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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hroot Sep 10. 2021

매 순간이 화양연화

오늘을 사는 신윤정에게 묻다.


'꽃다운 모양의 반짝이는 해'라는 뜻을 품은 <화양연화化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을 표현할 때 쓰이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겐 부모님 그늘 아래 티 없이 뛰놀던 유년시절이, 또 어떤 이에겐 풋풋하고 싱그러운 사랑을 꿈꿨던 어느 여름날이 '화양연화'로 기억됩니다.


여기, 매 순간의 행복을 쌓아 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꿈을 현실로 이룬 후 목표를 잃어버린 때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뚜벅뚜벅 나아가며 매 순간이 화양연화라고 말하는 그. 코스메틱 제품 기획자이자, 미용인 커뮤니티 '꿈꾸소'의 지기 윤정님의 이야기입니다. 중학교 시절 처음 다가온 꿈을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그의 동력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가 나날이 펼치는 일상의 빛깔은 어떤 모양일까요.


내 주위,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GREW-UP. 열두 번째 에피소드. 오늘을 사는 윤정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윤정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정말 분주하게 지내고 있어요. 특히나 요즘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그게 가장 좀 심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가장 바쁜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에서는 화장품 제품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중랑구 청년활동 지원사업 <1934청년시대>에서 '꿈꾸소'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꿈꾸소지기이자 다이어터이기도 합니다. (웃음) 요즘 정말 바쁘면서도 기쁘게 지내고 있어요.



바쁘면서 기쁘게!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윤정님을 <1934청년시대>로 처음 뵙게 되었는데,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셨더라고요.

하하. 어쩌다 보니까 많이 하게 됐네요.

윤정은 현재 코스메틱 회사에서 제품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윤정]



특히 뷰티 영역 안에서 외길을 걸어오셨는데요.

중고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뷰티 영역 안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어서 멀리서 보면 외길이긴 해요. 그런데 또 하나씩 들여다보면 조금씩 가지를 뻗은 모양새이기도 하거든요.



그렇군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뷰티 쪽에 관심이 생기셨다고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이 이야기는 제가 늘 말할 때마다 스스로도 민망한데요.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기도 해요. 중학교 2학년 때 방학숙제 교재를 사러 서점에 갔던 날이었어요. 교재를 찾다 뒤를 돌아봤는데 미용/예술 카테고리 칸이 보이더라고요. 뭔가에 이끌리듯 그 칸에 꽂힌 책을 하나 집어 열어봤죠. 그리곤 책을 읽는데 막 짜릿짜릿한 전율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영화의 한 장면 같은데요? (웃음)

이 이야길 다른 사람에게 들었으면 믿지 않을 정도로 정말 묘한 경험이었어요. 그때 떠올랐죠. '이건 내 천직이다!'라고요. 중학교 2학년 때 어휘력이 그렇게 풍부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천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지 아직도 신기해요. 하여튼, 귀가해 부모님한테 선전 포고했죠.



선전포고요!

네.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선전 포고했어요. (웃음)

그리고 말씀드렸죠. 내 앞으로의 진로는 미용이라고요. 그리곤 고등학교를 어떤 곳으로 갈지 고민을 했어요.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면 지금부터 해야 하는데, 그러면 미용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부모님께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길 원하셨어요. 저는 당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미용 쪽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교의 수석 입학이었기 때문에 부모님 뜻을 따랐어요. 인문계로 진학해 성적 우수로 갈 수 있는 방법도 있었거든요. 공부를 딱히 싫어하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막상 인문계 학교를 입학하니까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면 당장이라도 손을 움직여야 하는데, 국영수 공부를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했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뿜어져 나오는 끼를 표출하고자 페이스북 페이지를 팠죠.



끼를 어떻게 표출했을지 궁금한데요. (웃음)

아마 2013년일 텐데요. 제가 만든 페이스북 페이지는 그냥 개인 작업물을 올리는 용도였어요. 친구 얼굴에 메이크업을 하거나, 제품 리뷰, 부모님을 보채 서울에 있는 미용 박람회를 다녀온 후기 같은 걸 올렸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페이지가 팡하고 터진 거예요. 하루 만에 800명에서 4만 명으로요.


당시 고등학생 윤정이 운영하던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제공 = 신윤정]


정말 팡하고 터졌네요.

그러니까요. 어떤 경로로 제 채널이 알려졌는지는 모르겠어요. 그 페이스북 페이지는 고등학생 때 학업이랑 병행하면서 운영을 했어요. 구독자 수도 6만 명까지 늘어났었고요. 그리고 중학교 때 목표했던 대학교에도 수석으로 입학했어요. 정말 고등학생 신분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다고 생각해요.



꿈을 가지게 된 순간을 현실로 이뤄내셨군요!

맞아요. 꿈을 이뤘어요. 그런데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까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최종 목표가 있긴 했지만, 그 목표를 스무 살인 제가 갑자기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또 막상 입학하고 나니까 미용고에서 온 친구들과 실력 차이가 정말 많이 나더라고요. 그럴 법도 한 게 제가 입학 한 학교가 미용고에서 전교 1등만 하는 친구들이 오는 곳이었거든요. 고등학교 내내 펜만 잡고 있다가 막 시작하는 단계인 저와 동기들 사이에 차이가 벌어지니까,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회의감에 빠졌어요. 그래서 그때에도 대학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했어요. 선배들 따라 프리랜서로 메이크업 촬영에 나가보기도 하고요.



회의감에 빠졌지만,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셨네요.

촬영이 잡히면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마네킹에 메이크업도 해보고,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며 친구 얼굴에도 연습을 했죠. (웃음) 촬영장에서는 프로페셔널하게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프리랜서로도 활동했어요. 점차 제 작업물이 마음에 드신다는 분들이 계셔서 1:1 메이크업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뷰티 에디터로서 뷰티 패션 카테고리 프리랜서 기자 활동도 했어요. 이때 서울 패션위크에 취재진으로 나갔던 게 기억에 남네요. 대학생 땐 제가 할 수 있는 활동들은 최대한 다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외활동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활동도 있을 것 같아요.

대학교 4학년 때 했던 대외활동이었는데요. 코스메틱 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한국리서치가 공동 주관하는 '뷰티인사이터'라는 활동이었어요. 아모레퍼시픽에서 출시될 신제품을 기획해보고 제품이 론칭되기 전 테스트를 통해 제품을 개선하고 판매 전략을 세우는 활동이었죠.


사실, 대학교 입학 후에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도 마음에 확 와닿는 게 없었어요. 막상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해보니 제가 촬영 현장이랑은 잘 맞지 않더라고요. 그때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꿈도 없어졌고요. 당시에 '뭘 해야 할까, 뭘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던 차에 운이 좋게 제품 기획을 경험할 수 있는 대외활동을 만나게 된 거죠. 제 적성에도 정말 잘 맞더라고요. 2년 동안 대외활동을 하면서 결과도 좋았어요. 최우수상을 받았거든요. 이 경험을 살려서 제품 기획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올해 3년 차 제품 기획자가 되었네요.


윤정은 '뷰티인사이터' 대외활동을 통해 적성을 찾았다. [사진제공 = 신윤정]



무언가에 이끌리듯 미용 서적을 집어 들었어요.
그리고 책을 펼친 순간 번쩍하고 전율이 들더라고요. 
'이건 내 천직이다!'라는 생각과 함께요.



그런 과정들이 있었군요. 일은 어때요?

매일매일이 정말 위기예요. (웃음) 제품 기획자가 하는 일이 하나의 제품이 출시될 때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다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제품 기획자의 업무 과정이 궁금해요.

머릿속에 '이 제품 괜찮겠는데?, 잘 팔릴 것 같은데?' 생각이 떠오르는 것부터 시작해요. 그 후 브랜드의 방향성,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만한 제품일지 등을 고려해서 유관부서와 진행 여부를 결정하죠. 진행이 결정되면 기획한 제품을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제조업체를 찾아요. 화장품은 주로 브랜드사에서 제품을 직접 제조하기보단 제조업체에 의뢰를 하는 형태거든요. 보통은 두세 군데 정도의 제조사에 컨택해서 샘플링을 진행하는데요. 샘플이 나오면 원하던 제형이 맞는지, 단가가 맞는지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을 확인하며 개발을 진행해요.



생각보다 아주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네요.

네 맞아요. 제조업체가 정해지면 또 제품에 맞는 용기를 찾아요. 그럼 또 용기 업체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거죠. 마음에 드는 용기를 찾은 후 용기와 제형의 궁합을 봐요. 궁합이 맞지 않으면 또 새로 찾아야 하거든요.



궁합이요?

아무래도 화장품 안에 많은 성분이 들어가다 보니까, 제품의 특정 성분과 용기의 재질이 반응할 수 있거든요. 담기만 했는데도 용기가 찌그러진다든지, 내용물이 새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또 그 용기에 담겨서 소비자가 사용하였을 때 불편함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요.



정말 소비자의 시선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군요

저도 이 일을 하기 전까진 몰랐는데요. 일을 하다 보면 진짜 많은 이슈들이 있어요. (웃음) 용기의 궁합이 확인되면 디자이너와 소통해서 용기의 색상, 들어갈 문구 등을 정하고 발주를 넣어요. 용기는 언제 입고되는지, 단상자와 같은 다른 부자재들도 문제없이 생산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저희 창고에 완제품이 언제 도착하는지, 용기는 언제 입고되는지 다 일일이 체크해서 소비자분들께 선보이기 직전까지 책임을 지는 게 제 업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과정들을 책임지고 있으시네요.

근데 그 과정에서 정말 너무 많은 변수가 있어요. 심지어 예측할 수도 없죠. (웃음) 매일 아침 오늘은 무사히 지나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할 정도예요. 같은 업무를 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봐도 매일매일이 위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원래 이런 거구나' 생각하며 매일 단단해지고 있어요.



맞지 않으면 정말 버틸 수 없는 직종일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성취가 있기 때문에 일을 계속 이어나가시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맞아요. 재밌는 구석이 확실히 있기는 해요. 사실 그거 아니면 하기 힘든 것도 있고요. (웃음) 실제로 이 제품이 나오면 정말 내 자식들 같아요. 개발하는 몇 달간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제품이 실제로 만들어져 제 눈앞에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아름답거든요. 잘 팔렸으면 좋겠고, 또 구매하신 분들이 리뷰를 달아주시면 정말 정말 보람찬 것도 있고요.


[사진제공 = 신윤정]


이야기를 듣다 보니,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 거란 처음의 꿈과는 방향이 달라진 것 같아요.

그 꿈은 스물 초반에 접은 거 같아요. 그 대신 나는 이 분야에서 뭐라도 해봐야겠다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게 제 대학생 때 목표였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다녔고요. 사실 목표가 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고 어릴 적부터 생각했어요. 저는 중학교 때 이미 대학교 수석 입학의 목표가 있었고,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으니까요. 목표가 없이 사는 사람? 이해할 수 없어! 방향성이 있어야지.라고 생각했던 때도 있어요. 그런데 막상 원하던 대학교에 수석 입학을 하고 나니, 그다음 목표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새로운 목표를 찾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목표는 찾으셨나요?

아뇨. 목표라는 게 고민한다고 생기지 않더라고요. 지금도 목표가 없어요. 사실

대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어요.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바라보니 지금의 제가 너무 초라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을 지금에 두고 살기로 생각을 바뀌었어요. 그러면 또 언제 찌르르 한 전율이 올지 모르잖아요. 그 내림이.



하하하하. 내림이요. 정말 신의 계시처럼 오긴 했죠.

사실 그 전율이 제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잖아요. 언젠가 오겠지 하고 마음을 편히 내려둔 상태예요. 대신 25살의 신윤정이 할 수 있는 현실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화장품 기획자로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걸 보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 자격증도 준비하고 있고요.



그래도 한 걸음씩 나아가다 뒤를 돌아보면 이만큼이나 걸어왔네 싶을 거 같아요.

맞아요. 미래의 전 뭐라도 되어 있을 거예요. (웃음)



최근엔 꿈꾸소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신다고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 네, 꿈꾸소는 '꿈꾸는 소년 소녀들'의 줄임말로, 미용인 커뮤니티예요. 각종 미용 관련 정보 공유, 진로 개발의 장이자 고민 상담소로 꾸려나가고 싶어 기획하게 됐어요. 지금은 커뮤니티를 꾸려나가며 다양한 분들을 만나 뵙고 제가 가진 경험을 공유하는 진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요. 과거의 저는 주변에 물어볼 수 있는 미용 전공자가 없어서 늘 고민스럽고 막막했어요. '나에게 맞는 직업은 무엇일까?'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이 있을까?'와 같은 고민에 진솔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선배 있었으면 하고 늘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과거의 저같이 미용인의 꿈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 제가 그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진로 상담을 시작하게 됐어요.


윤정이 모임 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뷰티 진로 컨설팅 <꿈꾸소>의 포스터 [사진출처=청년뿌리사회적협동조합 블로그]


여기까지는 공익적인 이유이고요. 개인적으로는 요즘 일을 하면서 계속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꿈꾸소를 통해 과거 세계 최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꿨던 그때의 불씨를 다시 한번 키우고 싶은 이유도 있어요.



매너리즘. 정말 백번 동감해요. 일을 하면 할수록 열정이 점점 사그라들잖아요.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그래서 과거에 저처럼 열정을 품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저도 제 마음속 불씨를 다시 키고 싶어요. 친구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면 저도 깨닫는 게 많더라고요. 예전의 저의 모습도 다시금 떠오르고요.


지난주 주말에는 코스메틱 제품 기획자를 꿈꾸는 친구랑 면담을 가졌어요. 대학교 4학년인데 경영학과를 전공하고 있어서 화장품 쪽으로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하지? 부터가 고민인 친구였는데요. 제가 제품 기획자이다 보니 직무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또 어떤 역량이 필요한 지 알려주니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저는 기획자가 아니라 마케터가 하고 싶은 거였어요'라고요. 화장품 제품 기획자, 마케터 각각 직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직무가 무엇인지 정리가 된 거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진짜 윤정님 아니었다면 부딪히면서 알게 될 정보들을 깨닫게 된 거네요.

그렇죠. 직접 겪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어요.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는 정보거든요.



사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잖아요.

맞아요. 안 그래도 자격증 시험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요즘. (웃음)



그런데 포기를 하지 않으시는 분 같단 말이죠.

어 맞아요. 약간 포기하고 싶다가도 포기 후에 찾아오는 자기비판이 너무 싫어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포기하면 제가 계속 미련이 남을 걸 알거든요. 제 인생의 목표가 미련 없이 살 자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자격증도 이 일을 하는 이상 계속 필요할 테니까 지금 따지 않으면 미련이 남지 않겠냐 싶어서요. 그럼 빨리 끝내버리자~ 이런 거죠. 너무 솔직하게 말했나요? (웃음)



뭐든 솔직한 게 좋죠. (웃음) 미련을 가지기 싫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도 있겠네요.

지금 당장 아니면 하지 못하는 걸 하고 싶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아직까지 미련이 남는 게 하나 있어요. 대학생 때 교환학생을 가지 못한 건데요. 그게 지금까지도 너무 미련이 남아서 이젠 더 이상 미련이 남을 일을 만들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아무래도 한번 미련이 생기다 보니까.

맞아요.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학생의 신분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오는 게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때가 언제냐고 물어보면, 그때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럼, 윤정님의 일상을 지탱하는 건 '미련'의 감정일까요?

이거는 요즘에 좀 생각이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큰 목표를 세우자!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내 삶의 원동력! 이렇게 생각하곤 했거든요. 그런데 목표가 꽤 멀리 있을 때 현실이 너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실 때도 향과 맛을 느끼며 '이 커피 맛있네' 한번 생각하기도 하고, 식물을 키우면서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찰나의 기쁨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때론 고생한 나를 위해 맛있고 정성 어린 음식을 대접하고요. 그렇게 차곡차곡 지금의 행복을 쌓아가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제 일상을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거랑 좀 상반될 수도 있지만, 앞에서 말한 목표랑은 좀 다르게 제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살아가는 것도 있어요.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내 미래는 얼마나 멋있어질까? 이런 기대감이요.



어떤 설렘일 수도 있겠어요.

맞아요. 나중에 내 삶의 질이 얼마나 올라가 있을까. 그런 기대감이 좀 자리를 잡은 거 같아요.

지금 고생하는 거, 언젠가 보답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감? 따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면 내가 조금 더 프로페셔널하게 일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 지금 다이어트를 하면 나중에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제 일상을 받치고 있다고 생각 들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기대감이 꼭 자신에 대한 믿음처럼 들리는데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자기애가 많은 편이에요. 자기비판도 많이 하는데, 항상 자기비판과 자기애가 싸워요.



둘 중 누가 이기나요?

요즘은 주로 자기애가 이겨요. 요즘 좀 행복해가지고.(웃음) 가끔 자기비판이 이길 때도 있지만요. 아 그리고 미리 주셨던 질문 중에 '훗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라는 문장이 있더라고요.



맞아요. 제가 미리 질문을 전달드렸죠.

혹시 화양연화라는 말 아세요?



알고 있어요.

영화 때문에 유명해진 문장이기도 한데요. 그런데 저는 영화보다는 그 말뜻을 정말 좋아해요. 화양연화라는 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이쁜 시절이라는 뜻이잖아요. 고등학생 때부터 제 SNS 프로필 문구가 늘 '매 순간이 화양연화'였어요.


누군가가 '너 인생의 암흑기가 언제야?'라고 물어보면 저는 보통 고등학생 때라고 이야길 하거든요? 왜냐면 중학교 2학년 때 목표를 이미 대학교 입학으로 세우다 보니 고등학교는 그냥 과정일 뿐이잖아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빨리 졸업하고 싶다. 나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데, 언제쯤 대학생이 될 수 있을까. 늘 이런 생각 때문에 우울했어요. 물론 당시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나름 제가 할 수 있는 건 했지만 저는 고등학교 시절이 그렇게 재밌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과거의 시간들을 돌이켜 보니, 그때의 저도 너무나 빛나고 있더라고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나, 자습실에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나,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한다고 주말마다 삼각대 세워놓고 오두방정 사진을 찍는 나.(웃음) 그 모든 순간들이 눈부시게 찬란한 거예요. 내 인생의 화양연화가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이구나 깨달은 거죠. 그때 이 빛나는 찰나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매일매일 업데이트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앞으로의 미래? 기대는 되지만, 현재를 더 즐기자!라는 다짐이 생긴 거죠. 그래서 저는 매 순간이 화양연화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우울했던 고등학교 시절도 돌이켜보니, 매 순간 그 자체만으로 빛나고 있던 화양연화였다. [사진제공=신윤정]



그럼 근래에 기억에 남는 화양연화는 언제인지 궁금해요.

지금이죠! 저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지금. 이 순간이요. (웃음)



감사합니다. (웃음) 이제 질문이 두 개 정도 남았는데요.

네네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은 행복을 크게 느끼려는 것처럼 작은 불행도 쉽게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스트레스에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특히 직업 특성상 제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정말 수많은 변수가 생기고 수많은 문제들이 터져 나와요. 그런 일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을 즐겨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점점 다르게 다가오죠? (웃음)

맞아요. 1년 차일 땐 시키는 일만 잘 처리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땐 내 소관이 아니었던 일이 지금은 제 일이 됐고, 제가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런 부분이 아직까진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알아요. 저~ 멀리서 보면 정말 티끌 같은 작은 일이라는 걸. 그런데 현실에선 너무 크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멀리멀리 보는 연습을 요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멀리 보는 연습. 정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자.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배우고 싶은 거 다 배우고 싶은, 놀기 좋아하는 스물다섯 신윤정입니다.


[사진제공=신윤정]



과거의 시간들을 돌이켜 보니 그 모든 순간들이 눈부시게 찬란한 거예요. 
내 인생의 화양연화가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이구나 깨달은 거죠. 
그래서 이젠 이 빛나는 찰나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매일매일 쌓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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