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글에서 내가 부장 교사를 지원했던 이유를 적었지만, 거기에는 좀 더 세부적으로 추가되어야 할 이유가 몇 개 더 있었다.
첫째는 어느덧 40이 된 내 나이였다. 특히 주변 동기나 비슷한 연령대 선생님들을 보면, 이제 학교에서 부장교사 직책을 달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 분들은 미래를 그리며 적극적으로 부지런히 살고 있는데 나는 계속해서 한 자리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마치 고인물 속에서 정체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 이번에 학교에 신규 선생님이 몇 명 들어왔는데,그 분들 중 한 명은 알고 보니 중학교 때 나에게 수업을 듣던 제자 출신이었다. 물론 첫 담임할 때 가르쳤던 제자들을 생각해보면 지금 그들의 나이는 어느덧 20후반에서 30살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난 졸업 후 그 나이까지 먹은 제자들을 밖에서 직접 만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래서 제자들이 그 나이까지 먹었다는게 크게 실감은 안 났었는데 그런 면에서 한 제자가 선생님이 되어 나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러 왔다는 것은 꽤나 울림이 컸다. 그 제자를 생각해서라도 시간이 이토록 지났는데 학교에서 계속 같은 포지션에만 있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았다.
두번째는 이제는 리더로서 학교에서 일해보고 마음이 있었다. 그동안은 학교 행정 업무를 할 때 지시를 받고 수동적으로 해야하는 일들이 많았다. 사실 이런 일들은 깊이 고민하기보다 단순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단순 업무에 지쳐 사실 매너리즘에 빠진 면도 적지 않았다.
그런면에서이제는 나 스스로 뭔가 일을 기획하고 고민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또 선생님들과의 회의를 주도하며 서로 좋은 협의점을 도출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처음 부장 교사를 희망했을 때 희망하는 부장 교사 1순위는 학년 부장 자리가 아니였다. 오히려 학생부에서 선도, 학폭, 기획 등 여러 업무를 하며 그동안 짬밥을 많이 먹었던 나였기에 1순위는 학생 부장 자리를 희망 했었다.
하지만 학생 부장 자리는 기존 하던 분이 계속 하기로 해서 나에게는 자리가 없었다. 결국 내가 들어갈 수 있는 남은 자리는 아무도 희망하지 않던 2학년 부장 자리였다.
이 자리가 공석인데는 이유가 있었다. 2학년인 만큼 2박3일 수학여행 일정을 책임지고 도맡아야 했고, 또 각학급 13명의 담임선생님들을 한 마음으로 모으고, 학년 업무를 나눠서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지시한다는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400여명 되는 아이들을 파악하고 생활지도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난 무슨 일이든 쉬우면 쉬운대로, 또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장단점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한편으로 13명의 담임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만큼 내가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면 그만큼 더 주목받고 두터운 인정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내가 학년부장을 맡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주변에서는 지금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아직은 학교에서 나이가 겨우 2/3위치에 있는 내가 나보다 연륜이나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을 과연 잘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부터 부장 경험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업무를 책임지고 잘 수행하고 13명의 담임 선생님들에게 얼마나 좋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많은 우려가 있기에 내 개인적으로는 좀 더 책임감과 긴장감을 갖고 부지런히 일을 열심히 할수 있을 것 같다. 또 이럴 때일수록 더 적극적이고 성실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만큼 우려도 많이 불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제 방학이 되었지만 마음만은 바쁘다. 앞으로 리더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또 어떻게 해야 선생님들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매번 자문하고 주변에 물어보고 인터넷을 기웃거리고 있다.
모쪼록 내년도 이 맘때쯤에는 한해를 돌아보며 주변에서나 나 스스로에게나 만족할 수 있는 평가를 내릴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한편으로 일이 부담이 되는 만큼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또 많이 깨닫는 한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