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경찰공무원이 되어야 할까?

by 글 쓰는 경찰관

어느덧 경찰공무원으로 입직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경찰로 복무하며 10편이 넘는 단편소설을 써서 공모전에 도전했는데요.

감사하게도 세 번의 수상, 한 번의 연재 제의를 받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행복한 순간을 누릴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소설을 쓴 계기와 원동력은 모두 이 경찰 공무원이라는 직업에서부터 비롯됐거든요.


자, 각설하고 오늘은 왜 작가가 경찰공무원과 잘 맞는지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해요.

그리고 경찰이자 사회초년생인 제가 어떻게 글 쓰는 시간을 확보했는지

지금부터 그 비밀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글은 경찰의 기본 부서인 지구대, 파출소(지역경찰) 위주로 작성되었습니다.




1. 비교적 적은 근무일


작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소재를 찾고, 글을 구상하고, 집필하고, 퇴고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투입되니까요. 여건만 된다면 잠자는 시간만 빼고 글만 쓰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있을까요? 생계를 생각하면 다른 직업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죠. 직업을 가지면 집필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작품 활동에만 매진하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안하죠. 작가의 영원한 딜레마입니다.


따라서 작가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으면서도 많은 여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조건에 부합하는 직업이 바로 경찰공무원이지요.


서울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볼까요. 24시간 돌아가는 지구대, 파출소는 아래와 같이 근무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간-야간-휴일-휴일(4조 2교대)



쉽게 말해 이틀 일하고 이틀 쉬는 겁니다. 한 달로 보면 15일을 쉬는 셈인데, 몰입이 필수인 소설가에게 이보다 좋은 조건이 있을까 싶습니다. 나흘 중 이틀을 주말처럼 온전하게 자기 시간으로 가져가니까요. 게다가 주간 근무가 끝나면 다음 야간 근무는 24시간 뒤이기 때문에 그 시간까지 활용하면 나흘 중 사흘을 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2. 난이도가 높지 않은 업무


오해하지 마세요. 경찰이 만만한 직업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모든 하위공무원이 그렇듯, 비슷비슷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사무이기에 민간 기업보다 업무 난이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지구대, 파출소의 경우 6개월만 배우면 일을 마스터한다고 할 정도로 업무의 복잡성은 낮습니다. 그러니 내가 경찰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여러분이라면 다 할 수 있습니다.






3. 퇴근하면 끝! 스트레스받지 마!


지역 경찰 교대 근무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지구대, 파출소는 야근이 없습니다. (교대 전 사건이 길어져서 약간의 야근을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경우) 다음 팀에게 인수인계하고 나면 머리를 비워도 된다는 얘기죠. 담당 업무도 없어서 직장에서 연락이 올 일도 거의 없습니다. 퇴근하면 그때부터 여러분의 세상인 거예요. 저 같은 경우, 퇴근하는 그 순간부터 작품을 구상하다가 집에 도착하면 바로 집필에 들어갔습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요!






4. 널린 게 소재. 쓸어 담으면 모두 내 거.


긴말하지 않고 단적인 예시를 들어볼까 합니다.


12.3 계엄령 당시, 저는 국회 정문을 지키고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 체포 당시,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서부지법 폭동 당시, 서부지법 정문을 지키고 있었고요.


혼란한 시국이 이어지는 지금, 공교롭게도 저는 서울청 기동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기동대가 뭐 하는 곳인지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이것만 알고 계시면 됩니다.


'서울에 큰일이 생기면 기동대가 출동한다.'


뉴스에서 형광 점퍼 입은 경찰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들이 바로 기동대원입니다. 경력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죠. 그러다 보니 역사적 현장들을 꽤 목격하는 편입니다. 소재가 넘쳐나는 거죠. 언젠가 일선 경찰의 시각에서 12.3 계엄령을 소재로 글 써 볼 계획입니다.


지구대, 파출소는 어떨까요? 지역 경찰은 세상의 어두운 면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지역 경찰에 고작 1년 있었는데요. 그때 겪었던 사건들로 책을 한 권 쓸 수 있을 만큼 많은 경험을 해봤습니다. 고독사, 자살 시도자, 취객, 정신이상자, 가정폭력, 학교폭력. 드라마 영화가 우습게 보일 정도로 자극적인 사건들에 자주 노출이 됐었죠. 그때 겪었던 일은 작품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쓸 수 있겠죠.






5. 경찰 공무원도 공무원! 소설가의 꿈, 안정적인 직장!


성공한 작가도 가지지 못한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안정적인 수입입니다. 작가는 프리랜서죠. 프리랜서는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고 능력만큼 벌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입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늘 안정적인 수입에 대한 갈망이 있죠. 이를 해결해 주는 직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공무원입니다. 공무원은 안정적인 직장의 대명사입니다.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도록 신분이 보장되어 있죠. 따라서 민간 기업에서처럼 언제 직장에 잘릴지 몰라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은 작가가 왜 경찰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상기한 내용 말고도 장점이 더 있는데

그건 차차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주의해야 할 점!

단순히 고정 수입을 만들려고 경찰이 되는 건 금물이에요.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경찰은 사명감이 없으면 안 되거든요.

경찰이란 직업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한 번 생각해 보고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이 점 꼭 유의해 주길 바라며

다음에 또 경찰과 작가에 관련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