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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전반전과 후반전 그 사이, 오후 5시.

당신의 오후 5시는 어떤가요?

by 꿈을꾸다


오후 2시가 되면 심장이 달리기 시작한다.

보통 9시 30분-10시에 등원한 아이를 만나러 간다.

설렘과 긴장, 반가움과 두려움 등이 교차하는 시간.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는

평일 육아 기준, 육아 전반전이다.

오후 6시부터 오후 8-9시는 육아 후반전이랄까.


오후 2시에 하원한 아이는

근처에서 친구들과 더 놀고 싶어 한다.

딱히 일정이 없으면 그렇게 해준다.


아이와 놀이터나 체육관에서 놀다 보면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3-4시가 된다.


4시쯤 되면 배도 고프고 피곤해진 아이가

슬슬 투정이나 짜증이 늘기 시작한다.

서둘러 집이나 카페로 가기도 하고,

챙겨 나온 간식을 꺼내어 주기도 한다.


버티고 버티다 보면

드디어 오후 5시까지 온다.


오후 5시부터 6시는

작전 타임과 휴식 그 어디쯤이다.


저녁 준비를 할지, 외식을 할지,

저녁을 일찍 먹을지, 조금 미룰지,

영상을 보여줄 것인지, 같이 놀 것인지,

어디로 나갈 것인지, 집에 있을 것인지 등

매일 선택지를 바꿔가며 고민이 이어진다.


순간의 선택이

육아 후반전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법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하원 후 잘 놀고 온 날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면서

아이 혼자 잘 놀기도 해서

잠시 휴식을 취할 자유도 생긴다.


때로는 남편에게 재촉 아닌 재촉을 하며

그의 퇴근만을 애타게 기다리기도 한다.


오후 5시는 신기한 시간이다.


하루 끝이 보이는 듯해서 행복하다가도

퇴근 10분 전이 가장 길게 느껴지는 것처럼

오후 5시부터 아이가 잠들기 전까지는

시계만 하염없이 보게 되기도 한다.


육아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유독 힘들게 느껴진다.

아이도 남편도 나도 피곤함이 쌓이는 게 보인다.


아이는 금방이라도 잠들 듯 퍼져있다가도

산책 나가자고 하거나 자전거 타러 가자고 하면

냉큼 나갈 준비를 하고서 즐거워한다.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는 여름날에는

저녁 식사 전후로도 바깥에 있는 경우가 많다.

후반전이 아니라 연장전까지 이어지는 느낌.

하루가 길기도 길다.


다시, 나의 오후 5시를 돌아본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서

아이의 세상에 살짝 발을 걸친 채로,

아이와 있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나, 아이, 우리의 오후 5시.

육아 전반전과 후반전 그 사이.

오늘도 서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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