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찾아올 때면
남들은 편히 자야 할 새벽 한가운데에도,
새 해 첫날에도,
즐거운 명절에도,
행복해야 할 생일날에도
우울은 때를 가리지 않고 나를 찾아온다.
터져버릴 것 같은 마음에
"지은아, 그동안 내 욕 하고 다니면서 나 왕따 만든 거 너였니?"
라는 톡을 썼다가 지웠다가..
지금은 시간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이런 날에 이런 연락은 부적절하겠지,
라는 쓸데없는 배려를 하다가..
나의 이 긴 우울은 몇 년째 밤낮을 가리지 않고
특별한 날에도 평범한 날에도
내가 좋은 상황에 있을 때에도
힘이 들 때에도
느닷없이, 시도 때도 없이, 끊임없이 찾아오는데
이리 깊은 상처를 남긴 너는 너무나 멀쩡하고 평범한 생활을 하느라
그 생활을 방해해야 하는 상황이 더 슬퍼졌다.
나를 괴롭혔던 악행들은 그들의 순탄하고 즐거운 인생길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고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자그마한 일이 되었지만
나에겐 내 앞길을 막는 두려움이었고
매일같이 떠오르는 괴로운 과거가 되었으며
계속해서 그 기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가 되었다.
상처는 아물지 않고 고통은 줄어들지 않은 채
시간만 계속 흐르고 있어
이젠 내 얘기도 남들에겐 지긋지긋한 옛날 일이 되어 버렸다.
여전히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나의 우울을 이겨내 보기로 했다.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이 글들이 누군가의 양심에 닿게 되기를,
그들의 양심에 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