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정말 내란범인가?
"엄마, 나 출근하래."
엄마는 그때 무슨 기분이셨을까?
출동 명령이 떨어진 바로 그 시각,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과 기자들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영상이 우리가 보고 있는 방송에 송출되고 있었다.
"어떡하니 어떡해... 안 갈 수는 없는 거지?"
TV속 폭력을 목격한 엄마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셨다.
아마 아들이 경찰이라는 사실이 후회되는 유일한 순간이 아니셨을까.
2년 전 내가 경찰공무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땐 그렇게 기뻐하셨는데...
2년 후 내가 계엄에 동원된다는 사실을 그때 아셨다면 그 정도로 기뻐하셨을까?
"짐 좀 챙겨줘. 엄마."
짐을 챙겨달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불효도 없었다.
계엄에 끌려가는 아들을 위해 속옷과 양말, 근무복을 가방에 넣으시면서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셨을까.
변명을 해보자면, 그때 나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카톡 명령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팀원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장님과 팀장님께 보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게 변명이 되나 싶지만, 계엄을 처음 마주한 나에게 그 순간은 본인 밖에 안 보이는 아주 이기적인 상태였다.
다행히 주무시고 계셨던 팀원 분이 전화를 받으셨고 카톡도 잠잠해지자 그제야 난 분주하게 움직이는 엄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새 내 앞에는 빵빵한 배낭 하나와 아이스백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빵이랑 간식이랑 과일 깎아서 넣어놨으니까 배고프면 꺼내서 먹어."
'괜찮은데. 전쟁난 건 아니라서 굶을 일은 없을 텐데.'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무슨 말을 하든 엄마에게 지금은 전시상황이나 다름없었고, 전쟁터에 끌려가는 아들에게 총은 못 챙겨줘도 꽉 찬 아이스백 두 개를 챙겨주는 게 여러모로 안심될 테니까 말이다.
"고마워 엄마. 다녀올게."
군입대도 아니고 전쟁도 아니고 운석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엄마를 꼭 껴안아주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별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지만... 혹시 모르니까.
40년 만에 발동된 계엄령이라니까...
윤석열 대통령 덕분에 오랜만에 엄마와 포옹을 나눈 나는 현관문을 나섰다.
자정이 넘은 시각.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뉴스와 달리 밖은 고요했다.
그 시간에 우리 아파트에는 출근하는 사람도, 차를 타는 사람도, 가방을 바리바리 메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오직 나뿐이었다.
전쟁이든 재난이든 계엄령이든
국가가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난,
대한민국 경찰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