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보통의 디자인 회고일기
2년 전이였다. 갑자기 PM님께서 1년 정도 파견근무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씀하셨다. 2800억 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고, 고객 측에서 디자이너를 요청해서 갑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평소에도 당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큰 배움이 될 것 같기에 꼭 가고 싶다고 의사를 표현했다.
1. 디자인만 바라보던 삶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경험으로
처음으로 SI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다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시청역에 위치한 장소에서 킥오프 미팅을 참여했다. 매번 사내에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규모가 큰 외부 프로젝트의 디자인리드로 참여한다는 것이 큰 부담감을 가지게 했지만, 반대로 흔치 않은 경험을 한다는 것이 또 다른 설렘을 가지게 해 줬다. 벽을 허물어야, 돌다리가 생기고 그 다리를 건넘으로써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희망하고 있었다.
2.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다고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다
프로젝트를 참여했을 당시, 제일 놀랬던 부분은 300명이 넘는 인원 중에 정말 소수로 구성된 디자이너와 1명뿐이었던 기획팀 나머지는 모두 개발자와 운영팀이었다. 인력풀 구성만 보고 바로 고객이 왜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 몇 개월동안이나 답답함을 안고 운영팀에 기획자와 디자이너를 요청했는지 알 것 같았다. 처음으로 SI프로젝트의 놀라움을 느꼈었다. IT업계는 기획, 디자인, 개발 큰 덩어리로 3가지의 분야가 나뉘어 있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만의 역량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 역량을 101% 발휘할 수 있을 때 더 나아가 타 분야에 이해력을 길러야 된다고 느낀다. 종종 어느 기업에서는 디자이너에게 개발의 역량을 원하거나 기획자에게 디자이너의 역량을 원하는 곳이 있지만, 나의 생각은 이러한 행동은 그저 회사에서 추구하는 바일뿐, 개인으로나 프로젝트 단위로 보았을 때 서로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느낀다.
3. 첫 번째 행동은 디자인을 하지 않았던 것
프로젝트를 참여했을 당시 PM 측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디자인 아웃풋을 만들어주길 원하였다. 물론 고객의 의사 없이 디자인 아웃풋을 만든다는 것은 레퍼런스들만 잘 벤치마킹 했다면 가능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나의 행동은 디자인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량적인 데이터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달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팀을 운영하고 컨트롤하는 PM의 입장에서 내가 했던 행동은 프로그램 상의 버그와 같은 행동을 했기에, 탐탁지 않았을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에서야 나의 의견을 수렴해 주신 부분에 감사함을 느낀다. 노트를 들고 클라이언트가 상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찾아가, 진정 어떠한 서비스를 원하는지, 어떤 그림을 상상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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