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집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선물 받은 물건을 찍어서 SNS에 업로드해야 된다던지,
업무로 인해 당장 서류를 찍어 보내줘야 한다던지,
그냥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물건을 찍는다던지.
그럴 때마다 나는 피사체를 잔뜩 확대한다.
나의 (구형) 아이폰 렌즈가 감당할 수 있는 내에서 최대치로.
그럼 프레임 안이 피사체로 가득 찬다.
여백은 없다.
우리 집이 어떤 구조인지, 얼마나 쪽팔린 형편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의 목적, 오로지 피사체만 보일뿐이다.
우리 집이 100평 일지 10평 일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 되는 거다.
가끔 인스타그램에 부모님의 생일케이크와 함께 집이 훤히 보이게끔 사진을 찍은
지인들의 스토리를 보게 된다. (혹은 강아지나 고양이 사진)
'엄지손가락으로 아무렇게나 터치해서 찍어 곧바로 올린 사진'이 부럽다.
업로드된 스토리가 아니라 그들의 인생 스토리가 부럽다.
나는 집에서 뭐 하나를 찍으려면 온갖 구도를 찾아다니고 그 공간을 치우기 바쁘다.
그래도 티가나는 집의 공기를 지우기 위해 피사체를 확대한다.
그 행위 자체가 '나'같다고 느껴진다.
나를 숨기기 위해 나를 확대하는 나.
확대한 나만 보이고 진짜 나는 보이지 않게.
어쩌면 나는 나를 학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