사서 17층 벨을 눌렀다. 50대 초중반 아주머니가 문을 연다."나! 18층할머니예요?". 애플망고 박스를 건네면서 지금 시간 괜찮으면 우리 집에서 차 한잔 하면 어때요? 아! 네 그럴게요 하면서 따라온다. 집에 들어서면서 안심존을 이렇게 좋은걸 전체를 까셨네요 한다.
"어머! 손녀 셨구나" 우린 손주가 있는 줄 알았는데, 어머나 이렇게 귀여운 여자아이야?
발자국 소리나 뛰는 소리가 남자아이만큼 데시벨이 심한가요? 물론 남자와 여자아이의 데시벨이 아이들 각자의 데시벨 차이겠지만 손주인줄 알았다는 소리에 물으니 얼굴이 붉어진다.
우리 딸이 고3이다 보니까 예민해서 짜증이 나면 나한테 화를 낼 수 없으니 트집을 잡는 거 같아요, 사실 저희 부부나 아들은 못 느끼겠는데~ 저희가 좀 죄송하네요. 이후로 아무런 문제 없이 3년이 지났다.
그 뒤로 엘리베이터서 만나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고3딸내미는 대학생이 되었다. 만나면 모른 척
고개를 돌린다. "나도 아는 척 안 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