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체조를 사랑하는 딸내미가 대뜸 건넨 말이었다.
"엄마! 저녁 메뉴가 뭐야? 나 연어 덮밥 먹고 싶어."
최근 들어 연어를 자주 먹어서 꺼림칙하지만 메모지 한 장 들고 함께 손 잡고 나섰다.
가는 곳은 집 앞 장어덮밥집. 아인이는 가시가 목에 걸릴 것 같아 장어는 못 먹고 대신 연어 덮밥을 먹는다.
초밥 말고 그냥 밥으로 주세요!
유일하게 한 공기 다 먹는 곳이다.
잘 먹이고 싶은 엄마의 욕심과 외식하고 싶은 아이의 바람이 만나는 곳이다.
대신 오늘은 조건이 있다.
"너랑 나랑 한 달 동안 프로젝트가 있어."
"뭔데? 뭔데?"
차분하게 앉아서 얘기하고 싶어서 호기심에 방방 뛰는 아이 옆에서 가만히 걸어갔다.
주문을 해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아인아, 아인이가 체조를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도 하고, 정보도 찾아보고 그러잖아.
그리고 계획도 세워서 인증도 하고 시간 맞춰 계획대로 다 하고 말이야.
그걸 기록으로 남겨 보라는 제안을 들었어.
네가 처음부터 다 생각도 하고 쓰기까지 하라고 하면 못할 테니..."
"맞아 엄마. 귀찮아서 안 할 거야!!!"
"처음에야 그러겠지. 그래서 네가 얘기를 하고 대신 영상이나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서 모으면, 엄마가 매일 써서 기록을 하는 거야. 어때?"
이렇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인이한테도 생각이 있었단다. 자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국내외 체조 선수들에 대한 인물 모음집을 만들어 보고 싶었단다. 두 장으로 구성을 하고 싶단다. 이렇게.
기계체조 인물 모음집
저자 김아인
목차
작가의 말
이야기를 열며
1장
체조에 대한 모든 것
나의 경험
2장
선수 소개
과거
현재
전자책은 싫고 종이책으로 내고 싶단다. 그래서 저번에 다녀왔던 책과강연 비즈인큐 연사로 무대에 서고 싶단다. 엄마가 진행자가 되어 주면 좋겠단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또 텔레비전에 출연을 하고도 싶단다. 아빠한테 얘기해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온다면 어떨까?라고 하길래, 그건 엄마한테 말해도 된다고 했다. 지난겨울 우연히 방이역 뒷골목을 지나다가 오리 두 마리를 반려 동물로 키우는 분들을 만나서 블로그에 사진과 함께 소개를 했더니,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그램 작가한테서 연락이 왔었다. 그때 경험으로 제보한다는 게 별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렇게 해서 30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아인이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타임스탬프로 인증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고, 나는 잘 듣고 기억을 더듬어 지난 1년 간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체조'라고 하면 리듬 체조를 떠올린다.
손연재를 떠올린다.
기계체조를 하겠다고 하는 아이는 내 삶의 바운더리 안에는 아인이가 처음이다.
그리고 아인이는 우리 집 늦둥이 셋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