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부연 Jun 26. 2024

정말 공부만이 최선일까?

 나는 교직에 입문한지 15년이 된 고등학교 교사다. 부푼 꿈을 안고 아이들에게 가치있는 것을 가르쳐보리라! 라고 다짐하고 들어왔건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실 학생들의 대다수는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다. 부모와 교사가 아무리 ‘공부가 중요하다’, ‘공부가 너의 미래를 좌우한다.’라고 말해도 막상 그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 허공 속의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앞을 멍하니 응시하는 눈빛과 졸음에 고개가 떨어지는 학생들을 보자니 ‘나는 누구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에 대한 의문이 머릿속에서 맴돌곤 한다. 매년 3월말이 되면 학교에는 상담주간에 돌입한다. 학부모와 상담에 집중하는 시기이다. 해당 시기에는 직접 대면하여 상담하거나 전화로 상담하는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엿들은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상담 내용은 사실 ‘성적’이다. 


      ‘어머니, 작년 성적을 보니 수학 성적이 많이 부족하네요.’, ‘학원이나 사교육 등으로 보충할 수 있을까요?’류의 상담이 대다수를 이룬다. 사실 공교육 교사가 사교육을 권한다는 것에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이게 맞나’싶기도 하다. 나 또한 경력 10년 이하였을 때 주로 상담하였던 레파토리중 하나이다. 학생에 대해 그 많고 많은 대화 주제중 단연코 으뜸은 ‘성적’이야기이다. 우리나라가 성적에 대해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이다. 학부모님과 선생님은 모두 학생을 성적으로 압박한다. 공부가 중요하고 공부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진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정말 공부를 열심히하고 성실히 하면 모두가 행복하고 잘 살수 있는 것일까? 만약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다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것일까?


  얼마전 나온 KDI 고영선 선임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기업 일자리 비율은 고작 14%로 OECD국가 평균 32.2%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다. 이 외에 공기업이나 공무원 등을 포함하여도 일반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비율은 20% 내외라는 통계가 존재한다. 대다수의 일자리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차지한다. 특히 자영업의 연평균 소득은 2022년 1,938만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에 있다. 자영업자 분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학생들에게 알려주기 교사로서 매우 두렵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들어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20%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 학생들은 그야말로 낙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가 노력을 하면 충분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교사로써 양심의 가책을 느끼곤 한다.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가 알려주는 사실은 노력의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시스템이라는 사실이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자영업과 중소기업에 종사하게 될텐데, 무작정 공부만을 하라고 하는 것이 정답일까? 나는 교사로써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나는 한가지 방편으로 새로운 결론에 도달한 듯하다. 우리 학생들에게 경제적 자립을 가르치자! 내게 주어진 수입을 늘릴 수 있다면 돈을 모으고, 관리하고, 불리는 방법을 알려주면 어떨까? 경제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따분한 이론이 아니라 실전 경제교육을 해보자! 2020년, 나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고등학생때부터 노후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