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길에서- 예술을 하는 이유

새것 중독(New-Things-Addiction) 치료제

by EunJoo Shin

예술가의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모든 가치가 경제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회에서 예술가들의 삶은 녹녹지 않다. 적지 않은 전업 작가들이 생활고를 겪으며 늘 새로운 어떤 것을 만들어내기에 최선을 다한다. 비록 훌륭하다는 평가도 명성도 얻지 못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을 하면서 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가의 창작물은 타자의 시선에 의존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예술가 자신의 표현이다. 모든 존재는 자기표현의 원초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는데, 예술가는 이 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나라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 조사를 보면, 물적 풍요가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학자들은 지난 50년간 부는 두세 배 증가했지만 삶의 만족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우울증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진단한다.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면 새로운 기준선이 설정되고, 기준선에 도달하며 느꼈던 만족은 곧 사라지고, ‘새것(New Things)’은 곧 일상이 된다. 그리고 다시 더 최신의 것이 등장하면 기존의 것은 순식간에 진부해진다. 기업은 이전 제품의 부족함을 보완했다고 말하며 새로운 소비를 설득하고, 아직 쓸 만한 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은근히 시대에 뒤처진 존재로 만든다. 소비자는 ‘얼리어답터’가 되라는 권유 속에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매하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새것을 선택하는 주체라기보다, 새것을 추종하는 존재가 된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하고, 구매 능력이 부족하면 신용을 동원한다. 과연 그것이 절실히 필요했는지 묻기 전에 이미 구매는 이루어진다. 물질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실제 삶에서는 소비의 논리에 종속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주택, 자동차, 의류, 여행, 건강보조제, 문화상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새것’은 행복을 보장하는 것처럼 제시된다. 광고는 희망과 위협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이것이 있어야 더 나은 삶이다”라는 메시지는 곧 “없으면 부족하다”는 암시를 포함한다. 핵심 전략은 ‘결핍의 생산’이다.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부족함을 만들어내고,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게 하며, 남들과 비교하며 더 나아 보여야 한다는 불안을 자극한다. 그렇게 자족은 지워지고, 자기 존재가 소비를 통해 증명되어야 할 대상으로 전환된다.


이때 발생하는 만족은 매우 짧다. 새것이 나오는 순간, 이전의 만족은 사라지고 다시 결핍이 시작된다. 일시적 쾌감과 빠른 진부화, 그리고 재구매의 충동은 일종의 중독 구조와 닮아 있다.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더 빠른 교체 주기를 설계하고, 사회는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며 이를 ‘발전’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발전은 멈출 수 없는 수레바퀴처럼 돌아가며 인간과 자연을 소진시키고, 쓰레기를 축적한다.


이 악순환을 멈출 방법은 없는가. 흔히 종교와 예술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 둘 또한 자본과 결합하면서 소비 논리에 편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종교는 물적 조건을 통해 축복을 상징하기도 하고, 예술은 거대 자본의 소유물이 될 때 가치가 인정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평가가 자본과 권위에 의해 좌우되는 현실 속에서 예술 역시 소비재로 오해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본래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예술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그러나 그것은 소비를 촉진하는 새것이 아니라, 사유를 촉발하는 새것이다. 인간 존재와 삶의 의미를 질문하게 하고, 시대의 정신을 조명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욕망의 구조를 낯설게 만든다. 훌륭한 예술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인간 정신에 작용하여 사유의 문을 여는 힘을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 가는 삶으로 이어진다.


예술이 인간 정신에 작용해야 한다는 말은, 그것이 감각적 자극을 넘어 삶을 성찰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타자가 심어준 결핍을 들여다보게 하고, 소비로 채우려던 공허의 근원을 질문하게 하며, 자기 존재의 가치를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내면의 기준으로 재정립하게 만드는 힘. 이것이 예술의 작용이다. 예술 작품은 언제나 새롭다. 예술의 새로움은 결핍을 자극하는 대신 자족을 일깨우고, 과시적 욕망 대신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만약 예술이 우리의 내면을 새롭게 정돈하고, 욕망을 다스리며, 존재를 스스로 긍정하는 힘을 북돋운다면, 그것은 소비지상주의의 난치병이라 할 ‘새것 중독’을 치유하는 가장 조용하고도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새것 중독의 시대에 예술은 가장 아름다운 치료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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