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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의 여정 Aug 26. 2023

솔직하기 위해 용기내기

"솔직한 대화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 시그문트 프로이트


혹시 1997년에 발생한 대한항공 801편이 괌에서 추락한 사고를 기억하시나요?

이 사고는 한국인의 전형적인 대화특징을 보여주는 사고사례로 많이 인용됩니다.

전문가분들은 이 사고를 '한국문화의 특징인 권력거리 (power distance)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합니다.


대한항공 801편은 1997년 8월 6일 서울 김포공항에서 출발하여 괌 안토니오 B. 원 팻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중, 공항에서 약 5km 떨어진 니미츠 힐에 추락하여 승객 254명 중 228명이 사망합니다.  

이 사고의 특징 중 하나가 주기장과 부기장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고 후 발견된 블랙박스 조종실 음성기록장치에 따르면, 주기장은 부기장의 경고와 지시를 무시하거나 반박하면서 비행을 계속했으며, 부기장은 주기장에게 복종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부기장은 끊임없이 문제가 있다는 '간접적'인 문제제기를 했고, 주기장은 본인의 판단을 마지막 순간까지 철석같이 믿습니다.

이러한 주기장과 부기장간의 권력거리 (power distance)는 한국 문화의 특성으로 설명되죠.


주기장과 부기장간의 대화는 이랬습니다.


- 오전 1시 3분 (괌 현지시각, 서울시각은 12시 3분)에 부기장이 처음으로 괌 관제탑과 연락한다. 관제탑은 6L 활주로로 착륙하라고 지시한다.

- 오전 1시 5분에 주기장이 비행경로를 잘못 설정하고, 부기장이 정정해준다.

- 오전 1시 7분에 주기장이 고도를 낮추려고 하지만, 부기장이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8분에 주기장이 고도를 낮추려고 하지만, 부기장이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9분에 주기장이 고도를 낮추려고 하지만, 부기장이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10분에 주기장이 고도를 낮추려고 하지만, 부기장이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11분에 주기장이 고도를 낮추려고 하지만, 부기장이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12분에 주기장이 고도를 낮추려고 하지만, 부기장이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13분에 주기장이 고도를 낮추려고 하지만, 부기장이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14분에 주기장이 고도를 낮추려고 하지만, 부기장이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15분에 주기장과 부기장 모두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 오전 1시 16분에 부기장이 접근 실패 (missed approach)를 외치고, 주기장에게 고도를 올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주기장은 그대로 고도를 낮춘다.

- 오전 1시 17분에 비행기가 니미츠 힐에 충돌한다.


부기장은 주기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직 이르다, 아직 이르다.” 이렇게만 말해 줍니다.

주기장은 부기장의 얘기에 귀기울일 마음이 없습니다.

본인의 판단을 믿고, 그에 따라서만 행동합니다.

주기장은 사고가 벌어지기 마지막 순간까지 부기장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면서 비행을 강행했고, 부기장은 주기장에게 복종하면서 항의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부기장은 이렇게 활주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 하강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부기장이 조금더 강하게 주기장에게 어필했다면, 만약 주기장이 부기장의 반복된 경고에 조금만 생각을 바꿔서 하강을 멈췄더라면 피할 수도 있는 사고였습니다.


이런 모습이 혹시 우리 가정에 있지는 않은가요?

부모님과 아이들간에도 권력거리 (power distance)는 있습니다.

부모님은 부모님만의 얘기를 하고 있고, 아이들이 하는 진심의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하는 꿈의 얘기, 바램의 얘기, 기쁨의 얘기, 상처의 얘기를 귀를 열고 들어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의 얘기를 무시하고, 듣지 않고 있는 중이라면, 그래서, 부모님의 판단과 의지로만 아이들을 끌어가고 있는 중이라면 또다른 의미의 가정 내 충돌 사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예방법이자 치료법은 간단합니다.

솔직하게 얘기하세요.

그리고, 들어주세요.

솔직한 대화 앞에서 문제는 확인되고, 서로 가슴을 열고 얘기하다 보면 해답은 찾아지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그러고 싶어 합니다.



<A친구와 아들의 대화>

"아빠는 왜 나를 강남으로 데려온거야? 원래 살던 곳에서 계속 공부했었으면 아마도 재수하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강남에 와서 너무 힘들어."

"아빠, 엄마도 니가 그곳에서는 공부 잘 하다 보니 강남에 오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었어."

"공부해도 성적은 오르지도 않고, 경쟁은 너무 치열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미안하다. 그때 아빠, 엄마도 잘못 생각했어. 남은 기간 대입에 최선을 다해 보자. 그리고, 해결책이 있을지 아빠, 엄마도 계속 찾아볼께."

"알았어."

A친구는 지금 첫째와 이런 대화를 나누고, 한결 큰 애와 나아져 가는 듯 합니다. 아직 최종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지만, 서로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해결안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은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솔직한 대화는 가장 귀중한 자산이다. - 스티븐 코비


[사진출처 : Freepik]

[Reference]

https://freepilot.kr/9.

https://news.koreadaily.com/2022/08/08/society/generalsociety/202208082111206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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