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만큼 내 얘기 잘 들어주는 사람도 없어"
"너니까 이런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어"
"너랑 얘기하는 게 제일 편해"
그때마다 사실 난 비명에 가까운 하품을 내지른 뒤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잠들어 버리고 싶을 만큼 지루했다는 걸 그들은 죽을 때까지 모르겠지?
- 묻지도 않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읊어대는 친구. (높은 확률로 '멋있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 1년 전 헤어진 남자친구와 그 당시 싸웠던 이야기를 n번째 반복하는 친구. (아직 사랑하는 거 아닌지?)
- 전혀 놀랍지 않은 이야기를 턱이 빠질 만큼 놀라운 이야기인 듯 이야기하는 친구. (놀랄 일도 참 없다.)
그럴 때면 나는 순간적으로 상대의 목소리를 포함한 주변의 소음이 차단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물속에 잠수하고 있는 듯 한 느낌.
차마 면전에다 대고 올라오는 하품을 뿜어낼 순 없으니 앞에 놓인 생맥주를 꿀꺽꿀꺽 삼키며 하품도 함께 삼켜버린다.
맥주가 너무 시원해서, 머리가 띵해서 고인 눈물이 아니라
삼킨 하품 때문에 고인 눈물이라는 걸 절대 들켜서는 안 된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법'은 매우 쉽다.
상대방이 진지한 이야기를 할 경우, 대충 10초에 한 번씩 미간에 약간의 주름을 만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응응.. 그렇지(or 그렇겠네)"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서 한 손으로 턱을 쓸어내리고는 흐음-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을 내쉰다.
'너의 이야기, 진심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해..'를 나타내는 제스처가 포인트다.
이걸 반복하면 어느새 나는 '천하제일 이야기 잘 들어주는 친구'가 되어있다.
(응용버전으로, 즐거운 이야기를 들을땐 10초에 한 번씩 깔깔 웃어주면 된다.)
한때는 이런 테크닉만으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발각되고 싶다.
적발되고 싶다.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무안을 당했으면 좋겠다.
"지금 내 얘기 안 듣고 있지?"
이 말을 들으면 왈칵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나를 알아봐 줘서. 나의 무관심에 관심을 가져줘서.
남은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고 있는데 집중은 1도 안 하고 집에 갈 궁리만 하고 있는 쓰레기 같은 나를 알아봐 준 게 너무 고마워서.
야 쓰레기, 도대체 너의 문제가 무엇이냐! 말해보거라! 하는 사람이 언젠가 나타나주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