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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Mar 01. 2024

고장인가 불량인가.

자아도 A/S가 될까.

어딘가 고장이 난 게 틀림없다.

이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엉망진창일 리가 없으니.     


몸도 마음도 쫓기듯 달리고 있다.

그러나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른다.

달리고 있으니 숨이 차고 쉬고 싶다.

그러나 멈추는 방법도 잊은 듯 달리기만 한다.     


하고 싶은 게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다른 사람이 하고 있으니 흉내만 내는지,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쫓기는 건지 모르겠다.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잘한다의 기준도 모르고,

잘해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왜 하는 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게 많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사진: Unsplash의Jackson Simmer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수술을 받았다.

마음에 이상이 생겼다.

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몸도 마음도 아프다.

작은 자극에도 화가 나고 눈물이 난다.

소소한 일상에도 피로를 느끼고 아프다.     


좋아하던 일도 좋아했던 게 맞나 의심스럽다.

진정으로 원하는 삶, 되고 싶은 모습을 모르겠다.    

 

한번 떠오른 부정적인 생각은

서서히 몸과 마음을 뒤덮는다.     


건강의 이상을 알고 나서 후회했고

마음의 이상을 알고 나서 반성했다.

몸과 마음의 이상이 다 내 탓 같다.     


감정의 악순환을 끊어내려고 했다.

나쁜 생활 습관도 바꿔보려고 했다.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햇볕도 쬐고 걸어야 한다,

생각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머리로는 알지만 잘 되지 않는 것들.    

 

고장이 난 부분을 고칠 수 있을까.

어딘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불량이었던 건 아닐까.     


이대로도 괜찮을까.

많은 생각이 손발을 묶어버린다.     


모든 걸 제쳐두고

마음속 문장들을 꺼내본다.     


엉망진창인 순간마다

숨구멍이 된 건 글이었다.   

  

호주머니 속 먼지를 탈탈 털어내듯

마음속 티끌들을 툭툭 털어본다.     


몸도 마음도 괜찮아지면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쓰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머뭇거리며 모든 걸 미뤄왔다.     


우리 삶의 A/S 기간은 끝이 없다.


좌절만 하고 있기에는 남은 날이 길다.

엉망진창이 된 일상을 고치려고 재도전을 해본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는 법.


천천히, 점진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매 순간이 시작하기 좋은 순간이다.     

3월, 봄, 지금.

시작하는 내가 좋다.


나를 사랑해 주는 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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