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발자취 두번째_홈쇼핑은 왜 사양산업이 되었을까
홈쇼핑의 하향세를 논하기에 앞서 배경 설명을 조금만 더 하고자 한다. 홈쇼핑은 1995년 GS홈쇼핑, CJ온스타일을 시작으로 2001년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NS홈쇼핑이 차례로 개국했다. 이어 2012년에 홈앤쇼핑, 2015년에는 공영홈쇼핑이 더해지며 총 7개의 라이브 TV홈쇼핑 채널의 체계가 갖춰졌다.
거기에 더해 2012~2015년 T커머스(TV+Commerce약자)라고 부르는 디지털방송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10개의 데이터 홈쇼핑 채널이 개국하며 총 17개의 홈쇼핑 채널 체계가 완성되었다.
은근 주변에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데이터방송은 녹화방송이다. 사전에 촬영한 방송을 몇 번이고 재방송처럼 송출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고정비가 줄어 이익률이 좋다. 채널도 후순위에 많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송출수수료도 라이브 방송보다 덜 하다. 당연히 같은 시간대에 팔아야 할 주문 목표가 라이브보다 낮은 편이고 협력사가 방송사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홈쇼핑의 시간은 돈>
홈쇼핑은 새벽 6시부터 익일 새벽 2시까지 1일 20시간 정규방송을 운영하는데 보통 60분 기준으로 20개의 상품 편성이 하루 동안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시간대별로 상품이 팔아야 할 목표가 다른데 이를 주문 목표라고 한다. 당연히 같은 상품이라도 TV 시청률이 떨어지는 낮 2시와 퇴근 후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저녁 8시의 시청률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시간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판매실적은 달라진다. 홈쇼핑사들은 이러한 시간대별 가치 값을 과학적 근거로 다르게 두어 팔아야 할 목표를 설정한다. 가령 낮 2시에 주문 목표가 1억이라면 저녁 8시는 목표가 6억까지 오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 상품이나 저런 프라임 시간대에 방송할 수 없다. 편성팀은 저녁 8시에 방송해도 목표액을 할 만한 상품을 까다롭게 선정한다.
흔히 우리 세계에서 시즌을 탄다고 하는데 카테고리별로 상품 판매가 잘 되는 시즌이 있다. 엔데믹 시점에는 여행상품이 호황을 누렸고 3~4월은 패션이 잘 나갔다. 보통 7~8월이 되면 계절가전이 잘 나가는 때인데 올해는 어려운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울상이다. 그나마 건강기능식품은 공급자가 많이 주도하는 시장이라 해당 카테고리로 편성을 메꾸고 있지만 실적은 영 부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 기간 잠깐 홈쇼핑은 반짝 수요를 누렸지만 작년부터 홈쇼핑 업황은 많이 좋지 않다.
위 사진은 홈쇼핑 산업구조에 대해 간략히 정리한 내용이다. 우리가 집에서 시청하는 TV는 유선방송, IPTV, 위성방송 등의 플랫폼이 있어야 송출을 받을 수 있다. 유로 플랫폼은 TV 시청자가 유로로 사용료를 내기도 하지만 지상파를 제외한 홈쇼핑사와 같은 콘텐츠 제작사들의 프로그램 전송을 대가로 송출수수료를 받는다. 가끔 5~11번을 제외하고 내가 보던 채널의 번호가 바뀌어 있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년에 한 번 Bidding 하는 채널 사용권을 따낸 방송사는 앞번호에 배치되고 그렇지 못한 방송사는 뒤 번호에 배치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해마다 홈쇼핑사가 지출하는 송출수수료가 증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제 송출수수료만 2조를 내는 시대가 곧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OTT 서비스 등으로 인해 TV 시청가구수는 해마다 줄고 있고 쿠팡이나 모바일 커머스 등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채널들로 인해 홈쇼핑 매출은 빠지는데 고정비인 송출수수료는 줄지 않는 부분에 있다. 방송 매출액 대비 비율이 53%까지 올라가는 상황이다. 이는 곧 협력사와 고객에게 비용이 전가된다. 홈쇼핑사도 빠지는 매출과 송출수수료라는 고정비용 때문에 같은 시간이라도 해마다 달성해야 할 주문 목표가 오르고 있고 그만큼 협력사가 지출해야 할 수수료도 오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에 있다. 작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서 제시한 송출수수료 개편안은 1, 2차 협상 방식으로 나뉘는데 이 중 2차 협상 방식에 문제가 있다. 홈쇼핑 업체들이 희망 입찰가를 유로 플랫폼(IPTV 등)에 제출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업체가 채널을 가져가는 경매방식이다. 구조 자체가 수수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라이브를 하던 상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의 데이터방송으로 밀려나고 최근에는 쿠팡이나 모바일 라이브 방송, 온라인 채널 등으로 활동영역이 변화되었다. 회사 입장에서 유사한 매출을 하는데 영업이익이 20% 나는 채널과 50% 하는 채널이 있다고 하면 당연히 후자를 택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영업이익이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채널 포트폴리오상 매출을 일으키고 제품을 홍보할 목적이 아니면 웬만한 협력사들은 홈쇼핑계를 떠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매출이 예전 같지 않다면 비용이라도 줄어야 하는데 위에 말한 구조적인 문제로 홈쇼핑사들도 생존을 위해 수수료를 줄일 수가 없다. 누군가가 떠안는 폭탄 돌리기가 몇 년째 지속되는 이유이다. 이 업계에 오래 몸담은 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라 자부하고 또 사랑하는 채널인데 상황이 이러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아마도 수년 내에 이 산업은 큰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안에서 소수의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들, 매출과 홍보 목적으로 편성을 지속하는 대기업들, 일부 혁신적인 상품력을 갖춘 회사들로 구분되어 살아남을 것이다. 사실상 이미 지금도 이러한 상황이다. 홈쇼핑사들은 저마다 탈 TV홈쇼핑을 외치며 사명을 바꾸고 모바일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그에 대한 반증이다. 해법은 없을까? 그래서 다음 장에서는 홈쇼핑에서 크게 성공하여 국내에 새로운 식품 트렌드를 일으켰던 한 회사의 성공과 쇠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며 이 고민을 풀어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