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죄인인가? (feat. 실업급여)

by 유연

1년 동안 몸 담았던 유튜브 콘텐츠 집필계약이 끝났다.

프리랜서인 난 당연히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고용노동부로 향했다. (대한민국 만세!)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띵동-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메가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도 사 와서 쪽쪽 빨고 있을걸..'


내 앞 순서 번호의 아주머니가 직원과 상담 중이었다. 대략 20분째.

보통은 주민등록증을 제출하면 직원이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금방 끝날 텐데... 뭐가 문제지?

아주머니와 직원의 대화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서 두 사람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렇게 얘기가 길어지나.

그래봤자 나처럼 실업자 신세라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걸 텐데.


아주머니는 말했다.

"내가 이 직장을 다니면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아프게 됐으니까, 그러니까 일을 더 이상 못하는 건데요?"

직원은 말했다.

"그건 주관적인 의견이라서요. 아무튼 자의로 그만두시는 거잖아요."


잘려서, 계약이 끝나서가 아니라 노동자가 아프게 돼서 그만두는 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 요건이 안된단다.

하지만 노동자가 아프게 된 이유의 8할은 직장인 듯했다.

짜증이 몰려왔다.

'말이 되나, 당연히 말이 안 되지. 빨리 좀 나오세요 아줌마!'

고용노동부에서 우리 집으로 향하는 버스 배차 시간이 7분 남았다. 다음 버스는 25분 뒤다.

아주머니가 어서 빨리 포기한 뒤 내 차례가 된다면 1분이면 모든 게 처리될 텐데. 원망스러웠다.


아주머니는 뭔가 더 묻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뒤로는 모든 게 속전속결이었다.

내 업무는 1분 내로 마무리 됐다.

나는 7분 뒤 도착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무엇을 타고 돌아갔을까.


차가웠던 고용노동부 직원,

뒷순서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질문을 해대던 아주머니,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아주머니건 말건 빨리 비켜주길 바란 나,

혹은 아주머니를 아프게 만든 그 회사,


누가 죄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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