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도 어느 날 어어어 하다가 진단받았듯이, 보호자도 마찬가지.
준비된 환자가 없듯이 준비된 보호자도 없다.
살다가 각중에 이리되고 보니, 생각지도 못한 쓰나미에 살던 집이 폐허가 된 듯했다.
쓰러지고 무너진 그 자리에서 시작해야 하는 뒷수습. 이것이 돌봄의 시작이다.
도와줄 사람도 많고, 돈도 많고, 그런 집은 그나마 고통이 분담된다.
하지만 오직 둘이, 아니 둘 중 한 사람이 헤쳐 나가야 한다면. 참 힘들다.
이때, 치매 당사자가 같이 힘을 내서 함께 수습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는 남편의 적극적 의지로 지금까지 순탄하다.
그런데 대부분 또 나이가 많을수록 고집과 아집이 엄청나다.
황소고집에 고래심줄. 기질에 따라 살아온 습관에 따라 고착화된 지금의 인간.
환자 이전에 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느냐는 그래서 참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100세 시대 대비하라는 수많은 예방법이 넘쳐나는 것일 테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든, 지금부터 좋은 습관을 들여라. 그래야 건강하게 살다 간다.
그런데 이 습관이 지금 당장 고쳐지나. 너무 힘든 법. 하물며 치매환자는 말해 뭐 하겠나.
그렇다고 보호자는 뭐 다를까. 초보이긴 매 한 가지.
이 지점이 첫 관문인데, 대부분 여기서 좌충우돌한다.
치매는 인지까지 떨어지니 더 애가 된다.
빵 과자 좋아하던 사람, 술 좋아하던 사람들. 특히 애를 먹는다.
그런 집 보호자들, 유지 잘하는 사람들 비법이 뭘까 찾아봐도, 그림의 떡일 뿐.
도무지 당사자가 따라와 줘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보호자는 속 터지는 것이다.
돌봄을 떠 안은 젊은 자녀들이 여기서 좌절한다.
보호자는 보호자대로 따로 정보도 찾아야지, 계획도 짜야하지, 이중삼중고.
게다가, 가정사도 털어놔야지. 정보도 찾아야지. 알츠하이머 책도 읽어야지. 유튜브도 봐야지.
강도 높은 강행군시작. 감정의 중노동 시작.
돌봄은 상대적이다. 환자가 웃으면 보호자도 웃고, 환자가 울면 보호자도 울게 된다.
잘 자고 잘 먹고 순한 아기는 키우기도 수월하지만, 부산스러운 애들은 키울 때 힘들듯이.
치매 환자도, 착한 치매. 이쁜 치매가 있다.
악성 치매면 보호자가 죽어나는 것이다.
초기에 자리 잡는 건 뭐가 됐든 다 어설프고 고단하다.
그래도 시간은 약이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일 년, 이 년, 삼 년. 습관도 노하우도 쌓여간다.
서당개도 삼 년이면 그 시간 값을 한다는데, 환자도 보호자도 박자 맞추며 자리 잡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도 순간순간 무너지지만, 초창기 때보다 빨리 일어나게 된다.
첫 술에 배 부르지 않는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괴물만 보면 같이 괴물이 된다지. 치매만 보면 치매에 매몰된다.
그러면 삶이 흑화 된다. 자신만이 몰입할 한 줄기를 놓지 말아야 한다.
잠시라도 치매 생각에서 벗어날 무언가가 꼭 있어야 한다.
어느 정도 애들 키워 놓고 엄마들이 나간다지. 나도 그런가 보다.
남편 초로기 치매 3년 차 진입. 이 때다 싶은 건가 보다.
셔플댄스 한 달 코스 등록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
타고난 몸치지만, 음악을 좋아한다. < forever young> remix에 맞춰 춤출 것이다.
3년 만의 외출이다.
남편 치매가 아닌, 내가 뭔가 해보고 싶다 생각하는데 3년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