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정말 내란범인가?
그날은 왠지 일찍 자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경찰 기동대 업무특성상 아침 일찍 출근하기에, 보통 저녁 10시가 되면 침대에 눕는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시계가 10시 30분을 가리켰는데도 눈이 말똥말똥했다.
일찍 자는 건 글렀다는 생각에 거실로 나왔다.
가족들은 텔레비전을 보며 떠들고 있었고 나도 그 유희에 합류했다.
TV에서 뭘 하고 있었는 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난 원래 TV를 잘 보지 않으니까.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 지도 잘 모르겠다.
평소처럼 시답지 않는 일상을 공유했겠지.
그래, 이 순간의 기억은 거기서 마무리되는 게 맞을 터였다.
'그냥 잠이 안 와서 오랜만에 가족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평범한 이 저녁은 거기에 머물렀어야 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평범했던 그날이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된 것은 카톡 하나가 도착하면서부터였다.
"계엄령이라는데?"
친한 경찰 동기 형이 기사 링크 하나를 추가로 보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뉴스속보였다.
가짜뉴스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무슨 계엄령이야.
그럼 그렇지.
TV를 아무리 돌려도 계엄령의 '계' 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딱 하나의 방송.
뜬금없이 JTBC 한 곳에서만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만 어떤 의미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반국가 세력을 척결한다느니, 입법 독재라느니, 예산 탄핵이라느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동시에 우리 기동대 카톡방은 난리가 났다.
오밤중에 출근해야 하는 거 아니냐...
출근하면 퇴근할 수 있는 게 맞냐...
우린 이제 큰일 났다...
당연한 반응들이었다.
계엄령이 떨어지면 우리 기동대가 바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
그렇다면 경찰 기동대는 뭐하는 곳일까?
한 단어로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경력(警力).
생소한 단어지만 어렵지 않다.
군대의 병력(兵力)이란 단어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군인이 아니기에 경력이란 단어를 사용할 뿐이다.
이 단어가 기동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이유는, 기동대가 정말 군부대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동대는 공식적으로 집회, 시위 관리가 주 업무지만
사실상 대한민국에 큰일이 발생한 곳이면 전부 우리가 출동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러니 우리 기동대 단톡방이 난리도 아닌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정이 다 된 시각
카톡으로 출근 명령이 떨어졌다.
"급하게 출근하지 말고 철저히 준비하고 부대로 오세요. 계엄령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릅니다. 여분의 근무복, 속옷, 양말 등을 반드시 챙겨오시기 바랍니다."
제대장의 당부 카톡에 이제야 계엄령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우린 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우린 대체 어떤 일을 맡게 될까?
"출근 명령 못 들은 팀원들이 있을 수 있으니 각 팀에선 팀원들 확인 전화 돌리세요!"
카톡으로 첫 임무가 떨어졌다.
막내인 내가 6명의 팀원에게 출동 카톡을 읽었는지 확인 전화를 돌리는 일이었다.
다행히 팀장님과 나를 포함한 5명은 바로 전화를 받았고 출근 명령도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단 한 분이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다섯 차례 정도 전화를 걸었더니 겨우 전화를 받으셨다.
비몽사몽한 목소리.
세상이 뒤집어 졌는데 그 분은 아직 주무시고 계셨던 것이다.
"어... 무슨 일이야."
"부장님, 뉴스 못 보셨어요?"
"무슨 뉴스?"
"계엄령이 떨어졌대요. 지금 당장 출근하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