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16 댓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Jongmin Oct 31. 2024

예상외로, 나도 모르게 두 번이나 전직(転職)을 했다.

결국엔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 비행기표를 끊어버리고 만다.

어느새 두 번의 전직(転職)을 했습니다.

첫 번째 전직은 사회 초년생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이었지만 업계를 넓게 바라보려 했고, 본질적인 성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커리어에 대해 변증법적으로 접근하며 경험을 쌓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회사의 업무 내용은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고, 팀 멤버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평가 제도에 불확실한 요소가 많았고, 개인과 조직 사이에서 과대평가나 과소평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결할 만한 조직 내 대화도 부족했고, 전체적으로 어딘가 타협하는 듯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문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하는 점, 또 조직원들이 행동으로 보여주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과도한 기대도 이직을 결심하게 된 원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인생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고, 덕분에 원만하게 전직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때의 팀 멤버들과 여전히 관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회사로 옮겼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이었고, 업무 내용이 첫 회사보다 흥미롭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흥미도 있었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스킬이라 생각해 나름 열심히 일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회사를 떠난 이유는 흔한 핑계일 수도 있지만, 결국 타이밍과 소통의 문제였습니다. 서로 더 가까워지려 노력했으나,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는 단단한 고무줄 같은 관계의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첫 회사와 달리 두 번째 회사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정신적으로 병이 들 것 같아 도망치듯 그만두게 된 점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두 번째 회사에서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길 만큼 열심히 일했고, 몰입하며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약간의 자부심도 있습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다면 좋은 미래도 없다고 생각해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대학원생이자 가끔 사진 촬영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지만, 고도로 자본주의화된 사회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마음은 백수에 가까운 기분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이 '백수 같은'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했습니다.

사실 두 번째 회사가 매우 바빴던 탓에 올해는 이미 노동 기준법에서 정한 휴일보다 더 많이 일한 것 같아, 열심히 했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조금은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며, 대학원생 생활을 조금 느긋하게 보내더라도 사회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어디엔가 저 자신이 비생산적인 사회의 악 같은 존재라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사회악이란 무엇일까요?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 ‘악’이라는 이미지는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그저 무언가를 하며 바쁘게 사는 척이라도 하고 있습니다. 회사라는 동조성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벗어나, 솔직히 새로운 바람을 제 내면에 불어넣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 연구와 작가 활동이라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만들어 유럽행 비행기표를 예약했습니다.

결국 여행을 떠날 때는 늘 이런 이유로 비행기표를 사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목적이나 이유는 허상에 불과하고, 오히려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드라마틱한 경험이 반드시 따를 거라 보장할 수는 없지만, 보험회사에서도 예측하지 못할 ‘멋진 경험’이 일어날 거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여행의 목적의식은 모호해지고, 여행지에서의 경험은 늘 상상을 초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2024년 현재 교토예술대학에서 현대미술과 비평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수업에서 다루는 '비엔날레'와 미술관의 정체성을 파헤쳐 보고 싶어 졌습니다. 이런 일은 시간이 있을 때만 할 수 있다고 느꼈고, 유럽에 친구가 많아 환율이 높더라도 친구 집에서 숙소 비용을 절약하며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글이지만, 저는 땅에 발을 딛고 사는 걸까요, 아니면 바람에 흔들려 떠도는 걸까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괜찮다’고 받아들이는, 어쩌면 핑계 많은 어른일지도 모르겠다는 자각은 있습니다.

P.S. 이 글은 2024년 6월에 일본어로 작성한 블로그를 한국어로 번역한 내용입니다. 다행히 이 글을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월 31일에는 다음 일도 결정되었고, 앞으로의 계획도 세워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졌습니다.

keyword

Jongmin 소속 커피로스팅과편집 직업 포토그래퍼

일본생활 8년. 커피로스터와 잡지편집을 하고있는 종민이라고 합니다. 커피와 사진을 하면서 그냥 적당히 방황하고 싶은 사람

구독자 8

작가의 이전글 교토에서 이방인으로서 장인업을 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