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마음
마음을 받아 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남편의 전화가 울렸다.
남편이 다니는 취미반 총무님이다.
"네, 대신 받았습니다."
총무님과 조금 길게 통화를 했다.
간단한 용건에서 시작했지만 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남편이 어제 한 말을 아침에 잊어버렸을까 봐 전달사항을 다시 확인하는 전화였다.
아내인 내가 대신 받은 김에, 총무님은 "자꾸 뭐 보내지 말라"고 당부도 하신다.
나는 남편의 고마운 마음의 표현인데 좀 받아 주시면 안 되겠냐 부탁했다.
총무님은 한사코 거절했다.
총무님은, 회원들이 모두 다 식구 같아서
누구 한 사람 남편의 기억력을 문제삼거나 핀잔주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 같이 잘 챙겨 주니 걱정 말라고 했다.
오히려 남편이 솔선수범해서 모두들 고마워한다는 것이다.
가끔 차 얻어 타고 가는 게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고 했더니,
어차피 같은 방향, 만나서 가는 건데 그게 뭐 대수냐고 하셨다.
그런 신경 하나도 쓰지 말라한다.
나는 마치, 담임선생님과 통화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치매 남편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학부모가 된 것 같았다.
평소에, "차 태워주는 게 제일 싫다"는 말을 언니한테 자주 들었다.
자기 만의 공간인데 누구든 들어오는 건 싫은 일이라고 했다.
하긴, 언니는 그 크고 고급진 외제차에 누구든 태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니의 유일한 사적 공간이라서 더 그렇다.
언니의 "얻어 타면 안겨야 한다"는 코치를 늘 받다 보니,
총무님이 남편을 태우고 외부 행사에 갈 때면, 고마움의 표시를 적극적으로 했다.
심지어는 언니가 포도와 복숭아를 사주는 일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안 타고 안 주는 게 서로 마음 편한 건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던 것이다.
총무님은 총무님대로, "가는 길에 회원 한 명 태워 가는 것일 뿐"인데
자꾸 보답이 돌아오니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과일이든 물건이든, 답례가 끼어드는 바람에
최초의 순수했던 마음이 바람처럼 날아가 버린 것만 같았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나서 생각해 본다.
마음을 받아 달라면서 물건을 대신 안긴 것이 잘못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은 어떻게 주고받아야 하는 것일까.
살아가는 건 다 돈인데
움직이면 다 돈인데
곳간에서 인심도 난다는데
오죽하면 드라마 '캐셔로'에서
슈퍼히어로조차도 돈이 있어야 사람을 구하는데
이런 구조에서 마음은 어떻게 전달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분명히 마음은 마음과 만난다.
어떻게?
비밀리에.
보이지 않는 이해로 만난다.